한국일보

주방용품 제값 하나 요리조리 따져보자

2008-10-2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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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의 ‘햄릿’은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를 고민했지만, 요즘 같은 불경기 주부들은 “(물건을)사느냐 마느냐”가 문제일 것이다.
불경기가 이어지면서 소비심리가 위축되는 가운데 꼭 구입해야 하는 물건 이외에는 되도록 지갑을 열지 않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주부들도 예외는 아니다. 주방도구를 구입할 때도 갖추어야 할 가치가 있는 물건만을 구입하는 등 ‘절약모드’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주방도구는 전업 주부들에게는 반드시 있어야만 하는 생필품으로, 어떤 주방도구는 음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절대로 없어서는 안 될 아주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기도 하고, 또 어떤 도구는 여기저기 다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 그 값어치를 톡톡히 한다. 그러나 일부 주방도구들은 실용성이 없어 주방의 천덕꾸러기로 구석에서 먼지만 쌓인 채 자리만 차지하기 일쑤다.
여기서 ‘가치가 있다’는 것은 매우 상대적이고도 주관적인 개념이다. 반드시 필요한 아이템과 아니면 그다지 필요 없는 아이템을 구분 짓는 경계는 무엇일까? 그 해답을 얻기 위해 LA타임스의 기자인 러스 파슨스와 에이미 스캐터굿이 전문가들의 조언을 얻어 미국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주방용품 12가지에 대해 구입할 필요가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의견을 냈다. 예를 들어 스패니시 향료의 일종인 가느다란 사프란 1온스가 과연 199달러의 가치가 있을까? 60달러의 레이철 레이 퐁듀 팟은 또 어떠한가?
두 기자가 많은 주부들이 한번쯤 고민해 보았을 문제에 대해 자신들의 의견을 털어놓았다. 단 이것은 지극히 주관적일 수 있으며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는 것이 좋겠다.

●LA타임스 기자들이 소개한 주방용품 허와 실

Worth It


▲절구통과 절구공이(mortar and pes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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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용품에 관해서는 가장 간단하고 단순한 것이 최고다. 절구통과 절구공이는 석기시대 발명된 이후 별다르게 변한 것이 없는 도구다. 앤틱 샵에서 100달러에 프랑스의 마블무늬 절구를 구입할 수도 있지만 타이 식료품 마켓에 가면 화강암 재질의 질 좋은 절구를 25달러에 구입할 수 있다.

▲코르크스크루 (corkscr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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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들 앞에서 와인을 따야 할 때 1.99달러짜리 싸구려 코르크스크루를 사용하면 코르크를 부서지게 만들기 일쑤다. 몇 달러를 더 지불해 10달러 정도의 코르크스크루를 구입해 사용해 보자. 확연한 차이를 느낄 것이다.

부엌 저울 ‘감초’… 비싼 칼 세트‘무용지물’


●러슨 파슨스의 주방용품 평가

▲인스턴트 온도계(Instant-read thermometer)

요리 전문가가 아닌 이상 고기를 눌러보거나 바라보는 것만으로 온도를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 15달러 이내면 좋은 품질의 주방용 인스턴트 온도계를 구입할 수 있다.

▲드라이드 파스타(dried pasta)

좋은 품질의 파스타와 나쁜 품질의 파스타의 차이는 파스타 자체만 먹을 때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소스와 함께 먹을 때 좋은 품질의 파스타는 훨씬 더 풍부하고 좋은 맛을 낸다.

▲부엌용 저울계(kitchen scale)

요리할 때 재료의 양을 부피보다는 무게로 계량해야 더욱 정확한 재료들이 많다. 30달러 이내면 훌륭한 품질의 부엌용 저울계를 구입할 수 있다.

▲헤비-듀티 로스팅 팬(heavy-duty roasting p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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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스기빙과 크리스마스 등 할러데이 시즌이 다가오는 만큼 투자할 만한 아이템. 좋은 품질의 로스팅 팬은 150달러 정도 하기 때문에 비싸긴 하지만 하나 정도 장만해 놓으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넌스틱이나 가벼운 것보다는 무거운 것으로 선택하고 너무 깊지 않은 것이 좋다.

●에이미 스캐터굿의 주방용품 평가

▲고품질 커피(high-quality coffee)

커피에 돈을 아끼는 것은 나쁜 신발을 구입하는 것과 같다. 장인이 볶아낸 향긋한 오개닉 에티오피안 커피는 폴저스 캔 커피를 마시는 것과 비교할 수 없는 행복한 하루를 시작하게 해준다.

▲더치 오븐(Dutch oven)

개스레인지 위에서 혹은 오븐에서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동시에 수프, 고기 찜, 파스타, 소스 등을 만들 때 무궁무진하게 사용할 수 있다.

▲홀 바닐라 빈(whole vanilla beans)

지금까지 바닐라 엑기스나 바닐라 향을 사용해 왔다면 바닐라 빈이 선사하는 풍부한 세계를 꼭 체험해 볼 것. 사용한 뒤에는 말려서 설탕 보울에 넣어두면 홈 메이드 바닐라 슈거가 완성된다.

▲사프론(saffr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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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비싼 스파이스 중 하나인 사프론. 그러나 빠에야나 필라프 등 스페인 요리에 필수인 사프론은 아주 조금만 사용해도 풍부한 맛과 향, 색을 즐길 수 있다.

▲마이크로플레인(microplane)

강판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이 기특한 도구를 한번 사용하고 나면 생각이 바뀔 것이다. 치즈나 너트메그, 초컬릿, 오렌지 껍질 등을 갈 때 매우 유용하다.

▲라루스 개스트로노믹 요리책(Larousse Gastronomique)

최근 판인 2001년판은 무게가 8온스나 하며 가격도 85달러지만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 책. 수많은 요리 레서피와 함께 요리 용어 해석이 담겨 있으며 조엘 로부숑과 피에르 에르메 등 명사들의 조언을 찾아 볼 수 있다.

Not Worth It

▲레드와인 비네거(red wine vinegar)

레드와인 비네거는 사실 집에서도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아이템이다. 5.99달러짜리 견고한 레드와인이나 디너파티를 하고 남은 와인이면 충분하다.

▲미니 푸드 프로세서(Mini food processor)

작은 사이즈의 프로세서에 들어가는 재료라면 손으로도 쉽게 자를 수 있는 재료일 것이다. 푸드 프로세서의 컵 보드를 찾아 재료를 넣은 뒤 코드를 꼽고 버튼을 누른 뒤 다시 분리해 씻고 정리할 시간에 차라리 도마 위에서 칼질을 하는 게 나을 것이다.

▲값비싼 넌스틱 냄비(nonstick skillet)

넌스틱 냄비에 30달러 이상을 소비한다면 정신 나간 짓이다. 아무리 비싼 팬이라도 두 달만 지나면 레스토랑 서플라이 스토어에서 구입한 싸구려 팬과 별 반 차이가 없어지니 말이다.

▲비싼 칼 세트(expensive knives)

부엌 서랍장 가득 칼이 있다 하더라도 요리할 때 98% 이상 사용하는 칼은 셰프 나이프 혹은 페어링 나이프일 것이다. 따라서 여러 종류의 칼 세트보다는 좋은 품질의 칼 하나 장만하는 것을 권한다.

▲빅 레드 와인(big red wines)

1년에 블랙 페퍼로 맛을 낸 스테이크를 먹는 날이 얼마나 될까? 블랙 페퍼를 잔뜩 바른 스테이크야말로 알콜 강화, 고농축 와인과 어울리는 아이템이니 말이다. 정 고농축 알콜 강화 와인을 원한다면 피노(pinot)나 포트(port)를 사 마실 것.

▲화이트 트러플(White truff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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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대 진미라 불리는 트러플. 제대로 된 이탈리아산 트러플은 부엌에서 슬라이스 할 때 건너 방에서 그 향기를 맡을 수 있을 정도로 향이 뛰어나다. 이러한 트러플을 구하기란 하늘의 별따기. 식당에서 서브하는 트러플의 대부분은 빛 좋은 개살구인 경우가 많다.

▲토스터(to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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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이 자리만 많이 차지하는 아이템. 베이글은 끼어서 제대로 구워지지 않기 일쑤고 바닥에는 검게 탄 빵조각이 가득해 청소하기도 어렵다.

▲플레이버 솔트(flavored salt)

최근 라임-코코넛, 혹은 칠리-생강 맛, 심지어는 바닐라 맛, 그린 타이 커리 맛 등의 값비싼 소금이 출시되고 있다. 고메이 소금이라 불리는 이들은 4온스 당 10~20달러에 판매된다. 정 맛을 내고 싶다면 일반 바다소금에 라임즙과 스파이스를 뿌려 먹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크렘 브룰레 토치(creme brelee to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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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경우 50달러까지 하는 크렘 브룰레 토치로 설탕을 태우는 것에 재미를 느낄 수도 있겠지만 블로우 토치(blow torch)를 사용해도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가격은 1/4에 해당한다.

▲필레 미뇽(filet mign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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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고기의 맛을 내기 위해 베이컨을 감싸야 한다면 좀더 풍부한 맛의 고기로 바꾸는 것이 좋다. 필레미뇽은 1파운드에 30달러 가까이에 이른다. 뉴욕 스테이크는 이 가격의 2/3 혹은 더 저렴하며 더욱 풍부한 맛을 내 베이컨 따위는 필요 없으니 말이다.

▲크레이프 팬(crepe p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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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사이즈의 크레이프 팬은 귀엽고 가격도 40달러 선으로 그다지 비싸지 않다. 다만 다른 넌 스틱 냄비를 사용해도 얼마든지 크레이프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퐁듀와 퐁듀 팟(fondue and the po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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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150달러에 이르는 퐁듀 팟은 퐁듀 자체만큼이나 어리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퐁듀 파티를 하고 싶다면 치즈나 초컬릿은 더치 오븐을 사용해 중탕으로 녹인다. 퐁듀 포크는 스퀴어(skewer)를 사용하면 편리하다.

<홍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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