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감성시대의 패션- 의상과 조화

2008-10-1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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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적으로 유수한 영화제에는 ‘의상상’이라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 의상상은 대체적으로 영화의 시대적 배경에 대한 고증이나 등장인물의 설정에 어울리는 적합한 디자인으로 전체적인 조화가 잘 되어 있는 것에 수여하는 상입니다.

역대 아카데미상 수상작 중 의상상을 받은 작품은 수없이 많지만 그 중 하나 빼어난 작품이 있습니다.


얼마 전 유명을 달리한 폴 뉴먼과 로버트 레드포드 주연의 1973년 작 ‘스팅’이 그 영화입니다.

에딧 헤드라는 디자이너가 이 영화의 의상을 담당하였는데 그는 1897년에 태어나 1927년에 영화 의상을 시작하여 작고하기 바로 전 해인 1980년까지 이 일을 한 장인 입니다.

스팅은 당시 두 주연 배우의 인기와 영화의 완성도, 재미 등으로 최고의 흥행기록을 올렸고 그 영화에 등장하는 배경인 1930년대 시카고의 이미지에 아주 걸맞은 의상으로 수상을 하게 되었습니다. 스팅의 출연진은 거의 대부분 남성이었기 때문에 의상도 그 시대 착용했던 양복과 코트가 주를 이루게 됩니다. 그런데 이 양복의 컬러나 간지가 그 시대를 표현하고 있지만 구닥다리라는 느낌이 들기보다 오히려 세련됐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고증에 의한 의상을 만들어 배우들에게 입힌 것이 아니라 그것을 기본으로 배우 하나하나와 장면에 어울리는 복장을 연출해 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뉴먼이 굵은 회색 줄무늬의 정장을 하고 넥타이에 모자까지 쓰고 있는 상황에 레드포드는 밝은 색의 텍스처 셔츠의 윗단추를 풀어 헤치고 멜빵을 한 모습을 보입니다. 이것은 영화의 연출상 누구라도 표현할 수 있지만 단지 상황의 표현이 문제가 아니라 의상 그 자체에서 두 사람이 상당한 조화를 이루기 때문에 돋보이게 되는 것 입니다.

스팅은 이후 1900년대 초반을 무대로 하는 많은 영화들의 의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지만 비슷한 모양새의 의상은 만들 수 있어도 영화 자체의 이미지와 어울리고 각 캐릭터마다 개성을 표출하며 전체를 조화시키는 효과 면에서 스팅의 의상디자인을 따라갈 수는 없었습니다.

패션 디자인의 어려운 점 중 하나가 바로 그런 것 입니다.


멋지고 아름다운 디자인을 창조해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창조된 디자인이 주변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느냐를 생각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이렇듯 조화로운 의상을 디자인하기 위해서는 패션 뿐 아니라 많은 분야의 지식과 경험이 필요하게 됩니다.

다양한 지식을 습득하고 수많은 경험을 쌓으며 조화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을 때 비로소 한 사람의 디자이너로 몫을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패션 디자이너라 생각합니다.

소니아 김

www.acaw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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