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삶 속의 부처- 제 탓이요(메아 꿀빠)!

2008-10-17 (금)
크게 작게
‘제 탓이요! 제 탓이요! 제 큰 탓이로소이다!’

옮겨 쓴 글귀는 가톨릭 신자들이 자신들의 과오를 진심으로 뉘우치거나 반성하는 참회의 기도로써, ‘전능하신 하느님과 형제들에게 고백하오니, 생각과 말과 행위로 죄를 많이 지었으며 자주 의무를 소홀히 하였나이다.

(가슴을 치며) 제 탓이요!…’로 이어지는 고백기도문의 일부분입니다.


이 자기 성찰의 기도문 중 진수는 아무래도 자신의 과실을 인정하고 통회하여, 보다 성숙한 인격을 가지도록 해주는 ‘제 탓이요’라는 숙연한 구절일 것입니다,

라틴어로는 ‘Mea Culpa!’ 이 한 마디는 고래로 시, 소설, 노래 등의 제목이나 주제로 널리 활용되어 종교를 떠나 이미, 세계인들의 눈과 귀에 각인됨으로써 잠언처럼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미켈란젤로의 ‘메아 꿀빠’라는 시는, 사무치는 회한이 서린 참회기도의 압권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는 타고난 오만과 질투심, 그리고 경쟁을 용납하지 않는 턱없는 용심으로 해서, 동료 예술가들과 피 튀기는 갈등 속에 극심한 긴장관계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당시 쌍벽을 이루었던 레오날도 다빈치와의 반목과 대립, 경쟁관계에 있던 친구와 언쟁 중 맞아, 코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던 사건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결국 말년에야 비로소, 자신의 헛된 열정과 야심으로 얼룩진 과거를 뉘우치며, 자신의 삶에 대한 허망한 심정을 ‘메아 꿀빠’라는 시에 담아냅니다.

‘…. 이제야 나는 예술을 우상이나 전제군주로 만든다는 것이 얼마나 잘못된 일인지를 깨달았습니다. 이 부질없는 상상력 때문에 나는 내 인생에 아무런 쓸모가 없는 해로운 것에 열광하며 몰두하였습니다…’

사람의 마음 살이 가운데, 공적을 남에게 돌리는 겸양도 행하기 힘든 일이지만, 잘못을 내 탓으로 인정하는 용기를 가지기는 더욱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그것은 수월찮은 마음 수행을 필요로 하는 일입니다.


불교에서는 선의든, 악의든 의지적이고 의도된 ‘행위’를 업(karma)이라고 합니다. 모든 행위(업)는 자신이 짓고 그 결과도 역시, 업보로써 시간적인 차이만 있을 뿐, 인과의 법칙에 의해 필연적으로 자신이 받게 된다고 가르칩니다. 따라서 업의 이론에 의하면, 모든 행위에 결코, ‘네 탓’은 없으며, 오직 ‘내 탓’만이 있을 뿐입니다.

그 행위는 몸(신)과 입(구)과 생각(의)에 의해 나타나는 것이며, 신업과 구업은 선행된 의업에 의해 구체적으로 표출되는 통로입니다. 그 중에서도 악의적인 구업은 우리가 삶 속에서 너무나 쉽게 지으면서도, 그 결과는 아주 치명적일 수가 있는 업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칼로 베인 상처는 아물면 그만이지만, 말로 베인 마음의 상처는 영원히 아물지 않는다’는 격언은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붓다께서도 이러한 불멸의 금언을 주셨습니다. ‘어떤 경우든 남을 절대 탓(비난)하지 말라. 남을 탓하는 것은 마치, 피를 물고 남을 향해 뿌리는 것과 같으니라. 남을 향해 피를 뿌릴 때 남에게 그 피가 닿기 전에 먼저, 자기의 입 속에 피를 머금어야 하느니.’

모름지기, 허물을 남에게로 돌리고픈 그 ‘네 탓’이란 음험한 유혹을, 감연히 떨쳐낼 수 있는 길은 오직 하나, ‘Mea Culpa! Mea Culpa! Mea Maxima Culpa!’

박 재 욱
(LA관음사 상임 법사)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