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 일상, 깨달음- 선교지 이야기

2008-10-1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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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지는 특별히 하나님의 역사가 강하게 일어나는 곳이다. 무슨 일이 일어나도 열악한 환경 가운데 있다 보니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어 그저 무릎 꿇고 하나님만을 의지하다 보면 성령님의 뜨거운 역사를 체험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교지에서 수고하다 잠시 방문하신 선교사님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다보면 밤이 꼬박 새는 줄도 모르고 대화의 꽃을 피우곤 한다.

‘실미도’라는 영화가 한국에서 히트를 치고 있을 때 그 영화 속의 실제 주인공 가운데 한 사람이었던 왕년의 북파 공작원 해병대 출신 김태원 선교사는 유럽에서 이미 20여년 선교 사역을 정리하고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순종해 이제는 남미 5억 영혼을 바라보고 아르헨티나로 사역지를 옮기고 있던 과정 중이었다. 아직도 젊은 선교사들을 물색하게 만들 정도로 왕성하게 남미 선교사역을 감당하고 있는 김 선교사의 나이는 알고 보니 올해 75세.

“선교사들에게는 은퇴라는 것이 없습니다. 은퇴는 세상 직장에서나 있는 일이지 주의 일을 하는 사람들은 하늘나라 가는 날이 바로 은퇴하는 날입니다.” 고희를 훌쩍 넘긴 나이에도 불구하고 남미 여러 나라를 순회하면서 다양한 사역을 시작하고 있는 김 선교사는 선교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절대 헌신, 그리고 죽기까지 헌신”이라는 사실을 본인의 삶을 통해 간증하고 있었다.


뇌종양으로 인해 한 때 죽음의 문턱을 드나드는 뇌수술을 치렀던 키르키스탄 공화국의 강형민 선교사는 그 나라의 영적 분위기를 변화시키기 위해서 밤낮없이 중보기도의 불꽃을 태우고 있는 의지의 한국인 선교사다.

“집안에도 분위기라는 것이 있지 않습니까. 집안 분위기 좋으면 아이들도 그렇게 좋은 분위기 가운데 잘 성장할 수 있는 것처럼, 한 나라의 영적 분위기는 그 나라 국민들의 삶의 질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우리 교회가 이런 중보기도를 할 때 하나님께서 이 나라 종교성 장관과 몇몇 국회의원들의 마음을 변화시켜 주셔서 개신교 탄압을 위한 종교 입법을 중단할 수 있도록 인도해 주셨습니다.” 강 선교사의 간증은 나비 한 마리의 날갯짓이 세계의 날씨까지 변화시킬 수 있는 것(butterfly effect)처럼, 몇몇 사람의 신실한 기도가 나라 전체의 영적 분위기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중보 기도의 원론적인 간증이었다.

또한 선교사가 세운 기독교 학교를 졸업해 이제는 성공한 사회인들이 된 이들이 모교에 여러 기자재를 기증하는 일이 러시아 세인트 피터스버그에서 벌어지고 있다. 조경호 선교사가 사역하고 있는 ‘김나지아 그레이스’(은혜 영재고등학교)는 1994년 설립된 이래 지난해까지 11회에 걸쳐 졸업생을 배출했는데 이제까지 졸업생 전원이 명문 대학에 진학한 것은 물론, 이미 사회에 진출한 졸업생들 가운데 사업에 성공하고, 유명한 법률회사의 고문으로 출세를 했는가 하면 정치가로서 서서히 입지를 굳혀가는 졸업생들이 늘고 있다는 소식이다. 더욱 감사한 일은 이들 성공한 졸업생들이 모교를 잊지 않고 매년 학교에 컴퓨터를 비롯한 각종 기자재를 기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역시 교육은 미래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투자라는 사실이 입증되고 있는 것이다.

오랜만에 많은 선교사님들이 모인 GMI(Grace Ministries International) 세계선교대회에 참석해 이런 저런 선교지 간증을 듣다보니 모두가 감동 투성이다. 그리고 하나의 큰 그림이 그려진다 “선교는 하나님이 가장 기뻐하시는 일이고, 선교는 오직 사랑으로 이뤄지는 일이며, 선교는 생명을 얻기 위해 생명을 드리는 사역이다”라는 그런 큰 그림이다.

백 승 환
(목사·예찬출판기획)
baekstephe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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