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먹는 장사 이렇게 하라- 처음처럼

2008-10-15 (수)
크게 작게
작년에 우리 가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순두분 전문점이 개업했다. 그 가게는 기존의 순두부 전문점과 차별화 전략으로 개업부터 손님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그 차별화 전략은 다른 가게에 비하여 두배에 가까운 반찬의 수였다. 손님들은 푸짐한 반찬 수에 만족했고 늘 가게 앞에는 손님이 넘쳤다. 하지만 반년이 지나자 사람들이 그 가게에 대하여 불평을 하기 시작했다. 반찬의 숫자가 줄고 있고 반찬도 처음과는 달리 맛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런 불평을 들으면서 나는 그 가게 사장님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었다. 재료비는 오르고 여러 가지 반찬을 만드는 것이 너무나 힘들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 수를 줄였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사정을 이해 못하는 손님들이 달라진 서비스에 불평하는 것은 당연했다.

나도 장사를 시작하고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있었다. 가게 시작하고 얼마 안 돼서 손님은 없고 만든 음식은 항상 남아서 버리게 되었을 때 나는 손님들에게 무조건 많이 퍼주는 것이 단골을 만드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그렇게 했다. 그때 우리 가게의 주 메뉴는 우거지국이었는데 나는 그 우거지국을 주문하면 이면수 반 마리를 서비스로 손님들에게 드렸다. 손님들은 좋아했고 우리 가게는 맛있고 인심이 좋은 가게로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손님이 늘자 이면수를 서비스로 주는 마케팅은 내게 고민거리가 되었다. 손님들은 몇 번이고 이면수를 더 달라고 했고 몇 사람이 같이 와서는 이면수 몇 마리를 구워 달라는 요구도 있었다. 이면수라는 메뉴가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우거지국을 팔면서 이면수를 공짜로 주는 결과였다. 그 후에 이면수를 반찬에서 제외했고 나는 손님들에게 ‘돈 좀 벌어서 달라졌다’ ‘서비스가 나빠졌다’라는 등등 많은 불평을 들어야만 했다. 하지만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서비스를 계속할 수는 없었다.

이 일을 겪고 나서부터 나는 한가지 원칙을 정했다. 그것은 내가 나중에 감당할 수 없는 무리한 서비스는 하지 말고 일단 시작한 서비스는 일관성을 가지고 하자는 것이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주인의 입장에서는 재료비가 오를 때 경쟁 때문에 가격은 못 올리고 기존의 서비스를 조금 줄이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만 손님들은 그것을 안 좋게 보는 경우가 많고 그것이 가게의 평판을 나쁘게 만든다. 내가 몇 번을 강조했지만 식당 사업은 손님과의 관계가 참으로 중요하다. 처음부터 지혜롭게 할 수 있는 것만 일관적으로 하면 같은 서비스를 하면서도 손님들을 만족시킬 수가 있지만 빨리 손님을 잡아야겠다는 의욕이 넘쳐 감당할 수 없는 것들을 무리하게 하면 나중에 그것이 가게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손님들에게 나쁜 인상만 주게 된다.


요즘은 경기가 너무나 안 좋다. 그리고 주위를 보면 이런 어려움을 감당할 수 없는 무리한 가격과 서비스로 헤쳐나가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서비스를 하기 전에는 항상 내가 이 서비스를 계속할 수 있는 것인가를 자문한 후에 시작해야 하고 일단 하기로 한 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변치 말고 유지해야 한다. 그것이 손님들에게 신뢰를 주고 단골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이다. 모두가 어려운 시점이다. 이럴 때일수록 좀 더 차분히 생각하고 신중하게 모든 결정을 내리는 것이 지혜롭게 이 불경기를 이겨나가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이것이 핵심

1. 단기간의 성과를 위하여 미래의 어려움을 자초하지 말아라.
2. 무리한 서비스를 하고 싶으면 손님들에게 꼭 일시적이란 것을 인식시켜라.
3. 처음처럼 변치 않고 하는 서비스가 가장 손님들을 만족시킨다.

이재호 (와우 벤토 대표)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