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윤실 호루라기- 최진실의 죽음을 보고

2008-10-1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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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배우’라는 타이틀에 걸맞을 정도로 한국인들에게는 매우 친숙한 유명 연예인 최진실씨가 갑자기 자살했다는 소식은 온 국민을 경악하게 했습니다. 가난 속에서 성장했지만 그 모든 어려움을 딛고 일어선 우리 시대의 희망의 꽃이었고, 오랜 기간 드라마를 통해 우리와 함께 웃고 울던 그녀였기에 그것은 더 큰 충격이었습니다. 과도한 사채 빚 때문에 얼마 전 자살한 연예인 안재환씨의 죽음의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일어난 사건이기에 더욱 안타깝기만 합니다.

최진실씨는 비록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했지만, 그녀의 죽음에는 우리들의 책임도 크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어쩌면 그녀는 우리 시대의 부끄러운 자화상의 대리적인 희생자인지도 모릅니다. 최진실씨의 죽음을 보면서 생각해보아야 할 몇 가지 진실이 있습니다.

첫째, 생각과 말의 저급함입니다. 오늘날 사람을 죽이는 무기는 총칼이 아닙니다. 말과 생각입니다. 함부로 생각하고 함부로 내뱉는 말들이 얼마나 사람들을 무고하게 죽음으로 내모는지 안타까울 뿐입니다. 생각은 내 속에서 나와 나눈 대화이고, 그 대화가 혀를 통해 나오는 것이 말입니다. 말은 인격과 훈련을 통해 절제된 모습으로 표현될 때 사람을 유익하게 해주는 수단이 됩니다. 그러나 진실이 아닌 것을 진실처럼 호도하여 생각하고 말함으로 사람들을 모함하는 것은 엄연한 살인입니다. 한인사회와 교회에서도 이런 저급한 생각과 말을 몰아내야 합니다.


둘째, 인터넷 악플의 문제입니다. 인터넷은 우리 시대의 소중한 소통의 수단입니다. 그러나 아름다운 소통의 도구로 사용되어야 할 인터넷이 악플이라는 문화로 변종되어 사람을 죽음으로 내모는 신종살인 무기가 되고 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법으로 규제하고 처벌하기 전에 건전한 인터넷 문화를 만들어 가는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운동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셋째, 내면의 건강의 중요성입니다. 사람을 대표하는 것은 영혼입니다. 육체는 태어나 성장기를 거쳐 언젠가는 죽게 되는 유한한 존재입니다. 그러나 영혼은 죽지 않습니다. 육체를 건강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영혼입니다. 따라서 영혼의 건강이 육체보다 더 중요합니다.

오늘의 세상은 내면의 건강보다 육체의 건강에 더 몰입된 사회입니다. 육체의 아름다움을 위하여 온갖 수단들이 행해지고, 건강이 하나의 종교가 된 듯합니다. 좋은 먹거리와 건강정보가 홍수처럼 차일을 펴는 사회입니다. 정작 육체를 아름답고 건강하게 만들어 주는 영혼의 건강은 신경 쓰지 않고 있습니다. 최진실씨의 자살도 결국은 영혼의 약함을 극복하지 못한 결과입니다. 유명인이기에 피할 수 없었겠지만, 스스로 상처받는 타입과 우울증에서 자신의 내면을 객관적으로 보고 건강하게 만드는 노력이 더욱 아쉽기만 합니다. ‘…너는 피투성이라도 살라 다시 이르기를 너는 피투성이라도 살라…’(에스겔 16:6)는 말씀처럼, 최후의 탈출구로 생각했던 ‘자살’을 ‘살자’라는 생각으로 바꿨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물질지상주의, 성공주의, 외모중심주의가 판을 치는 황폐한 이 시대에서 한인사회와 교회를 비롯한 다양한 단체들이 내면의 건강을 도와주는 적극적인 아방가르드(전위대)의 역할을 해야 할 때입니다. 조국을 떠나 이국땅에서 코리안 아메리칸 디아스포라로 살아가는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우리는 서로를 살리기도 하고 죽일 수도 있는 소중한 관계라는 사실입니다. 서로를 살리는 아름다운 공동체를 위한 구체적인 몸짓이 더욱 필요한 때입니다.

김 병 호
(횃불교회 목사)
(LA기윤실 실행위원)
www.cemkl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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