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먹는 장사 이렇게 하라- 80:20 투자법칙

2008-10-0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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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부유층 주택가에 스테이크와 프렌치 음식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을 준비하는 예비 사장님과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분은 여러 가지 식당을 해 본 경험도 있었고 무엇보다도 주류사회에서 인정받는 고급 식당을 열고 싶은 열망이 있었다. 그리고 뜻을 같이 한 몇 분과 동업으로 식당 공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검토하기에는 그 예비 사장님이 원하는 시설은 너무나 돈이 많이 들어갈 것 같았다. 나는 인테리어와 그 밖의 모든 비용을 최대한 줄여서 총 예산의 80% 안에서 식당을 개업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을 했다. 하지만 그 예비 사장님은 고급 손님을 위한 식당은 최대한 멋있게 실내장식을 해야 하고 그렇게만 하면 개업과 동시에 손님이 몰려오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단정했다.

그 후 4~5개월을 목표로 내부공사가 시작되었다. 그렇지만 공사를 하면 할수록 여러 가지 문제가 생겨서 모든 것을 마치고 개업을 하는 데는 거의 일년이 걸렸다. 오랜만에 개업식에서 다시 만난 그 분은 많이 지쳐 있었다. 그리고 더욱 안타까운 것은 개업은 했지만 운영자금이 모자라는 것이었다. 음식, 인테리어, 서비스 등등 내가 보는 관점에서 시간이 지나고 좋은 소문이 나기 시작하면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식당이었는데 자리를 잡고 안정이 될 때까지의 그 시간을 잘 버틸 수 있을 지 걱정이 되었다. 또한 개업과 동시에 손님으로 가득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그분의 믿음도 맞지가 않았다. 가끔씩 전화 통화를 할 때면 새롭게 시작한 식당이기에 일도 힘들었지만 여유자금이 모자란 것이 그 사장님을 크게 위축시키는 것 같았다. 그 후에 그 식당은 추가 자본의 투자문제와 부진한 매상으로 인하여 동업자들 사이에 갈등이 있었고 크게 발전하지 못한 채 그저 그런 식당이 되고 말았다.


많은 분들이 식당을 준비할 때 착각하는 것이 식당을 개업만 하면 모든 문제는 해결되고 장사가 잘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개업을 준비하면서 운영자금이나 광고비용 등을 생각하지 않고 모든 돈을 쏟아 붓는 경우가 많이 있다. 하지만 개업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가게를 준비할 때는 개업이라는 희망이 있어서 잘 이겨낼 수 있지만 가게를 연 후 장사가 힘들어지면 마음이 무너지면서 낙담하게 된다. 그럴 때 자금의 압박까지 받는다면 좋은 컨셉과 시설에도 불구하고 실패하게 된다.

LA 한인타운에는 600개 정도의 식당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새로운 식당을 개업해서 3년 넘게 한 주인이 운영하는 경우는 참 보기가 힘들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식당을 시작하고 어려움을 겪다가 폐업을 하는 이유 중에 가장 큰 것은 초기 자본을 잘 운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실 내 경우도 식당을 준비하면 여기 저기 들어가는 돈이 너무나 많다. 그리고 처음에 예상하지 못하던 경비도 많이 생긴다. 하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투자액의 20% 정도는 무슨 일이 있어도 운영자금으로 남겨놓은 채 개업을 해야 한다. 보통의 경우 그 액수는 가게에 따라 다르지만 사오 개월 정도의 운영자금으로 볼 수 있다.

식당은 창업도 비교적 쉽지만 폐업의 확률도 다른 업종에 비하여 굉장히 높다. 이런 어려움을 잘 헤쳐 나가려면 투자의 80:20법칙을 잘 이해하고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핵심

1. 개업이 목표가 아니라 장사가 잘되는 것이 최종 목표라는 것을 잊지 마라.
2. 시설은 조금 아쉬울 정도까지만 해라.
3. 개업 초기에 돈 걱정을 하면 정말 중요한 것을 못하게 된다.

이재호 (와우 벤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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