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마음 들여다 보기 - 마마보이의 반항

2008-10-0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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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가 갑자기 반항을 해요”
첫째 아들이었기에 가장 신경을 많이 쓰고 정성들여 키운 아들이 15세가 된 어느 날 갑자기 엄마를 따돌리기 시작했다. 그동안은 엄마 말에 고분고분 잘 따라주었고 학교 갔다 오면 그 날의 일과도 잘 이야기하고, 시험과 성적 상황에 대해서도 물어보는 말에 잘 대답해주던 아들이었다.

그런데 이젠 엄마에게 자신의 일상이나 시험과 성적 상황에 대해 일체 이야기 하지 않겠다고 선언을 한 것이다. 엄마에게 자신의 방에도 들어오지 말라고 문을 걸어 잠갔다. 마마보이가 되어가는 자신을 되찾기 위한 한 아이의 극단적인 독립시도에 엄마의 충격은 너무 컸다.

자신의 아이가 부모 말에 고분고분한 착한 아이라고 뿌듯해 하는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특히 자아상을 형성해 가는 청소년기 아이가 자기주장 하나 펼치지 않고 적당한 반항과 대립이 없다면 왜 그런가 오히려 걱정해 보아야 한다. 아이는 기어 다니기 시작하면서 자신의 영역을 탐색하며 엄마와의 분리를 시작한다.


그런데 아이가 엄마와 떨어져 나갈 때마다 엄마가 지나치게 보호하며 모든 것을 다해 주거나, 실수하지 않도록 미리 알아서 챙겨 주면 아이는 엄마에게 의존적이 되어간다. 또 같은 상황에도 엄마가 이랬다저랬다 변덕을 떨면 아이는 긴장하고 불안해하며 건강한 분리작업을 할 수 없게 된다. 그러면서 아이는 엄마에게 의존적이 되고 엄마의 인정과 허가를 받지 않으면 불안해하며 죄책감을 갖게 되는 마마보이가 되어간다.

마마보이를 만드는 엄마는 겉으론 자식에 대한 지극한 헌신의 모습을 보이지만, 내면엔 남편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불만이 도사리고 있다. 그리고 남편과의 관계가 불만스러울수록 더 아이에게 매달린다. 유일하게 통제할 수 있는 아이를 컨트롤하며 자신의 우울과 불안감을 달래는 것이다. 이런 엄마는 자신의 삶을 아이와 지나치게 밀착시키며 아이의 모든 필요를 채워주고, 엄마를 더 필요로 하고 의지하게 만드는 무의식적 노력으로 마마보이를 만든다.

또 남편이 지나치게 지배적이고 권위적이어서 아내가 억지로 순종적이어야 할 경우 억압과 불만에 쌓인 엄마는 아이를 억압하고 지배하는 경향성이 강해지면서 마마보이를 만드는 경우도 있다. 남편에 대한 복수로 아들과 한편이 되며 남편을 따돌리는 행위를 하기도 한다.

반면, 엄마의 권위가 아빠보다 강한 경우에도 마마보이를 만들 수 있다. 이런 경우, 아들은 자신을 아빠와 동일시하는 심리적 과정을 통해 자아상을 형성해 가는데 엄마에게 눌려 사는 아빠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도 그러한 남성상을 형성해 가며 엄마의 통제에 눌려 사는 마마보이가 될 수 있다.

마마보이는 ‘질식하게 만드는 엄마’의 실패작이다. 마마보이는 아들을 놓아주려고 하지 않는 엄마에게 무의식적으로 매우 분노하지만 동시에 엄마의 거부가 두려워 자신의 분노를 감히 표현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의 분노는 여러 다른 상황에서 문제행동으로 나타난다. 무엇보다도 자식은 건강한 정신의 엄마와 아빠가 함께 키우는 것이다. 부부간의 갈등이 있으면 둘이서 대면하고 풀어가며 계속 변화하고 성숙해 가야 한다. 자신의 문제를 외면하면서 아이를 사이에 두고 편 가르기를 하거나 집착하면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지 못하고, 훗날 그 병치레를 꼭 하게 된다. 건강하게 반항하는 마마보이에게 박수를!

(213)500-0838

서경화 <임상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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