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선교하는 삶- 기도하는 학교

2008-10-0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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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는 중학교, 고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이의 ‘백 투 스쿨 나잇’에 다녀왔다.

아이들의 시간표 스케줄대로 부모가 교실을 찾아다니며 선생님을 만나고 그분들의 교과 일정과 교육 목표를 듣고 나누는 시간이다. 행사 전, 부모들에게 보내온 편지에는 ‘제발 편안한 신발을 신고 오라’고 쓰여 있었다. 산자락에 둘러싸인 캠퍼스가 워낙 넓어서 1교시, 2교시… 교실을 찾아서 왔다리갔다리 헉헉 숨차게 돌아다녔다.

LA 한복판에서 초등학교를 마친 아이들은 지금 밸리 지역의 크리스천 스쿨에 다닌다. 상급학교 진학을 놓고 우리도 다른 부모들처럼 기도를 많이 했다. 한국 학생이 별로 없는, 집에서도 거리가 먼 학교, 아는 것이라고는 역사 깊은 크리스천 스쿨이며 선생님들이 모두 헌신된 기독교인이라는 것이었다.


입학 서류를 준비하는 동안 다른 몇몇 학교에도 동시에 지원서를 냈다. 지원한 학교마다 교장선생님과 인터뷰도 했고 아이비리그로 진학한 우수 졸업생들의 이야기도 들었다. 건물은 최신식이었고 유명 기업가인 학부형으로부터 받았다는 도네이션 액수가 가족 당 밀리언이 넘는다는 자랑도 들었다. 마지막으로 이 크리스천 학교의 인터뷰 날이 왔다. 아직도 학교에 대한 확신이 없는 채, 이 학교에서만 요구하는 목회자 추천서를 들고 아이와 함께 교장실 문을 두드렸다.

온화하고 명랑해 보이는 교장 선생님이 아이에게 물었다. 너는 교회에서 많은 활동을 해왔구나. 재미있었니? 나는 네 나이에 종종 부모 몰래 주일학교를 빼먹고 친구들과 강가로 나가서 신나게 놀기도 했지. 너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니? 어떤 일을 하고 싶으냐?

아이가 대답했다. 제가 아주 어렸을 때 사촌오빠가 ‘인체도감’이라는 책을 크리스마스 선물로 사주었습니다. 사람의 몸이 너무나 아름답고 신비로웠습니다. 지금까지 그 책을 백 번쯤 읽었습니다. 나는 크면 의사가 되어서 아빠와 함께 아프리카 빈민지역에 병원을 세울 것입니다. 내가 가진 지식과 물질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인터뷰가 끝났을 때 교장 선생님이 기도를 했다. “주님, 이웃을 섬기는 삶이 이 학교의 설립이념인데 여기 같은 목표를 가진 학생을 만나게 해주시니 감사합니다. 부디 이 학교의 교육을 통해서 주님의 귀한 일꾼이 자라나기를 기도합니다.”

우리는 다른 데서 온 합격 통지서를 모두 버리고 이 학교로 결정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이번 백 투 스쿨 나잇에서 각 과목 선생님들은 학생 하나하나를 위해 기도했다. “주님, 이렇게 귀한 학생을 만난 것은 당신의 순전한 은혜입니다. 하나님의 특별한 계획안에 있는 아이들을 저에게 보내시고 그 아이들과 제가 함께 성장하는 특권을 주신 것에 감사합니다.” 또한 학부형들은 기도 대상으로 연결된 2~3명의 학생을 위해 졸업할 때까지 계속 중보기도하게 된다.

약점을 지적하는 대신, 학생 개개인에게서 발견된 장점을 달란트로 강조하는 교육 방침이 이 학교의 ‘장점 발견(Strength Find) 프로젝트’다. 1등 하는데 목표를 두지 않고 각자가 특별한 존재임을 깨닫게 하는 학교, 더 많은 한인 학생들이 이 학교를 통해 크리스천 리더로 세워질 미래를 기대해 본다.

김 범 수
(치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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