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 일상, 깨달음- 오케스트라와 섬김

2008-09-26 (금)
크게 작게
오케스트라는 각기 다른 소리를 내는 모양이 다른 악기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관악기, 현악기, 타악기, 건반악기가 조화를 이루어 한 팀을 이룹니다.

오케스트라에는 바이얼린, 피아노처럼 많이 쓰이는 악기도 있고 심벌즈나 탬버린처럼 가끔 쓰이는 악기도 있습니다. 피콜로, 플룻처럼 예쁘고 생긴 악기도 있지만 튜바처럼 묵직하고 투박한 악기도 있습니다. 트럼펫처럼 고음을 내는 악기가 있는가 하면 첼로처럼 저음으로 깔리는 악기도 있습니다. 서로 연주하고 싶어 하는 인기 악기도 있고 인기가 없는 악기도 있습니다.

그러나 오케스트라는 모두를 필요로 합니다. 똑같은 모양이나 똑같은 선율이 요구되지 않습니다. 어느 악기가 더 많이 사용되느냐로 가치를 매기지 않습니다. 필요한 것은 각기 뿜어내고 몰아쉬면서 일구어내는 완벽한 조화일 따름입니다.


오케스트라는 우리의 섬김에 많은 교훈을 줍니다. 아주 가끔 사용되는 악기가 자신을 나타내기 위해 엇박자를 내고, 보조리듬으로 소리가 파묻혀 들리는 악기가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기 위해 이상한 소리를 낸다고 가정해 보십시오. 또 아주 작은 악기 연주자가 심한 몸짓과 오버하는 표정으로 자기 존재를 청중들에게 나타내려고 손을 흔들고 한다면 어떻겠습니까.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이 부각되는 것이 아니라 전체가 망가지는 결과가 될 것입니다.

지루한 연주가 계속되는 가운데 자신은 워낙 오랜만에 나오는 악기를 맡았다고 딴청을 하다가 정작 자신의 연주 타이밍을 놓쳐버리고도 자신은 언제나 천덕꾸러기 신세라고 불평하는 연주자가 있다면 그는 그날부터 짐을 싸야 할 것입니다.

나는 오케스트라의 심벌즈 주자를 언제나 유심히 관찰합니다. 좋은 심벌즈 주자는 자신의 차례가 한두 번밖에 나오지 않는 데도 전곡을 연주하는 동안 긴장을 늦추지 않습니다. 자신의 타이밍에 완벽한 연주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얼마나 자주 나왔고 얼마나 긴 시간을 연주했느냐로 연주자의 점수를 매기지 않습니다. 얼마나 자신의 악보에 충실했느냐가 중요합니다. 연주가 끝나면 모두 다 박수를 받아야 할 연주자들입니다.

오케스트라의 유능한 연주자는 다른 연주자의 음을 잘 듣는 귀가 발달되어 있다고 합니다. 혼자서 훌륭한 연주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유능한 마라토너도 결승점 바로 전까지는 절대 혼자 뛰지 않습니다. 함께 달려야 자신도 뒤처지지 않는다는 비밀을 알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일을 하면서 불평을 할 때가 있습니다. 자신은 일을 많이 하고 다른 사람들은 열심이 부족하다고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앞에 나서는 일만 하고 어떤 사람은 허드렛일만 한다고 말입니다. 이럴 때 불공평하다고 불평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하면 어떨까요? 그들은 나와 다른 악보를 받고 다른 악기로 연주하는 사람이라고 여기는 것입니다. 오케스트라에서는 악기에 따라 악보가 다르고 연주 횟수나 기법도 다릅니다. 그러니까 자신이 연주할 때 다른 사람이 연주하지 않는다고 불평할 필요도 없지요. 다만 음악에 충실하면 됩니다.

주님이 필요로 할 때 완벽한 타이밍을 맞추는 것이 중요한 것입니다. 빈도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빈도가 많은 악기일수록 긴장해야 합니다. 실패 확률도 더 높기 때문입니다. 주님의 일을 할 때 자신을 하나님의 곡을 연주하는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생각합시다. 모두 다 필요한 연주자입니다. 나와 다른 소리를 내기 때문에 더욱 귀한 것입니다. 그들이 있기에 나도 있는 것입니다. 오늘도 들려질 아름다운 오케스트라의 선율을 기대하며 나의 곡을 연주합니다.

김 홍 덕
(목사·조이장애선교회)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