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타인종과 연대로 성공”

2008-09-2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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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마라톤 날짜변경 위원회장’ 송정명 목사

가톨릭·유대교·그리스정교와 힘합쳐
주일 개최서 프레지덴트 데이로 변경
주일 성수·마라톤 참가자 증가‘윈윈’

지난 19일 LA 시의회는 내년부터 LA 마라톤의 개최일자를 현재의 3월 첫째 일요일에서 연방 공휴일인 ‘프레지던트 데이’(2월 셋째 월요일)로 변경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 결정은 한인 하워드 김 목사(사우스베이장로교회)와 잔 바크스 희랍 정교회 주임신부, 딕 마티니 천주교회 주임신부 등이 개최일 변경의 필요성을 역설한 직후 이루어졌다. 한인 기독교계로서는 14년간의 오랜 기도가 응답받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골리앗과 다윗의 대결’로 여겨졌던 이 일을 마침내 이뤄낸 ‘LA 국제마라톤 날짜변경위원회’ 회장 송정명 목사(미주평안교회·사진). 마라톤보다 긴 싸움에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답게, 그의 얼굴은 기쁨과 보람으로 환했다. 다음은 송 목사와 가진 일문일답.


-마라톤 개최일이 변경된 데 대한 소감은.
▲계란을 바위를 치는 일 같았는데 성공적으로 끝나 정말 감개무량하다. 마라톤 개최일자 변경안이 15 대 0 만장일치로 가결돼 더욱 감격스럽다.

-날짜변경 노력은 어떻게 시작됐나.
▲마라톤이 열리는 주일날 교통통제 때문에 한인 교회들의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예배에 못 오는 사람, 늦는 사람들이 많았고 특히 장애인들이 어려움을 겪었다. 조사해 보니 한인교회를 중심으로 350여개 교회가 영향권에 있었다. 그래서 한인교계 차원에서 대책을 세우기로 하고 지난 1994년 4월 ‘LA국제마라톤 날짜변경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지금은 작고하신 황성수 목사님이 회장을 맡고 박희민, 이병희, 김의환 목사님이 부회장, 제가 총무, 영어목회를 하던 김성수 목사님이 축제총무로서 수고했다. 그후 제가 회장을 맡게 됐으며. 우리 단체는 남가주기독교교회협의회 산하 특별위원회로서 활동해 왔다.

-그동안 어떤 노력을 펼쳐왔나.
▲시의원들에게 편지를 보내는 등 꾸준히 설득 작업을 벌였다. 일요일 마라톤이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인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고 특히 장애인 신자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이유를 들어 소송을 제기했다 취하한 적도 있다. 1만명의 서명이 담긴 탄원서를 시에 제출하기도 했다. 2005년 시장 선거 때 후보들에게 공개 질의를 해서 개최일 변경을 약속받기도 했다. 그러나 TV 방송사와 중계권 계약이 되어 있어 성사되지 못했다. 그후 일시적으로 마라톤 코스가 변경되기도 했으나 순조로운 주일예배에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번 성공의 가장 큰 요인은.
▲한인만의 힘으로는 성사가 어렵다고 판단, 2004년 ‘One LA’라는 시민단체와 연대했다. 우리 단체의 추진위원장인 하워드 김 목사님은 이 단체의 오거나이저 중의 한 사람이었다. 다인종 단체들이 가입한 이 단체를 통해 수년간 활동하다, 올 들어 중계권 계약이 끝난 것을 알고 다인종 종교지도자들과 모여 ‘SOS’(Save Our Sabbath·‘우리의 안식일을 살리자’는 뜻)라는 단체를 결성했다. 한인들이 너무 나서면 좋은 인상을 못 줄 것 같아 로마 가톨릭, 유대교, 백인 개신교, 희랍 정교 지도자들이 주도하도록 했다. 리처드 리오단 전 시장도 도움을 줬다. 개최권이 다저스 구단으로 넘어가는 시점에 집중적인 압력을 가하기로 했는데 그것이 주효, 이번에 통과된 것이다.

-개최일 변경이 ‘종교 이기주의’라는 일부의 지적도 있는데.
▲교인들 중에도 마라톤에 참여하고 싶은 사람이 많다. 따라서 대회 발전에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다. 한인타운을 알리기 위해, 월요일에 열리는 마라톤을 교계가 섬길 수도 있다. 결국 모두에게 ‘윈윈’(win-win)이다.

-이번 일로 깨달은 것은.
▲신앙적으로 볼 때 하나님의 도움으로 된 것이지만, 적절한 시점에 마음을 같이 하는 사람들과 힘을 모으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배웠다. <글·사진 김장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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