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공작부인’ (The Duchess)

2008-09-1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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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작부인’ (The Duchess)

조지아나는 애정없는 결혼생활에 시달린다.

18세기 런던 사교계 여왕의 파란만장한 삶

가발과 장신구와 화장과 의상 그리고 고가 가구와 실내디자인 및 손질 잘한 정원과 대저택 등 눈으로 볼 것은 많지만 속이 부실한 평범한 의상 드라마다. 18세기 후반 런던의 사교계와 정계에까지 막강한 영향력을 미쳤던 실제 인물인 디본셔 공작부인 조지아나 스펜서 캐븐디시의 파란만장한 삶을 피상적으로 다뤘는데 조지아나는 다이애나 공주의 조상이다. 시대를 앞서 간 조지아나의 복잡한 삶을 깊이 있게 다루지 못한 평범한 로맨틱 드라마로 작품의 흐름이 굴곡이 없는데다가 한 여인의 기구한 평생을 짧은 시간에 처리하다 보니 서술방식이 생략적이 됐다.

1774년 생기발랄한 16세의 조지아나(키라 나이틀리)는 어머니(샬롯 램플링)의 주선으로 디본셔의 윌리엄 캐븐디시 공작(레이프 화인스)에게 시집간다. 그런데 공작은 아내에게 무관심한 냉정한 인간으로 조지아나에게 자기의 엽색행각을 묵인하라고 지시한다.


세월이 흐르면서 조지아나는 아들을 원하는 남편의 기대와는 달리 딸만 둘을 낳고 런던 사교계의 여왕으로 군림한다. 조지아나는 남편에게서 버림 받은 귀족부인 베스(헤일리 애트웰)와 친해지는데 아이로니컬하게도 베스는 윌리엄의 정부가 돼 아예 그의 집에 살면서 조지아나와 함께 셋이 동거를 한다.

남편에게서 버림 받다시피 한 조지아나는 남편과 끊임없이 의지의 대결을 벌이면서 자신의 고독을 소녀시절 친구인 핸섬한 찰스 그레이(도미닉 쿠퍼)에게서 해소시킨다. 그리고 조지아나와 찰스(그는 후에 영국 수상이 된다)가 깊은 사랑에 빠지면서 영화는 맺지 못할 사랑에 울고 부는 여인의 통속적인 멜로 드라마가 된다.

조지아나는 패션의 경향을 주도했고 가십 칼럼의 단골 인물이었으며 미국의 독립을 지지하는 보수적인 위그당의 활동에 깊이 개입한 여자로 카리스마나 인기 면에서 남편을 압도했다고 한다. 그러나 영화는 그녀의 정치적 활동 묘사는 거의 없이 단지 애정 없는 결혼생활에 시달리면서 자신의 정열을 채우지 못해 속을 앓는 한 여자의 구태의연한 시대극으로 그치고 말았다. 연기는 무난한 팬. 솔 딥 감독. PG-13. Paramount Vantage. 아크라이트, 맨빌리지, 센추리15, 그로브, 모니카7 등.

박홍진의 영화 이야기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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