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읽은 뒤 소각’(Burn after Reading)

2008-09-1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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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뒤 소각’(Burn after Reading)

채드가 주스를 빨아 마시면서 해리를 엿보고 있다.

‘읽은 뒤 소각’(Burn after Reading)

린다와 해리가 인터넷 데이트 중이다.

“두고보자, CIA. 날 자르다니”

코엔 형제 감독의 섹스 소극으로
과대망상증 그린 정치적 스릴러

올해 ‘늙은이들의 땅이 아니다’로 오스카 작품과 감독상을 탄 조엘과 이산 코엔 형제의 영화로 섹스 소극이자 과대망상증에 걸린 정치적 스릴러로 재미있다. 코엔 형제가 한 숨 돌릴 겸 즐거운 농담조로 만든 코미디 스파이 스릴러인데 내용이 터무니없지만 깔깔대고 웃으면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영화다. 특히 수퍼스타들의 만화 주인공 같은 과장되고 장난하는 듯한 연기가 일품이다.
워싱턴 DC에 사는 약간 비정상적인 사람들이 주인공으로 이들은 서로 의심하고 남녀가 서로 침대를 바꿔가며 동침하고 또 남을 엿보다가 급기야 살인까지 일어난다.
CIA의 고참 정보분석가 아즈본(존 말코비치)이 해고되면서 얘기가 시작된다. 아즈본은 소아과 의사인 아내 케이티(틸다 스윈턴)에게 직장을 사퇴했다고 거짓말하고 CIA 내부를 폭로하는 회고록을 쓰기 시작한다. 그런데 케이티는 연방 마샬로 플레이보이이자 만사태평형인 유부남 해리(조지 클루니)와 혼외정사를 즐기면서 남편과의 이혼을 준비한다.
한편 하드바디스 신체단련장에서 일하는 중년의 린다(프랜시스 맥도만드)는 인터넷 데이트로 섹스를 채우는데 성형수술을 하려고 해도 돈이 없어 고민이다. 그런데 직장 동료로 지능지수가 두 자릿수 정도인 채드(브래드 핏)가 직장에서 주운 컴퓨터 디스크를 열어보면서 영화에 나오는 인물들이 서로 연결된다.
이 디스크에는 아즈본이 회고록용으로 보관한 CIA의 비밀사항들이 담겨 있는데 린다와 채드는 이를 미끼로 아즈본에게 전화를 걸어 돈을 달라고 협박한다. 이 돈으로 린다의 성형수술을 하기 위해서다. 이어 린다와 해리가 인터넷을 통해 데이트를 하게 되면서 영화에 나오는 모든 인물들이 감나무에 연줄 얽히듯 서로 얽혀들고 얘기가 갈수록 배배 꼬여든다.
코엔 형제의 영화여서 피가 없을 수 없겠다. 영화가 절반쯤 지나면서 극중 중요한 인물이 사고로 황천으로 가고 그 후 조금 있다가 또 한 사람이 도끼를 맞고 죽는다. 영화가 끝날 때면 멀쩡하게 존재하는 인물은 린다다.
영화에서 특히 재미있고 우스운 것은 핏의 모습과 연기다. 치켜 올린 머리 스타일을 한 핏이 등신처럼 구는 연기를 어찌나 우습게 해내는지 보고 있으면 박장대소하게 된다. 상소리가 많은 대사가 상당히 저속하고 영화가 전체적으로 괴상할 정도로 과장됐지만 그런 것이 오히려 영화에 어울린다. 음악도 너무 티를 내지만 내용에 맞는다. 조연진의 연기도 좋은데 특히 매사 좋게 좋게 해 나가는 자는 CIA 고급간부 역의 J.K. 시몬스의 얼굴 표정이 가관이다. R. Focus.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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