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식당 새바람

2008-09-1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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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당 새바람

정통 한국음식을 제대로 된 서비스와 분위기에서 서브하겠다는 사이몬 신 사장.

한식당 새바람

스테이크 하우스를 연상시키는 하이앤드 분위기의 개나리.

고급스런 분위기에 전통의 맛 그대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제대로 된 한국 음식을 맛보기 위해서는 반드시 한인 타운을 찾아야 했다. 외국인들을 주 대상으로 하는 퓨전 한식당에 들어갔다가는 괜히 비싼 돈 내고 어설픈 퓨전 음식에 입맛만 버리고 나오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때문에 ‘외국인들에게 인기 있는 한식당=우리 입맛에 안 맞는 식당’ ‘우리 입맛에 맞는 한식당=외국인이 시도하기엔 부담스러운 식당’이라는 안타까운 공식이 성립되었다. 어머니가 끓여주시던 구수한 된장찌개와 점막을 자극하는 톡 쏘는 매운맛의 정겨운 김치찌개를 맛보기 위해서는 좋지 않은 서비스와 약간은 허름한 분위기를 감수하고서라도 한국의 ‘기사식당’을 연상시키는 밥집을 찾아야만 하는 것이 공공연한 ‘정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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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최근에는 이같은 정식이 깨져가고 있다. 한식당을 경영하던 한인 1세 부모들을 보고 자란 2세들이 우리 음식 고유의 맛은 유지하면서 업그레이드 된 서비스, ‘힙’한 분위기를 입힌 새로운 한식당을 하나 둘씩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식당의 특징은 화려한 인테리어, 첨단 장비를 갖추는 등 ‘업스케일’ 된 식당이지만 음식 맛은 영락없는 ‘제대로’ 된 고향의 맛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는 점이다. 고급스러운 라운지와 함께 모던한 분위기의 바, 고객들이 메뉴를 둘러보고 예약도 할 수 있는 웹사이트를 갖추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예를 들면 얼마 전 웨스트 할리웃에 문을 연 ‘신 바비큐’(Shin BBQ)가 그렇다. 분위기는 분명 고급 스테이크 하우스이지만 갈비와 갈비찜, 순두부, 육개장 등 정겨운 한식이 가득하다. 컬버시티에 문을 연 ‘개나리’(Gyenari) 역시 컨템포러리 인테리어의 ‘힙’ 한 분위기를 자랑하지만 음식은 전통 한식으로 저녁 때면 북새통을 이룬다.
베벌리센터 인근에 오픈한 ‘지안’(Jian) 코리안 바비큐도 아시아 풍의 독특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와 다양한 한식 메뉴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지난 주 소개한 한식당 ‘겐와’(Genwa) 역시 바를 연상시키는 하이앤드 분위기에 제대로 된 한식을 선보여 주류는 물론 한인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패사디나에 위치한 ‘서울 브라더스’(Seoul Brothers)는 팬시한 패스트푸드 전문점으로 불고기와 갈비 등 한식으로 잘 짜여진 도시락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젊은 2세들의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열정을 자랑하는 이들 식당은 그동안 주류로 뻗어나가기엔 2% 부족했던 한식당들에 ‘컨템포러리 필’을 입히며 고객몰이를 하는 가운데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이다.

할리웃서 인기몰이 ‘신 바비큐’

“미국 친구 함께 와도 손색 없게”

“한식이 주류사회를 타겟으로 제대로 된 진출을 시도할 시간입니다. 이제 더 큰 관중들에게 우리 음식을 들고 나가야 할 때입니다”
할리웃에 문을 연 ‘신(Shin) 바비큐’의 사이몬 신 사장이 말한다. 사이몬 사장은 오랫동안 식당을 운영한 부모 아래 어려서부터 식당일을 배웠고, 어머니와 할머니으로부터 각종 한식을 전수받았다. 김치까지 직접 담글 만큼 한식 요리에 일가견이 있는 신사장이 주류를 타겟으로 한 식당을 오픈하게 된 이유는 기존의 한식당들이 외국 손님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외국 손님들이 한식당을 찾았을 때 이 음식은 어떤 음식인지, 어떤 소스와 곁들여 먹어야 하는지 자세히 설명해 주는 식당이 거의 없어요. 심지어는 어떤 음식재료에 알러지가 있어서 빼 달라고 주문해도 대부분의 한식당들이 이를 잘 맞춰주지도 못하는 실정입니다”
신 사장은 자신의 미국 친구들이 한국음식을 먹고 싶어도 자세한 설명 없이 먹지 못하는 사실에 안타까워해 왔다. 그렇다고 미국식 서비스를 갖춘 곳을 찾으면 아쉽게도 퓨전 한식이라 전통 한식음식이 아니었고, 김치 등 밑반찬까지 일일이 값을 받아 인심 좋은 한인 정서에 맞지 않았던 것.
그는 이제 고급스러운 분위기에서 맛있는 한국음식을 즐길 것을 제안한다. 신 바비큐 음식의 특징은 고향에서 먹던 구수함과 정겨움이 가득한 맛의 ‘정통’ 한식이라는 점. 김치는 물론 각종 양념과 소스도 모두 직접 만드는데 가장 자신 있는 메뉴는 ‘신스 페이머스 립’(Shin’s Famous Ribs·갈비)로 3일 이상 고기를 재어 놓기 때문에 부드러움이 탁월하다고. 사이몬 사장은 모든 음식을 뉴질랜드에서 공수해 온 지하수로 만들고 MSG는 일절 사용하지 않아 음식 맛이 정갈하고 깔끔하다.
음식 맛도 훌륭하지만 업스케일한 인테리어와 첨단 장비들도 눈에 띈다. 바에는 고급스러운 어항에 해파리가 현대식 테크노 조명에 디스플레이 돼있으며, 모든 테이블에는 특수 시스템이 장착돼있다. 때문에 고기를 구워 먹어도 연기나 냄새가 배지 않아 턱시도나 드레스를 입고도 마음껏 갈비를 즐길 수 있다. 패티오에는 버튼을 누르면 컨버터블 천장이 덮이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비가와도 패티오에서 낭만적인 저녁식사를 즐길 수 있으며, 벽에는 영화도 상영하는 등 엔터테인도 제공할 예정이다.
오픈한지 이제 2주 남짓 지났지만 벌써부터 예약 전화가 밀리고 있으며 ‘Daily Candy’에 소개되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는 신 바비큐. 할리웃을 강타한 뒤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소호 등으로 진출하고 싶다는 사이몬 사장의 바램이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주소: 1600 Wilcox Ave., Hollywood
△전화번호: (323)464-4100
△웹사이트: www.shinbbq.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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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의 패스트푸드화를 꿈꾸는 서울 브라더스.

●서울 브라더스(Seoul Brothers)

팬다 익스프레스나 요시노야와 같이 한식의 패스트푸드화를 꿈꾸는 식당. 다양한 종류의 갈비, 쇠고기, 비빔밥과 도시락 메뉴가 인기다. 캐주얼하지만 결코 허름하지 않은 ‘힙’한 분위기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주소: 851 Cordova St., Pasadena
△문의: (626)795-1777, www.seoulbr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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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안 바비큐는 중국과 일본, 몽골, 타일랜드와 한국을 섞어 놓은 듯한 매력적인 분위기를 자랑한다.

●지안(Jian)

중국과 일본, 몽골과 타일랜드, 한국을 섞어놓은 듯 매력적인 분위기의 인테리어. 갈비 구이는 물론 쭈꾸미 볶음 등 맛깔스러운 음식으로 주류사회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주소: 8256 Beverly Blvd, LA
△문의: (323)655-6556, www.jianbbq.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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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한식을 즐길 수 있는 컬버시티의 명소 개나리.

●개나리(Gyenari)

어느새 컬버시티의 명소로 떠오른 개나리는 주말이면 몰려드는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전통 한식당이지만 스테이크 하우스를 연상시키는 고급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다양한 한식을 즐길 수 있다.
△주소: 9540 Washington Blvd, Culver City
△문의: (310)838-3131, www.gyena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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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셔 블러버드에 위치한 겐와는 격조 높은 분위기와 정갈한 음식을 선보인다.

●겐와(Genwa)

오피스가 즐비한 윌셔 블러버드에 오픈한 겐와는 격조 높은 분위기와 정갈한 맛을 자랑한다. 각종 구이와 돌판 비빔밥 메뉴가 인기며 깔끔하고 맛있는 한식을 고급스럽게 즐길 수 있다.
△주소: 5115 Wilshire Blvd #A LA
△문의: (323)549-0760,
www.genwarestaurant.com

<홍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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