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은행 같은 교회가 꿈”

2008-08-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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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 ‘높은뜻 숭의교회’ 담임목사

예산의 3분의 1을 세상을 위해 사용, 복의 통로’가 됨으로써 교계 안팎에 청신한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높은뜻 숭의교회’(이하 숭의교회) 김동호 담임목사(57). 갱신된 교회 만들기가 소원인 그는 2001년 남산에 위치한 숭의여대 강당을 빌려 숭의교회를 개척, 단기간 내 교인 5,000여명으로 성장시키는 한편 헌금 200억원(2,000만달러)으로 예배당을 짓는 대신 탈북자 돕기 등 ‘보이지 않는 성전 짓기’에 진력하고 있다. 또 매월 회계보고서를 인터넷에 올리고 담임목사 재신임제, 장로 6년 단임제 등 파격적인 개혁을 실천, 바람직한 교회상을 정립한 모범 사례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다음은 집회 인도차 최근 남가주를 방문한 그와 가진 일문일답. 김 목사는 미 동부에서 보낸 10개월여의 안식년을 마치고 지난 주 한국으로 돌아갔다.

자기 이익만 챙기기보다 다른 은행 잘되게 하는 존재
자체 성전 건축은 천천히 탈북자 돕기에 2백억원 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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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식년을 어떻게 보냈는지.
▲놀았다(웃음). 어느 교회에서 몇 달간 월 2회 설교를 하기도 했지만. 설마 목사가 교회 버려두고 놀려고 안식년을 택했겠느냐. 저는 안식년의 의미를 쉼이 아니라 ‘떠남’에 두었다. 숭의교회 교인들은 인간적으로는 제가 좋아서 온 사람들이다. 이는 문제가 있는 구조다. ‘나 없이도 버틸 수 있어야 교회가 탄탄해진다’고 믿었다. 안식년에 한 일은 철저한 ‘손 뗌’이었다. 그것이 적중했다. 교회가 아주 건강해졌다. 교인들이 ‘우리 목사님 아니어도 교회가 되는구나’ 하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말이 아니라 몸으로 배웠기 때문이다.

-평소 목회철학은.
▲교회 홈페이지(www.soongeui.org)에도 나와 있지만, 단 한 가지 ‘하나님이 주인 되시는 교회 세우는 것’이다. 교회 문제는 다 거기서 생긴다. 목사가, 장로가, 헌금 많이 하는 사람이, 오래 다닌 사람이 주인 되어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나님이 서실 자리가 없어진다. 어떤 일을 할 때든지 내가 주인 되는 것 아닌가, 내 교회 만드는 것 아닌가 자문한다. 물론 말처럼 단순하지는 않다. 하지만 그것이 제 목회철학이다.

-‘보이지 않는 성전 짓기’의 내용은 무엇인가.
▲우리 교회를 ‘한국은행 같은 교회’로 만들고 싶다. 한국은행은 자기 이익이 아니라 한국과 한국의 다른 은행들을 위해 존재한다. 교인들이 작정한 헌금 200억원을 탈북자 박스제조 공장 운영, 탈북자 자녀 학교 지원, 차세대 양성 등에 쓰고 있다. 성전 건축이 불필요하다는 게 아니다. 그러나 이 일이 우선이다. 대학측으로부터 올해 말까지 강당을 비워달라는 통보를 받았다. ‘탈북자 돕기를 잠시 미루고 성전 마련에 돈을 먼저 쓸까’하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들었다. 그 때 ‘손에 쟁기를 잡고 뒤를 돌아보는 자는 하나님의 나라에 합당치 않다’는 말씀이 떠올랐다. 또 모든 교회가 잘 되도록 기독교 만화, 찬양 CD 등을 만들어 보급중이다.

-한국교회가 곤경에 처해 있다. 근본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짧게 얘기하긴 참 어렵지만, 교회가 성장하다보니 오만해졌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배불렀다. 배가 고프면 한 사람이라도 놓칠까봐, 내가 이렇게 말하면 저 사람이 예수 안 믿을까봐 민감해진다. 교인들이 많아지니까 믿으려면 믿고 말려면 말라는 것은 아닌지.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함부로 행동할 리가 없다. 기독교 내 보수나 진보나 똑 같다. 진보든 보수든 반대 성향의 믿지 않는 사람들을 두려워해야 한다. 내가 아무리 옳아도 마구잡이로 행동하면 저 사람들은 떨어져 나가겠구나 하고 생각해야 한다. 장사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막하지 않는다. 보수, 진보를 부르짖지 않고 장사만 열심히 한다. 지혜로운 것이다. 한국교회는 너무 깃발 들고 가운 입고 나가 데모한다. 저는 마음 아프다. 진보가 집회를 하면 보수를 잃을까봐. 보수가 나서면 진보가 떠나갈까봐. 장사하는 사람은 손님을 겁내는데, 우리는 복음을 전해야 할 ‘영적 고객’들 앞에서 너무 방자하다.

한국교회가 욕 먹는 이유는 너무 성장해서 오만해진 탓
미국서 성공한 한인교회들 이제 미국 사회 섬길 때

-한인 이민교회가 어떤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이민목회가 힘들다는 말을 많이 한다. 목회가 어딘들 안 힘들겠는가. 강하게 마음먹고 뚫고 나가야 한다. 그래도 한인교회는 성공한 교회들이다. 큰 교회도 있고. 하지만 대부분 너무 교회 밖에 모른다. ‘변화산에 초막 지은’ 교회가 너무 많다. 기껏 해야 한인 밖에 모른다. 이젠 미국과 다른 민족도 생각해야 한다. 덕을 본 미국에 보답하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미국이나 지역사회를 섬길 일은 없나 좀 찾아보자. 그래야 우리 2세, 3세들이 주류로 뿌리내릴 수 있다.
<김장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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