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눔의 행복- 나눔의 새로운 정의

2008-08-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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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본 없는 드라마로 지구촌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베이징 올림픽이 16일간의 숨막히는 열전을 마치고 역사 속의 한 페이지로 남았습니다.

항상 새로운 이슈를 따라 움직이는 언론들도 이제 4년 후 런던 올림픽이 열릴 때까지는 더 이상 올림픽 이야기를 되새기지 않을 것입니다. 이를 증명하듯이 이미 미국 내 거의 모든 언론들의 관심은 두 달 남짓 앞으로 다가온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로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그에 화답하듯 민주당 전당대회가 콜로라도 덴버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9월 초에는 공화당 전당 대회가 미네소타 세인트폴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앞으로 약 두달간은 대선의 폭풍에 미 전역이 들썩일 것입니다.

이러한 과정 속에 시선을 끄는 작은 기사가 언론에 실렸습니다. 이번 선거를 통해 새로운 미국의 역사를 쓰고자 하는 버락 후세인 오바마 민주당 후보의 이복동생이 아프리카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의 빈민촌에서 하루에 1달러 미만의 생계비로 살아가는 절대 빈민 중의 하나라는 것입니다. 아직 오바마 후보 측에서는 공식적인 언급이 없지만 이를 취재하고 기사화한 언론의 지명도를 감안하면 사실이 분명한 듯합니다. 조지 후세인 오바마라는 이름을 가진 올해 26세의 이복 동생은 오바마 후보의 8명의 이복 형제·자매 중 막내입니다. 오바마 후보의 아버지는 3번의 결혼을 통해 8명의 자녀를 두었고, 조지는 3번째 아내의 소생이라고 합니다. 이미 2번에 걸쳐 오바마 후보를 만난 적이 있지만, 지금은 형의 대선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까봐 오히려 관계를 부인하고 있는 착한 동생입니다.

1997년 케냐의 월드비전 사업장을 방문했을 때, 세계 3대 빈민촌 중의 하나로 불리는 그 키베라 빈민촌을 방문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다 부서지고, 완전히 녹슨 함석지붕이 서로 잇닿은 채 그 끝을 알 수 없이 이어져 있었고, 곧 무너질 듯한 흙벽돌집은 그곳에 산다는 것 자체가 재난이라 할 정도였습니다. 동네 어귀를 흐르는 도랑은 시궁창이란 표현이 더 정확한 표현이었고, 모든 질병의 온상임이 분명해 보였습니다. 일행 중의 한 명이 화장실이 급했지만, 그들의 화장실로 안내되었을 때, 차라리 3시간을 더 참고 호텔로 돌아와 해결할 정도였습니다. 그분의 거의 탈색되었던 얼굴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그런 곳에 강력한 미국 대통령 후보의 동생이 산다는 사실은 제게 충격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똑같은 아버지의 유전자를 받아 태어난 그들의 너무나 다른 현재의 모습에서 다소 과장된 발상일지 모르지만, 상황에 따라 그들의 운명이 바뀔 수도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분명한 것은 케냐 빈민촌의 조지 오바마가 미국에서 태어나고, 좋은 교육과 더 나은 미래를 구상할 수 있는 환경을 가질 수 있었다면 최소한 지금보다는 더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들의 상반된 삶을 보면서, 우리에게 주어진 이 풍요롭고, 안정된 삶도 원래는 나의 몫이 아니었을 수도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자각과 함께 깊은 감사가 절로 나왔습니다.

우리가 누리는 행복은 우리만의 몫이 아닙니다. 우리를 대신해서 힘들고 어려운 삶을 살고 있는 누군가가 있어 우리가 행복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요? 그렇다면 우리가 누리고 있는 것 중의 일부는 이미 우리의 것이 아닐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그들에게 돌려주어야 하겠지요. 그것이 오바마 형제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제게 새롭게 다가온 우리가 나누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즉, 나눔이란 나의 것을 나누어 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것을 돌려주는 행위입니다.

박 준 서
(월드비전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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