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생활인의 신앙 - 카리스마

2008-08-2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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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스마는 인간을 매료시키는 힘이다. 그래서 대중은 카리스마 앞에서 열광한다. 마치 쇠붙이가 자성에 끌려가는 것과 같은 강한 끌림 때문이다.

어쩌면 이런 카리스마에의 끌림은 자신이 이루어내지 못하는 절망의 무의식적인 분출구인지도 모른다. 자기의 좌절된 꿈을 대신 이루고 있는 대상을 통하여 얻게 되는 대리만족에의 동참일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다.

그 좋은 예를 정치인이나 운동선수에게서 볼 수 있다.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은 미국민을 물론이고 그와 전혀 상관없었던 먼 나라 어린아이들의 마음까지도 사로잡았던 카리스마를 지녔었다. 참신하고 강렬한 그의 카리스마는 어떤 불의와도 타협하지 않을 것 같은 강한 신념과 의지가 엿보이는 그의 젊음과 지성, 그리고 그의 따뜻한 휴머니즘 때문이었다. 대통령의 월급이 집 없고 의지할 곳 없는 고아들에게 매달 건네진다는 기사 앞에서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나는 감동으로 밤을 지샜다.


부탁하면 거절하지 않을 것 같은 부드러움과 구부정한 그의 큰 키 어깨 위로 연민과 동정의 여유로움이 유난히 숱이 많은 머리칼과 어울리는 그의 얼굴 전체에서 풍겨나온 때문이었을까. 그의 표정은 보고 또 봐도 싫증이 나지 않는 특유한 매력을 뿜어내고 있었다.

카리스마는 그 때문에 주위를 변화시킨다. 케네디 대통령을 만났던 대학생 클린턴은 훗날 미국의 대통령이 되었고,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한국의 반기문은 그 대문에 오늘날 현직 유엔 사무총장이 되어 세계평화를 위해 헌신하고 있다. 이런 것이 바로 ‘카리스마’의 힘이요, 영향력이다.

인간적인 매력의 카리스마조차 이 정도라면 영적인 카리스마의 권위가 어떠할지는 상상이 되고도 남는다. 성경에 예수님은 율법학자들과 대사제와는 달리 그분의 말씀 안에 항상 권위가 있었다고 쓰여 있다.

“그는 우리와 함께 사는 목수의 아들이 아닌가! 그런데 어찌하여 그가 하는 말에는 대제사장들이나 지도자와는 달리, 저렇게 권위와 힘이 가득 차 있단 말인가” 하며 사람들은 놀라고 감탄했었다.

이는 분명 그분이 보이신 진리에 대한 확신, 존재와 생명과 영혼에 대한 사랑, 그리고 하느님 아버지에 대한 완전한 믿음에서 우러나온 카리스마 때문이었으리라.

그래서 그분을 주님으로 모시고 사는 교회에서는 기름부음과 성령과 카리스마를 동일시하는 예들이 많다. 세례 때 믿는 이들은 예수님이 지녔던 진리에 대한 권위와 힘을 세례를 통한 성령의 카리스마로 받아 세상을 변화시키는 ‘빛과 소금’의 존재 역할로 부르심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때문에 하느님의 자녀가 된 모든 크리스천은 세례를 통해 받은 성령의 카리스마를 보존하고 키워나가야 한다. 카리스마도 키우지 않으면 시들기 때문이다. 카리스마를 키운다는 말은 목에 힘주어 인위적으로 인간적인 권위를 내세움이 아니다. 하느님의 말씀과 성령으로 옛 삶을 변화시켜 ‘새 사람’이 되어 새롭게 사는 것을 의미한다. 성경에서는 새 사람은 ‘올바르고 거룩한 진리의 삶을 사는 사람’이라고 했다.

말과 행동이 일치할 때 거기에 권위와 힘이 실리게 되어 있다. 참된 카리스마는 그 때문에 주위를 변화시키는 힘을 지닌다. 이 고귀한 카리스마를 지닌 크리스천들은 그래서 날로 새롭게 변화되어야 하는 것 아닐까.

김 재 동
<가톨릭 종신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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