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 일상, 깨달음- 중국 올림픽의 성공과 그늘

2008-08-2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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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올림픽 기간에 북경에서 현지 특수교육교사 훈련이 있었다.

짧은 기간 동안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짜인 프로그램으로 인해 올림픽 구경은 꿈도 못 꾸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훈련을 받는 학생들이나 학교 관계자 그 누구도 올림픽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듣지 못했다. 우리가 88 올림픽 때나 2002 월드컵 때 온 국민과 재외동포들까지 난리를 치던 것을 생각하면 이상해도 한참 이상한 일이었다. 거리와 상점에서도 올림픽의 열기를 느낄 수가 없었다. 올림픽 경기를 함께 보며 환성하는 그 흔한 모습도 보지 못했다.

하도 이상해서 물어보았다. 한결같이 돌아온 그들의 대답은 “올림픽 때문에 죽을 지경이다”는 것이었다. 7년 전 올림픽 유치가 결정되었을 때 정말 중국인들은 모두 환호했다고 한다. 그런데 올림픽이 가까워 오면서 주민들이 겪어야 하는 불편은 가히 박해수준이었다. 올림픽 한참 전부터 크고 작은 공사가 일제히 중단되었다. 매연을 줄이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북경 외부에서 들어오는 모든 차량과 방문객들이 철저히 통제되었다. 북경에 갈 때마다 보았던 그야말로 도로를 덮었던 사람과 차, 그리고 자전거 행렬을 이번에 볼 수 없었다면 상상이 가리라. 더 놀라운 것은 경기장으로 이어진 도로마다 올림픽 전용차선을 만든 일이다. 그것도 4차선 중 2차선을 할애했다. 당연히 차량이 거의 없었다. 올림픽 주경기장을 비롯, 선수촌, 그리고 모든 경기장은 철책이 쳐져 접근자체가 불가능했다. 심지어는 경기장으로 연결되는 지하철은 엄중 검색은 물론이고 티켓이 없으면 지하철 승차까지 거부될 정도였다.


모든 것은 테러방지와 원활한 경기운영을 위한 희생이라고 말하지만 중국 사람들은 알고 있었다. 그들은 “중국의 완벽함을 세계만방에 나타나기 위해 철저히 백성들을 무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만나는 사람마다 경기장에 가지 않느냐고 물어보았지만 가고 싶지만 티켓을 구할 수가 없다고 했다. 공식적으로 티켓은 매진되었으나 경기장이 텅 빈 채 경기가 진행됐다. 이런 설명을 듣고도 도무지 믿을 수가 없어 주경기장을 구경이라도 하고 싶으니 남은 시간에 잠간만 데려다 달라고 했다. 갈 수 없을 것이라며 망설이는 형제를 달래 그냥 차타고 빙 돌기만 하겠다고 해서 갔다. 주경기장 반경 약 200미터에 철책 펜스가 둘러져 있었고 경기장 주변은 교통이 통제되고 있어서 차에서 내려 20분 정도 걸어 주경기장에 갔다. 철책 바로 앞에는 총을 든 군인들이 50미터 간격으로 지키고 있었다. 마치 휴전선에 온 느낌이었다.

중국 정부의 목표는 오직 ‘위대한 중국’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기에 돈을 어마어마하게 들여 최첨단 시설을 세우면서도 돈벌이는 차단하고 있었다. 올림픽 기간 중 관광객이 오히려 반으로 줄었다고 한다. 비자를 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완벽한 올림픽과 세계최고 중국을 보여주기 위한 목표는 일단 대성공으로 보인다. 월등한 성적으로 1등을 하고 약간의 불미스런 해프닝은 있었어도 안전한 올림픽이 되었고 세계정상 100여명이 악수를 하려고 달려온 최대의 올림픽. 중국정부는 속으로 웃음을 짓고 있다. 보여줄 것은 마음껏 보여주었고 보여주고 싶지 않은 것은 완벽하게 막은 잘 계산된 올림픽이었다.

엄청난 경제적 짐을 지게 된 이번 올림픽이지만 정부의 목표로 따진다면 엄청한 흑자다. 이런 국가적 목표 때문에 경기 관람은커녕 올림픽 공원도 가지 못하는 슬픈 처지-아이러니컬하게도 중국인들은 올림픽 공원 입장이 거부되었다-에 있는 중국 인민들을 보면 중국이 갈 길이 한참 멀어 보인다. 국민의 행복이 목표인 나라가 건강한 나라다. 중국은 분명 강국 대국이지만 건강한 나라는 아니다. 그러기에 무서운 나라이다. 언제든 국민을 통제할 수 있는 표범의 발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놓고 있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김 홍 덕
(목사·조이장애선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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