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검은 대륙의 ‘한인 슈바이처’

2008-08-2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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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대륙의 ‘한인 슈바이처’

사랑의 의술로 절망의 땅에 희망의 씨앗을 뿌리고 있는 ‘수단의 슈바이처’ 이태석 신부는 “나눌 때 우린 비로소 행복해진다는 진리를 성령쇄신대회에서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 수단 톤즈 마을서 의료선교 이태석 신부

흙탕물 마시는 원주민 생활보고 충격
교사·의사·공사장 일꾼으로 8년째 봉사
주말 ‘남가주 성령쇄신대회’서 강연
“21세기에 굶어 죽는 사람이 있다면 가진 것 나누지않는 우리들의 책임”

“치박~”(안녕하세요?)


아프리카 말로 인사하는 그의 얼굴은 오랜 세월 콩밭 맨 사람처럼 구릿빛이었으나 가슴에서 흘러나는 사랑으로 인해 해처럼 훤했다. 슈바이처처럼 의사로서 아프리카의 흑인들을 위해 썩어지는 밀알의 삶을 살고 있는 이태석(45) 신부.

오랜 내전으로 피폐해진 수단 남부의 톤즈 마을(인구 5만명)에서 흑인 딩카족을 위해 8년째 의사, 교사, 건축공사장 일꾼 등 일인다역을 맡고 있는 그가 난생 처음 미국을 찾았다. 남가주 성령쇄신대회 강사로 초청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 신부가 ‘어둠의 땅’ 아프리카로 떠난 것은 지난 2001년 10월. 사제서품을 받은지 4개월만이었다.

“톤즈는 너무도 헐벗고 굶주리고, 나병, 결핵, 말라리아 환자로 넘쳐나는 곳입니다. 유목민이기에 농사를 지을 줄 몰라 죽으로 연명하고 강의 흙탕물을 그대로 마시는 미개한 사람들…. 정말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지요.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동네라고나 할까요.”

부산에서 성장한 그는 어린 시절부터 “신부가 되어 가난한 사람을 돕고 싶다”는 꿈을 키웠다. 하지만 형(가디나 소재 성프란치스코 한인천주교회 주임 이태영 신부)을 떠나보내고 몹시 섭섭해 하는 어머니 때문에 오래 참다 91년 군의관으로 제대하기까지 가슴 속의 ‘성소’(calling)가 변치 않아 그 해로 살레시오 수도원에 입회했다. 부산 인제대학교 의대 출신(81학번)인 그는 결국 광주 가톨릭대학교(철학)와 로마 살레시오대학교(신학)를 졸업하고 38세에 늦깎이 사제가 됐다.

“평소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곳, 가장 버림받은 곳으로 가고 싶었어요.

로마에서 공부하던 1999년 여름 아프리카 선교 결심을 굳히고 케냐를 찾았다가 우연히 수단에서 선교하던 제임스라는 인도 신부를 만났습니다. 그의 권유로 톤즈를 10일간 방문했는데 원주민들의 생활상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바로 ‘아, 여기서 살아야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는 밤에는 하얀 이빨 밖에 보이지 않는 지상에서 가장 검은 사람들이 사는 곳, 사하라 사막이 있어 최고기온이 여름엔 섭씨 40~50도, 겨울엔 30~35도까지 올라가는 곳, 북쪽 아랍족과 남쪽 원주민간 내전이 25년간 계속된 수단으로 가 불쌍한 그들을 위해 병원과 학교 건물을 세웠다.


그는 전기도, 전화도 없는 그 지역의 유일한 의사. 직접 만든 태양열 발전설비를 이용하는 병원에서 현지인 간호사 8명과 함께 환자들을 보살핀다. 다행히 최근에 한국에서 여의사 한 명이 1년 일정으로 와서 그를 돕고 있다. 그의 하루는 눈코 뜰 새 없다. 하루 100~150명의 환자들을 보고 학교에서 수학과 악기를 가르치고 아이들과 공을 찬다. 가톨릭 청소년 가스펠송집에 실린 ‘묵상’이란 성가를 작곡했을 정도로 음악성이 뛰어난 그는 현지에서도 아프리카 선교사 꼼보니 신부를 기리는 노래 ‘꼼보니’와 남북 수단의 평화회담을 기념한 노래 ‘I’ll Give You Peace’를 작곡해 히트시켰다.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음으로써 많은 열매를 맺게 되는 진리를 확인시키는 이 신부의 봉사는 KBS 프로그램 ‘한민족 리포트’와 책 ‘아프리카의 햇살은 아직도 슬프다’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그에 의해 베풂의 삶이라는 ‘아름다운 바이러스’에 전염된 많은 한국인들이 인터넷 카페(cafe.daum.net/WithLeeTaeSuk)를 통해 1년 학비가 15달러에 불과한 수단의 학생들을 돕고, 일부 미주 한인들도 동참하고 있다.

“21세기에도 굶어 죽어가는 사람이 있다면, 약이 없어 죽어가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의 책임입니다. 식량이나 약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우리에게 나눔의 정신이 없어서이기 때문입니다. 누구를 불쌍히 여기기에 앞서, 자연스런 나눔은 자신을 위해서도 필요한, 우리의 믿음생활을 완성시키는 큰 복임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한인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말을 묻는 질문에 대한 그의 답이 깊은 울림을 주었다.

한편 성령쇄신대회는 23(토)~24일(일) 다운타운 소재 LA 테크니컬 칼리지 그랜드 극장(400 W. Washington Bl., LA)에서 열린다.

수단 관련 문의 sdbgiolee@gmail.com
<글·사진 김장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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