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먹는 장사 이렇게 하라-프로답게 일하자

2008-08-1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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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한인타운의 유명한 음식 백화점에 갔다. 평일 저녁이라 그렇게 붐비지는 않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나도 무엇을 먹을 것인가 생각하면서 이 가게 저 가게를 둘러보았다. 그런데 대부분 가게의 종업원들이 유니폼을 입고 있지 않았다. 거의 평상시 입는 옷에 깨끗하지 않은 앞치마를 하나 두르고 일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진한 화장에 머리는 단정하지 않게 한 채 음식을 내주는 아주머니를 볼 때는 참 안타까운 마음마저 들었다. 음식을 만들거나 다루는 사람은 모자를 쓰던지 아니면 머리를 묶어야 하는 것이 시에서 원하는 위생지침이다. 하지만 그분은 동창회 모임에 참석할 모습이지 전혀 식당에서 일할 분위기는 아니었다.
나는 그래도 통일된 유니폼을 입고 있는 가게에 가서 음식을 주문했다. 손님이 없어서인지 일하는 종업원은 주방에 있다가 나와서 주문을 받았다. 그리고 나서 그 종업원은 다시 주방으로 가서 음식을 만들었다. 그런데 그 분은 돈을 만진 손으로 음식을 만지고 담는 것이었다. 나는 음식을 받으면서 돈을 만진 손으로 음식을 만지면 안 좋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분은 바빠서 그랬다고 변명을 했다. 물론 그분의 말처럼 너무 바빠서 정신없이 일하다 실수를 할 수는 있다. 하지만 나는 그분의 일하는 자세를 보면서 어떤 전문가라기보다는 대충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식당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자기 일에 대한 최소한의 프로정신은 필요하다. 주말에 건강을 위해서 골프를 치는 사람과 최경주 선수처럼 프로대회에 출전하여 골프를 치는 사람과는 그 자세부터 같을 수가 없다. 프로선수가 골프를 칠 때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최선을 다하지만 아마추어는 별로 부담 없이 경기에 임한다. 이런 관점에서 프로정신을 가지고 식당일을 한다는 것은 집에서 식구들에게 밥을 해서 같이 먹는 것과는 크게 차이가 나야 한다.
프로처럼 일하려면 음식을 만드는 사람은 자신이 만드는 음식에 자부심을 가질 정도로 정성을 다해서 만들어야 하고 손님을 접대하는 사람들도 손님이 즐거운 마음으로 식사를 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프로가 되기 위해서 해야 할 첫 번째는 유니폼을 입는 것이다.
유니폼을 입으면 손님들에게는 깔끔하고 전문성을 가진 이미지로 받아들여지고 일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같은 일을 한다는 동류의식이 생기는 두 가지 이점이 있다. 또한 자부심을 가지고 일을 해야 한다. 물론 식당에서 일하는 것이 의사나 변호사처럼 전문직은 아니다. 하지만 대충 음식을 만들고 그저 음식만 나르는 것이 아닌 맛있게 음식을 요리하며 손님들이 만족하게 서비스를 하는 것도 아무나 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사실 식당일은 힘들고 고되다. 또한 쉽게 시작하고 그만둘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식당에서 일하는 분들이 생활을 위해서 마지못해 일하는 것이 아닌 식당일에 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럴 때 본인은 좀 더 즐겁고 재미있게 일을 할 수 있을 것이고 손님들은 좀 더 질 높은 음식과 서비스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핵심

1. 유니폼을 입는 것은 창피한 일이 아니다. 가장 기
본적인 것이다.
2. 일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이 없으면 일이 더 힘들
게 느껴진다.
3. 프로는 전문적인 지식과 최선을 다하는 열정이 합
쳐질 때 될 수 있다.

이재호(와우 벤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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