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먹는 장사 이렇게 하라-한 가지를 잘하자

2008-08-0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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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전 내가 처음 창업한 식당은 다운타운에서 한식과 중식을 같이 파는 조그마한 가게였다. 그때까지 식당운영의 경험이 없었던 어머니와 나는 한식 주방장 아저씨를 고용하여 음식을 만들었다. 하지만 몇 달이 지나도 매상은 오르지 않았고 조급해 하는 우리를 보면서 주방장 아저씨는 새로운 메뉴를 계속 만들자고 주장했다. 그렇게 한두 개씩 음식의 수를 늘리다 보니 우리 가게는 찌개, 생선구이, 볶음, 그리고 분식까지 수십 가지나 되는 음식을 만드는 식당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재료 구입비가 늘었고 그 많은 음식을 준비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었으며 아울러 음식의 신선도는 메뉴의 수가 늘면 늘수록 떨어졌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손님이 많아지면 모든 것을 참고 할 수 있겠지만 새로운 메뉴를 시작해도 잠시 반짝 손님이 늘었다 다시 원상으로 돌아가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그렇게 6개월을 버티던 나는 과감히 주방장 아저씨를 해고하고 우리가 가장 잘 만들 수 있는 음식 한 개로 다시 시작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맛없는 여러 메뉴보다는 한 가지라도 정말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단골을 잡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을 했다. 나는 어머니와 상의하여 어머니가 가장 잘 끓이는 사골 우거짓국을 집에서 먹던 그 맛 그대로 만들어 팔기로 했다. 그리고 조미료를 타서 쉽게 맛을 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힘들지만 집에서 끓이던 방식 그대로 오랜 시간 끓인 사골국물에 신선한 풋배추를 넣어 정성으로 만들었다.
갑자기 여러 가지 음식을 팔다가 한 가지 메뉴만을 파는 것에 불평하던 손님들도 우거짓국의 맛에 감탄하여 또 다른 손님들과 함께 우리 가게를 찾았다. 정말 사골 우거짓국만큼은 누구보다도 맛있고 정성스럽게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반년을 열심히 일했다. 그리고 우거짓국은 우리 가게의 주력상품으로 유지하면서 다시 조금씩 메뉴를 늘리기 시작했다. 손님들은 우리 가게를 떠올릴 때 우선 맛있는 우거짓국을 생각하면서 다른 음식도 맛있게 만들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 이후로 음식이 깔끔하고 집에서 먹는 음식 같다는 좋은 이미지를 가진 식당이 되었고 당연히 손님도 많이 늘어나게 되었다.
요즘 식당을 경영하는 한 사람으로 참으로 심각한 불경기라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주위를 보면 이런 어려움을 헤쳐 나가려 음식 값을 내리기도 하고 새로운 메뉴를 시작했다고 대대적인 광고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선은 손님들의 머릿속에 딱 떠오르는 한 가지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다고 모든 가게가 한 가지만 파는 전문점이 되라는 것은 아니다. 여러 가지 음식을 팔아도 그 한 가지 음식만은 가장 좋은 재료를 쓰고 열과 성의를 다해서 어떤 누구보다도 맛있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면 광고를 하지 않아도 입 소문이 나고 그런 좋은 이미지를 통하여 충성고객은 많아지면서 새로운 손님도 끊임없이 늘어나게 된다.
좋은 예로 여러 가지 메뉴가 있지만 고등어조림을 잘해서 유명해진 한식집, 동치미 국수가 맛있어 항상 손님이 넘치는 구이전문집 등 주위를 보면 한 가지를 잘해서 가게 전체의 브랜딩을 높이고 성업 중인 식당을 많이 볼 수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경기가 안 좋을 때일수록 한 가지를 선택하고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그 선택한 음식만은 세상 누구보다도 맛있고 정성스럽게 만들어 손님들에게 다가가야 한다.

이것이 핵심

1. 가게의 성공과 실패는 입소문이 날만큼 맛있는 한 가지 음식을 만드는데 있다.
2. 잘 된다고 음식의 질이 떨어지면 안 된다. 특히 주력 메뉴는 더 신경 쓰고 맛을 일관되게 유지하라.

이 재 호(와우 벤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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