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마음 들여다 보기- 음식과 마음의 병

2008-08-02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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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을 ‘웰빙시대’라고 한다. 모든 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웰빙(well-being), 잘 존재할 수 있을까가 중요 이슈가 되었다는 말이다. 웰빙을 위한 최대 관심사는 음식이다. 어떻게 해야 잘 먹고 잘 사느냐, 그것이 질문거리이다. 그리고 이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무슨 병에는 무슨 음식을 먹어야 좋다는 많은 건강공식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마음의 병도 어떤 음식과 상관있는가?

근본적으로 모든 몸의 병은 마음에서 온다. 마음이 먼저 병이 들고 몸에 병 걸리는 것이 순서이다. 때문에 웰빙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마음에 병이 들었는가를 살펴야 한다. 마음의 병은 주로 관계의 문제로 인한 스트레스에서 온다. 배우자와 갈등이 많은 결혼생활, 시집과 친정식구들과 얽히고설킨 문제, 말썽 많은 자녀문제, 직장과 비즈니스에서 오는 인간관계 문제 등이 우리의 마음을 병들게 한다. 그래서 마음은 분노와 미움, 원한, 열등감과 부적합한 느낌, 회한과 후회, 집착과 강박, 우울과 열등감, 또 두려움, 죄책감들로 병증이 깊어간다.

그러면 이러한 마음의 병들을 고치기 위해서 먹어야 할 혹은 먹지 말아야 할 음식이 있는가?


있다. 음식과 정신건강의 상관관계를 연구하는 영양심리학의 많은 연구 결과들은 현대인들의 고당분, 고지방, 고염분식의 음식습관이 정서를 불안하게 하고, 성급하고, 충동성으로 분노조절을 못하며 더 폭력적이 되게 만든다고 한다.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것을 풀기 위해 달고 짜고, 맵고, 기름기 있는 자극적인 음식을 더 찾게 된다. 이러한 음식들은 일시적으로 위로감을 주는 컴포트 푸드(comfort food)지만, 결국에는 몸과 마음을 상하게 한다.

특히, 바쁘고 빠른 시대에 즐겨먹는 가공식품과 인스턴트 음식들은 마음의 병을 부채질하는 음식들이다. 어린 시절부터 첨가물과 방부제, 설탕과 소금, 기름기가 많이 들어 있는 인스턴트 음식을 많이 먹으며 자라는 아이들은 주의력이 없어지고, 산만해지고, 즉흥적이고 성급해진다. 요즘 들어 ADHD(집중력 결핍과 과잉 행동증) 진단을 받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나 많은 청소년 비행이 음식물과 깊은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이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가족들의 건강을 위해 음식물이 성격과 정서상태에 미치는 영향에 주의를 기우려야한다.

마음을 병들게 하는 음식들은 무엇인가? 우리의 몸을 산성화시키며 인체 저항력을 떨어뜨리는 육류나 설탕음식, 고도로 정제된 흰쌀과 흰밀가루 음식, 짜고 매운 진한 음식은 정신을 산만하게 하고 정서를 불안하게 만든다. 정신이 안정되지 못하면 폭넓은 사고력, 주의력, 상상력, 남에 대한 포용력 등이 떨어진다. 그러면, 경쟁과 충동과 욕심을 자제하지 못하게 돼 더 스트레스를 받고, 스트레스를 풀려고 진한 음식들을 또 먹게 되면서 악순환의 사이클을 돌리게 된다.

항산화물질과 섬유질이 많은 과일과 야채, 고기의 지방보다 불포화지방산이 많은 콩 종류과 견과류, 현미와 같이 정제되지 않은 곡식은 머리를 맑게 하며 정신을 안정시킨다. 정신이 안정되고 맑으면 삶에 대한 시각이 넓고 융통성과 포용력이 생기며 분노조절이 잘된다. 그러면 덜 경쟁적이고 덜 강박적이 되어 스트레스 대처능력이 좋아지면서 마음에 병이 쌓이지 않는다. 이렇게 마음이 건강해지면 몸도 건강해지는 전인적 웰빙을 할 수 있게 된다. 식생활을 바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말고 한 가지씩 바꾸어나가면서 정말, 웰빙-잘 먹고 잘 존재하자.

서경화
<임상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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