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두레마을 이야기- 우리의 근본은 무엇인가

2008-08-02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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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추라기와 자고새, 닭, 칠면조, 오리, 거위 등 본래는 하늘을 훨훨 날으며 자유로움을 누렸을 많은 새들이 본래의 모습을 떠나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곳 베이커스 필드에는 여느 곳과 마찬가지로 인공으로 조성된 호수들이 여러 개 있는데 호수마다 오리들이 있는 것을 볼 수가 있습니다. 이 오리들은 누가 가져다 놓았는지, 아니면 다른 곳에서 날아와 이 호수에서 텃새가 되어 버렸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오고가며 던져주는 먹이를 받아먹어서인지, 또는 호수 안에 사는 고기를 너무 많이 먹어서인지 살이 너무 쪄서 더 이상 나는 것이 불가능해 보이는 오리들도 있습니다.

이 지역에 사는 텃새들에 대해 누군가가 말하기를 처음에는 추운 알래스카의 추위를 피해 철새들이 남쪽으로 내려오다가 물이 있는 곳에 내려앉아서 쉬면서 먹이를 먹게 되었답니다. 그중 더러는 먹이가 풍족하거나 기온이 적당해서 날아가지 않고 그곳에 머물러 살게 된 철새들이 시간이 점점 흐르면서 점차 변하여 텃새가 되었다고도 합니다. 외래종이 오랫동안 그 땅에 적응하면서 토종 행세를 하는 식물세계와도 비슷합니다. 적응하며 산다는 것이 좋은 일이기도 하지만 슬픈 일이기도 합니다. 몸이 무거워진 오리들은 더 이상 힘차게 멀리 날아오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과일나무의 최종 목표는 열매를 맺는 것이 아니라 다시 땅으로 돌아가는 것이라 믿습니다. 열매도 익으면 익을수록 땅을 향하는 것이 그 증거이고 잎사귀도 땅을 향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본질은 땅 속에 감추어져 보이지 않는 뿌리입니다.

인생은 끊임없이 흘러가야 하는 피를 닮았습니다. 피는 멈출 수가 없습니다. 피가 혈관 속에서 멈춘 것을 어혈이라 하고 이 어혈은 말 그대로 병든 피를 말하는 것입니다. 입이 아무거나 마구 몸속으로 받아들여 피를 더럽게 하면 그것들이 점차 어혈이 되어 그 어혈이 있는 부위가 차가워지게 되어 있는 것입니다. 피가 잘 흐르는 아이들의 몸은 항상 따뜻하지만 피가 어혈 등으로 인해 잘 흐르지 못하는 사람은 몸이 차가워지는 것입니다. 사람은 스스로 어혈이 되고자 하는 습성이 있습니다. 한 곳에 안주하여 머물고자 하는 욕구가 바로 그것입니다.

개인이 비대해지면 비만인이라 하는데, 그 비만은 여러 병을 일으키는 요소가 됩니다. 몸이 먹은 만큼 움직이지 않았을 때 생기는 현상입니다.

교회의 본질은 크고 작음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대체로 큰 교회가 좋은 교회라고 하지만 그렇지가 않습니다. 큰 교회는 가난한 이들이나 고통당하는 이들을 위해서 자신을 비울 때 좋은 교회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작은 교회 역시 마찬가지겠지요. 교회는 하늘의 뜻을 이 땅에 전하는 도구입니다. 적으면 적은 대로 크면 큰 대로 스스로를 비워서 가난하게 되어, 가난해진 그곳에 하나님의 은총을 가득 채워 사랑의 모습으로 사랑이 필요한 세상에 잘 날라주면 되는 것입니다. 비대해지고 있는 것은 사람과 교회만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전반적인 사회의 현상입니다. 그래서 날지 못하는 닭과 오리, 거위와 칠면조를 닮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두레마을에서는 그간 사모수련회, 목회자 몸 비우기, 대학생캠프, 청소년캠프 등을 이미 진행했거나 진행해 나가고 있습니다. 끊임없이 사람들이 왔다가 떠나기를 반복하면서 건강하게 살아있음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 스스로가 죄에 가려서 어딘가 한구석에 매여 살아가는, 먹이로 몸이 비대해져서 자신이 하늘을 나는 존재임을 잃어버린 오리처럼 살아가는 것입니다. 점점 뜨거워지는 여름철에 길을 떠나 자연의 여유로움 속에서 본인이 가고 있는 길, 길 위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과의 관계 등을 점검해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조규백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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