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엄마의 일기- 승욱이 이야기

2008-08-02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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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보석

남가주 밀알선교단과 함께 집회를 다니고 있다. 교회를 방문하여 승욱이 이야기를 통해 함께 은혜를 나누는 시간을 갖고 있다. 승욱이를 소개하는 영상이 나가면 난 그저 눈물이 난다. 100번을 봐도 100번 똑같은 감동과 감격을 받는데 그 마음은 아무도 모를 것이다. 승욱이를 낳았을 때 아이가 앞을 전혀 보지 못하는 것을 알고 내가 얼마나 괴로워했었는지. 승욱이를 다시 데리고 가 달라는 기도를 또 얼마나 했는지. 현실이 너무 두렵고 무섭고 창피하고 감당키 어려워 난 석달 열흘을 어두운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물론 사람들도 만나기를 꺼려하며 집에 걸려오는 전화도 받지 않고 정상적인 생활을 거의 하지 못했다. 우린 그런 사람을 폐인이라고 부른다. 그런 폐인 같던 내가 강단에 올라 사람들에게 말씀을 전하는 것이 얼마나 기적 같은 일인지 모른다.

매번 강단에 올라갈 때 눈물이 줄줄 나는 것은 9년 전 내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떠오르기 때문에 그렇다. 절망에 가득 찬 젊은 엄마가 아이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그 모습이 떠올라서 그런 것이다. ‘이 아이를 어떡하지? 이 아이를 앞으로 어떻게 키우지? 이 아이를 어떻게 숨기지?’ 내 머릿속에는 앞 못 보는 아들을 어떻게 숨기는 가로 온통 가득했었다. 그랬던 엄마가 사람들 앞에 서게 되다니… 참 놀라운 일이다.


집회를 다니면서 항상 많은 분들을 만나게 된다. 물론 한국일보 독자들을 제일 많이 만나고 또 장애가족을 만나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이다. 매번 집회를 갈 때마다 꼭 만나게 되는 분들이 있다. 집회를 마치고 인사를 하며 입구에 서 있으면 내 옆을 뱅뱅 배회하시는 분들이 계시다. 내가 사람들과 인사가 다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조용히 다가오시는 분들이 계시다.

눈가에 눈물이 가득 맺혀 있는 그분들이 나에게 아무 말 하지 않아도 느낌으로 알 수가 있다. 가족 중에 장애가 있는 분들이 꼭 나에게 와서 깊이 포옹을 하신다. 나를 안고 귓속말로 “저희 가정에도 장애인이 있습니다. 집사님의 말씀에 많은 도전받고 갑니다. 이제 저희 가정도 세상으로 나올 겁니다. 응원해 주세요.”

남들에게 고백할 수 없는 말을 나에게 말씀해 주실 때 그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나도 그저 눈으로 인사를 하며 눈물을 흘리게 된다. 남들은 모르지만 나에게 와서 귓속말을 하는 그 분의 마음을 내가 십분 아니 그저 마음이 쨘 해져서 눈물이 나는 것이다.

얼마 전 시카고 밀알의 밤에 갔을 때의 일이다. 집회를 마치고 사람들과 인사를 거의 마칠 무렵 젊은 남자분이 내 앞에 섰다.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저… 저는 이런 집회 태어나서 오늘이 처음입니다.” “그러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큰아이가 장애가 있어요. 장애단체에서 하는 집회에 여러 번 오라고 권유는 받았는데 그런 거 있잖아요. 남의 큰 아픔을 보고 나의 작은 아픔을 위로받는 것이 싫고 이기적이란 생각이 들어 이런 곳에 나오질 않았습니다.” 난 가볍게 웃으며 “그런데 오늘은 어땠어요?” “그냥 감사합니다. 앞으로 장애단체에 우리 아이와 더 적극적으로 나올 겁니다. 저 오늘 밀알식구들도 처음 봐요. 너무 부끄럽네요.” “그래요? 오늘 정말 처음이세요? 정말 감사해요. 이렇게 참석해 주셔서…”
가는 곳마다 숨은 장애가족들을 만나니 숨겨진 귀한 보석을 캐는 듯하다.

그 보석이 세상 밖으로 나와 빛나게 해주는 것이 나와 승욱이의 일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집회를 다니면 힘들고 피곤할 때도 있다. 주일은 승욱이와 함께 교회를 방문하기에 주일 아침 일찍부터 승욱이 간식이며 필요한 것들을 미리 준비하고 또 두 배의 에너지가 드니 주일 집회를 마치고 돌아오면 몸은 파김치가 된다. 그래도 갈 때마다 이렇게 숨겨진 보석들을 만나는 그 자체가 너무 귀하고 기뻐서 언제나 집회를 갈 때마다 기대가 된다. 오늘도 난 그 보석들을 캐는 꿈을 꾼다. 다이아몬드, 루비, 사파이어, 진주… 하나님이 아름답게 만들에 세상에 보낸 귀한 보석들 말이다. 제발 세상으로 나와 빛을 발하길 간절히 소망한다. 보석들이여, 세상으로 당당히 걸어 나오십시오!!!!

김 민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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