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패스트 패션’

2008-08-02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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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미티드 에디션 알아보면

옷에도 유통기한이 생기고 있다. 그만큼 패션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고가에 대한 망설임으로 세일기간을 기다렸다가 장만한 옷은 이미 철 지난 느낌으로 다가오고, 소장가치를 따지며 어렵게 장만했던 명품도 한 철 들고 나니 유행에 뒤지는 기분이다. 그렇다고 빠른 유행에 대응하자니 얄팍한 지갑이 야속하다. 요즘처럼 경제사정이 어려울 때 더욱 더 빛을 발하는 곳이 있으니, 바로 ‘패스트 패션’(Fast Fashion) 매장이다. H&M과 자라, 망고 등의 패스트 패션이 폭발적으로 성장하자 유명 디자이너와 스타들이 너도나도 이들과 손잡고 한정판 협업 라인을 선보이고 있다. 착한 가격으로 명품 ‘필’을 내는 패스트 패션의 디자이너 리미티드 에디션을 소개한다.

유명 디자이너·아티스트·스타 등과 손잡고
타겟·H&M·갭 등 대형 할인점서 한정 판매


디자이너 리처드 최 컬렉션 타겟서 8월 한달 간 선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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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십 걸’ 스타일에 열광하는 패션 블로거들이 기다리는 날이 있다. 바로 내일(8월3일), 대형 할인점 ‘타겟’(Target)이 12번째로 선보이는 리처드 최(사진·Richard Chai)의 리미티드 에디션 컬렉션 ‘고 인터내셔널’(GO International) 출시일이다.

리처드 최는 2001년 마크 제이콥스가 세컨드 라인 ‘마크 바이 마크 제이콥스’를 런칭할 당시 수석 디자이너로 일했다. 이후 니트 가디건으로 유명한 TSE의 패션하우스 확장 프로젝트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발탁됐고, 2004년 뉴욕 컬렉션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 ‘Richard Chai’를 선보이자 단숨에 오트 쿠틔르에 영향을 미칠 ‘뉴 아시안’으로 부상했다.

섬세하고 여린 감성으로 구시대적 테크닉과 혁신적인 테일러링을 조화시키는 디자이너로 유명한 리처드 최가 타겟의 고 인터내셔널을 통해 선보이는 컬렉션은 ‘시크하고 입어서 편안한 옷’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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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트윌 재킷 39.99달러, 레이서백 그리피티 로즈 프린트 탱크 12.99달러, 블랙 코듀로이 버뮤다팬츠 26.99달러. Target Go Internatio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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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트윌 재킷 39.99달러, 레이서백 그리피티 로즈 프린트 탱크 12.99달러, 블랙 코듀로이 버뮤다팬츠 26.99달러. Target Go International.

세련된 테일러 메이드 세퍼레이츠와 시크한 드레스가 주 아이템으로 리처드 최 특유의 정교하면서 클래식한 테일러링이 돋보인다. 특히, 낙서하듯 그려진 장미 프린트와 잭슨 폴락의 기법을 활용한 페인트 브러시 스트라이프 새틴 드레스, 조젯 크레이프 스커트, 저지 탱크 등은 미리 공개된 사진만으로 패션 블로거들의 환호를 받고 있으며, 새틴 턱시도 레이서백 드레스, 플레이드 트렌치코트, 가죽조끼, 컬러블럭 프론트-타이, 드레스, 롱 가디건, 코듀로이 버뮤다 반바지와 카튼 트윌 재킷 등으로 연출한 레이어드룩은 올 가을 머스트 해브 아이템으로 등극할 듯하다. 리처드 최의 리미티드 컬렉션은 내일(3일)부터 8월 한달 간 온라인(Target.com/ go)과 오프라인(타겟 스토어)을 통해 판매되며 가격은 12.99달러부터 79.99달러까지이다.

유명 디자이너의 리미티드 에디션을 출시한 선두주자는 스웨덴 패스트 패션 브랜드 H&M이다. 2004년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의 디렉터 칼 라거펠트가 H&M과 협업라인으로 100달러 미만의 화이트 셔츠를 내놓았고, 스텔라 매카트니, 빅터 앤 롤프, 로베르토 카발리 등이 협업라인 출시에 줄줄이 합세했다. 올 가을에는 H&M의 도쿄 매장 오픈을 기념해 ‘콤 데 가르송’의 유명 디자이너 레이 카와쿠보가 협업 라인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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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인의 컨템포러리 아티스트들이 디자인에 참여한 갭(GAP) 아티스트 티셔츠. 28달러.

미국의 패스트 패션인 갭(Gap) 역시 2007년 4월 두리 정, 케이트 앤 로라 멀리비, 타쿤 파니쿤의 리미티드 에디션 컬렉션을 필두로 필립 림, 마이클 배스티안, 쓰리애즈포 등 뉴욕의 신진 디자이너들과 함께 화이트 셔츠 컬렉션을 내놓고 있다. 특히 올해는 패션 디자이너에서 아티스트로 그 영역을 확대해 위트니 뮤지엄과 협력 아래 13인의 유망 아티스트들과 아티스트 티셔츠 라인을 내놓기도 했다.

패스트 패션의 명품 ‘필’ 내기는 유명 디자이너들뿐만 아니라, 모델과 스타들까지 합세해 그들의 끼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자신들만의 독특한 패셔니스타로서의 면모를 더한 디자인은 패스트 패션에 생기를 불어넣어 친근감 있는 스타일을 어필한다.

가장 유명한 라인이 수퍼모델 케이트 모스가 영국 패스트 패션 브랜드 ‘탑샵’(Topshop)을 통해 선보인 케이트 모스 라인이며, 스페인 패스트 패션 브랜드 ‘망고’(Mango)는 할리웃 스타 페넬로페 크루즈와 그녀의 여동생이 함께 진행하는 리미티드 라인으로 섹시한 유러피안 스타일을 제시했다. 영화배우 밀라 요보비치는 카르멘 호크와 함께 ‘요보비치-호크’ 레이블로 타켓의 리미티드 컬렉션 ‘고 인터내셔널’의 10번째 협업라인을 생산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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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시 팝 가수 마도나가 디자이너로 참여한 H&M의 ‘M by Madonna’는 마도나가 직접 모델로 나서 홍보를 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에는 섹시 팝스타 마도나가 디자이너로 참여한 브랜드 ‘M 바이 마도나’(M by Madonna)가 H&M을 통해 진출했다. 마도나와 H&M의 수석 디자이너 마가레타 반 덴 보시가 공동 작업한 브랜드로, 당시 가죽 트렌치코트, 크림색 반바지 정장, 재킷 등을 16달러에서 295달러선 중저가로 판매해 인기를 끌었다.

패스트 패션의 진원지는 H&M, 자라, 망고 등 유럽이다. 거리에서 같은 옷을 입은 사람 만나는 것을 최악으로 여기는 개성 강한 유럽인에게 패스트 패션이 어필했다는 것 자체가 놀랍다. 일주일 단위로 신제품을 소량 생산해 출시한 뒤 남은 것은 폐기처분하는 전략. 명품보다 더 희소성을 자랑하는 SPA (Specialty store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형 브랜드가 제대로 먹혀들어간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전통적으로 유럽의 멋쟁이들은 ‘믹스 앤 매치’에 강하기 때문에 패스트 패션이 붐을 일으킬 수 있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재킷이나 코트 같은 주요 아이템은 값비싼 명품 브랜드에서 구입하는 대신 탱크 탑, 티셔츠 등 가벼운 아이템들은 패스트 패션 브랜드에서 구입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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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리처드 최 리미티드 컬렉션인 인디고 롱 가디건 39.99달러, 컬러 블럭(화이트/퍼플) 타이 드레스 44.99달러(위쪽). 인디고 베드포드 코듀로이 베스트 29.99달러, 블랙/그레이 스트라이프 탱크 14.99달러, 크링클 조젯 페인트 블러시 스트라이프 스커트 29.99달러. Target Go Internatio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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