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모기지 융자 ‘하늘에 별따기’

2008-07-2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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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더들 최대 25% 다운 요구
이자율·선불 수수료도 올라
바이어들 집 사기 더 어려워져

요즘은 집 사려면 캐시가 든든하게 준비돼 있어야 한다. 주택시장에 바겐이 많이 나와 있다고 해서 이전처럼 노다운이나 충분한 현금 없이 집을 사려고 나섰다간 시간만 낭비하게 된다. 부동산 시장의 리스크가 극심하자 렌더들은 이전과는 달리 많은 다운 페이먼트를 요구하고 있으며 선불 수수료도 대폭 올렸다. 과거에 비해 집을 갖기 위한 비용이 크게 비싸진 셈이다. 높은 다운페이와 수수료가 많은 잠재적 바이어들의 주택 매입을 막는 새로운 요인이 되고 있으며 가뜩이나 나쁜 주택시장의 회복을 지연시키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로 인해 모기지론 문의는 쇄도하지만 정작 론을 얻는 사람은 절반도 안 된다고 모기지 브로커들은 전했다. 높은 다운 요구는 전국적인 현상으로 일반화되고 있는데 리얼터.컴 조사에서 잠재적인 바이어들은 주택 매입에 있어 가장 어려운 점을 높은 가격, 두 번째 어려운 점이 높은 다운페이라고 지적했다.

투자용 주택 살땐 35%다운 요구


모기지 융자 업계에 따르면 요즘은 아무리 적게 해도 다운을 5%는 해야 한다. 노 다운으로 모기지 론을 받던 시절은 끝났다. 집값이 많이 떨어진 시장에서는 최소한 10% 다운 없이는 렌더들이 융자를 꺼린다.
JP 모건 체이스 은행의 경우 대부분의 시장에서 최소한 10%의 다운, 시장이 크게 하락한 지역에서는 최소 20%의 다운을 요구하고 있다. 위기를 맞고 있는 네바다주 리노에서 집을 매입하는 경우 은행들은 무려 25% 이상의 다운을 요구하고 있다.
점보 론을 얻어야 할 경우 높은 다운 요구는 더욱 큰 부담이 된다. LA처럼 주택가격이 비싼 지역에서는 론 액수가 72만9,000달러를 넘으면 점보 론에 해당되는데 이 경우 미니멈 다운페이만 해도 자그마치 14만8,500달러나 된다. 웬만한 봉급생활자로서는 이 정도의 현금 다운을 하기란 쉽지 않다.
여기에다 점보 론은 액수가 너무 커 패니매와 프레딕맥이 매입하지 않기 때문에 적용 이자율이 일반 론보다 더 높다. 고가의 주택을 사려면 점보 론을 얻어야 하기 때문에 고가 주택은 더 비싼 값을 치르고 매입해야 한다. 점보 론인 경우 일반 론보다 기본적으로 1~1.5% 포인트는 더 높다.
실수요가 아닌 투자 목적의 주택 매입인 경우에는 론이 더 어려워진다. 은행은 매입 가격의 최소한 25%를 다운으로 요구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35%까지 요구하기도 한다.
일반 아파트 거주자로서는 렌트를 내면서 이렇게 많은 다운 페이먼트를 저축하기 어렵다.
요즘 헐값 주택이 많이 나왔다고 해도 은행의 높아진 문턱 때문에 내 집 마련은 그림의 떡일 뿐이다.
개인 모기지 보험(PMI)도 높은 다운 추세에 한몫하고 있다. 다운을 20% 이하로 하고 집을 살 경우에는 PMI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데 PMI 회사들이 최근 위험 회피를 위해 더 많은 다운을 요구하고 있다.
과거에는 노 다운으로 매입한 집도 가입시켜 줬으나 요즘은 5~10%의 최소 다운은 해야 보험 가입을 허용하고 있다. 한편으로 PMI 회사들은 보험료도 더 올려 부과하고 있다. 예전에는 주택 매입가의 0.5%를 부과했으나 요즘은 5% 다운할 경우 첫해에 0.75%를 보험료로 부과한다.
바이어 입장에서 볼 때 주택 매입에 따른 비용이 증가한 것은 이것뿐 아니다.
모기지 시장 위험도가 높아지는 바람에 정상적일 때보다 더 높은 이자율을 내야 한다. 현재 모기지 이자율이 상대적으로 낮지만 프레디맥와 패니매의 위험도 상승으로 인해 모기지 론 투자자들은 모기지 론에 대해 더 높은 이자율을 요구한다.
즉, 정상치보다 더 높은 이자율을 내야 론을 얻을 수 있다.
지난주 30년 고정 이자율은 전국 평균 6.37%였는데 최근 최저치였던 지난 1월의 5.48%보다 거의 1%는 더 높다. 5월말 6%에도 미치지 못했던데 비해서도 많이 올랐다. 모기지 이자율이 지표로 삼는 10년 공채 이자율은 오히려 하락했던 점을 감안하면 정상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지난 6월12일부터 7월10일 사이 10년 공채 이자율은 4.20%에서 3.81%로 하락했는데 모기지 이자율은 6.32%에서 6.37%로 오히려 상승했다. 론 정보회사인 HSH 어소시에이츠사는 요즘 차용인들은 의당 내야 할 경우보다 반 포인트는 더 지불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레디맥과 패니매는 차용인의 크레딧에 따라 위험도가 높은 경우 더 높은 선불 수수료를 요구한다. 6월1일 현재 크레딧 점수가 620 아래이고 다운을 30%보다 적게 할 경우 모기지 원금의 2.75%를 수수료로 내야 한다. 이전의 2%보다 쑥 뛰었다.
크레딧 점수가 620~640인 경우 수수료가 1.75%에서 지금은 2.5%로 올라갔고 640~660인 경우 1.75%(전에는 1.25%), 660~680인 경우는 1.25%(전에는 0.75%), 680~720 사이인 경우 0.5%(전에는 0%)를 내야 한다. 이전보다 크게 올라간 수수료는 주택 매입 시 무거운 부담이 되고 있다.
헐값 매물은 많다지만 모기지 론을 얻기 위한 한층 무거워진 추가 비용은 가뜩이나 나쁜 주택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엄청나게 쌓인 주택 재고 소진에 더 오랜 시일이 소요될 것이며 설령 주택시장이 회복된다 해도 고비용은 장기간에 걸쳐 고통을 줄 것이다.

<케빈 손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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