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먹는 장사 이렇게 하라-반 발작만 앞서가자

2008-07-2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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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중반 올림픽 가에는 아주 유명한 순두부전문점이 있었다. 언제 가던지 이삼십분을 기다렸고 이곳 LA뿐만 아니라 타주까지도 소문이 난 대박 가게였다. 아마 97년쯤이라고 기억된다. 버몬트 길에 새로운 순두분 전문점이 개업을 했다. 그 가게는 순두부라는 기존 메뉴에 돌솥밥, 그리고 식사가 끝난 후 그 돌솥밥에 뜨거운 물을 부어 누룽지를 먹게 해주는 특별한 서비스로 단숨에 선두 순두부 가게를 제치고 일등 가게가 되었다. 그리고 십년이 지난 지금 순두부에 돌솥밥은 모든 가게가 하고 있는 서비스이지만 처음 그 서비스를 시작한 그 가게는 남가주뿐만 아니라 전 미국과 한국에까지 지점을 둔 큰 기업이 되었다.
나는 이 후발 순두부점의 경우가 반 발작만 앞선 창업의 대표적인 예라고 생각한다. 창업을 할 때 너무나 앞선 아이디어와 아직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지지 않은 음식을 가지고 단지 아직 시장에 없다는 이유로 선택하는 경우는 실패할 확률이 높다. 몇 년간 우리 곁에 왔다가 없어진 ‘신당동 떡볶이’’부대찌개 전문점’ 그리고 ‘무교동 낙지전문점’ 등등 이런 가게는 시장에 그 음식을 알고 즐기는 층이 적은데 이곳에 그 음식을 하는 식당이 하나도 없으니 성공할 것이라 생각한 주인의 너무 앞선 판단이 그 실패의 원인이다. 반대로 창업을 하면서 너무나 시장의 흐름만 따라가 자기 가게의 특징은 하나도 없이 남들과 비슷한 음식과 서비스만을 고집하는 것도 성공적인 식당을 만드는데 적당하지 않다.
요즘 한인타운에는 설렁탕을 전문으로 하는 비슷비슷한 식당이 많이 개업을 한다. 한인들이 국물을 워낙 좋아하기 때문에 개업한 후 쉽게 자리를 잡을 수는 있겠지만 다른 가게와 차별성이 없는 식당 또한 시장에서 오래 살아남기는 힘들다.
그럼 너무 앞서는 것도 아니고 남들과 똑같은 것도 아닌 반 발작만 앞선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대중성과 차별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순두부 가게는 창업할 때 남가주 사람들이 즐겨 찾는 순두부를 선택하여 대중성을 확보했고 그것에 덧붙여 개인용 돌솥밥과 누룽지라는 기존의 순두부 가게에서 생각하지 못한 서비스로 차별성을 주어 완벽한 반 발작의 컨셉을 만들어냈다. 또 다른 예로 기존에 고기구이 집마다 있던 곱창구이를 전문메뉴로 처음 시작하여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받은 경우, 또한 별 특색도 없이 그렇고 그런 소주방 가운데서 70년대 복구풍 인테리어를 처음 시작하여 성공한 가게 등도 반 발작 앞선 창업의 좋은 예라 볼 수 있다.
식당의 창업은 그냥 잘 될 것 같다는 느낌만으로 해서는 안 된다. 주위에서 보면 “우리 아내가 손맛이 좋고 음식장사는 양 많이 주고 친절하게 하면 성공해”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지식만으로 식당을 창업하는 분들을 보게 된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지만 식당 창업은 그렇게 상식적인 지식만을 가지고 하기에는 여러 가지 변수가 많다.
다시 한번 강조 하지만 너무나 앞서지도 않고 남들과 비슷하지도 않는 반 발작만 앞서는 컨셉을 만들 때 식당은 성공 확률이 높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시장을 이해하려는 부단한 노력과 함께 남들과 다른 창의성을 키우는데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것이 핵심

1. 선구자는 힘들다. 남이 안 하는 음식으로 창업
하려면 대중성이 있는지 정확히 분석해라.
2. 남이 잘 된다고 비슷하게 따라하지 마라. 고생
만 하게 될 것이다.
3. 대중성과 차별성을 가진 컨셉은 많이 연구하고
생각해야 하는 일이다. 절대 ‘감’만으로 식당을
창업하지 말라.

이재호(와우 벤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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