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비스러움으로 유혹

2008-07-1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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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스러움으로 유혹

정통 신사복 브랜드 ‘스말토’의 수석디자이너 박윤정씨가 2008/09 가을·겨울 컬렉션 직전 백스테이지에서 마무리를 하고 있다.

신비스러움으로 유혹

어깨선이 부드러워지고 피팅감이 자연스러워진 스말토의 가을·겨울 컬렉션.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이 즐겨 입은 꿈의 수트 ‘스말토’(Smalto)가 지난해 뜻밖의 선택으로 화제가 됐다. 40년 전통의 남성복 브랜드 수석 디자이너를 서른 살의 한인여성 박윤정씨에게 물려준 것이다. 당시 패션계는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나이도 어린 아시안 여성 디자이너가 남성복을 디자인한다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관심을 보였고 스말토의 미래를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이도 있었다.

꿈의 수트 ‘스말토’ 수석 디자이너 박윤정


그러나, 그녀가 진두지휘한 2008/09 봄·여름 남성복 컬렉션에서부터 선이 굵은 남성적인 이미지의 스말토를 부드럽고 내추럴한 이미지로 바꾸며 브랜드의 혁신을 이끌고 있다.


그녀가 추구하는 스말토의 키워드는 ‘남성다움과 신비스러움, 그리고 감성적인 수트’이다. 그녀는 “내추럴하면서 자유로운 정신과 위트를 지닌 남자가 스말토 맨으로, 드러나지 않는 매력이 여성들을 유혹하는 신비로운 느낌의 남성복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박윤정씨는 스위스서 태어나 고교를 마친 후 프랑스 에스모드에서 패션 디자인을 공부했다. 어려서부터 보이시한 차림을 즐겼던 그녀는 졸업 후 스말토에 입사했다. 당시 스말토에 이어 2대 수석 디자이너였던 프랑크 보클레는 패션쇼 헬퍼였던 그녀를 눈여겨 본 후 자신의 오른팔로 삼았다. 타고난 미술 감각과 이탈리아어, 독일어, 프랑스어, 한국어 등 5개 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이중문화권 배경이 그녀를 입사 3년 만에 부수석 디자이너, 7년 만에 수석 디자이너로 초고속 승진을 거듭하게 했다.

“남성복 디자인을 선택한 이유는 혁신적이고, 전통 안에서 디테일과 비율로 승부할 수 있다는 것이었어요. 끊임없는 영감의 원천이 된다고 할까요. 또 패션은 기타의 예술적인 장르와 달리 현실 안에서 사람들을 더욱 아름답게, 더욱 편안하게 만들 수 있기도 하고요.”

영화와 디자인, 음악 감상을 좋아하고 특히 여행하면서 사진 찍기를 즐긴다는 그녀는 도시 건축이 창조하는 시각적인 이미지, 일상생활의 한 장면, 매일 부딪히는 얼굴 등 사소하지만 끊임없이 변하는 삶에서 영감을 받는다고 한다.

“스말토에 입사했을 때 브랜드 이미지가 전통적인 테일러링에 머물러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기존의 ‘테일러 수트’ 이미지를 벗어나 글로벌 브랜드로 확장하고 싶다는 도전의식이 들었죠. 수트 라인에서 액세서리 라인, B 라인 등을 출시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허리가 강조되면서도 남성적인 불륨감과 세련된 실루엣이 가미된 ‘나폴리 스타일’의 원조, 스말토가 디자이너 박윤정을 만나 고급스러운 컨템포러리 엘레강스로 향해가고 있는 것. 그녀의 말대로 앞으로 출시될 미니 오트 쿠튀르 컬렉션 ‘무슈 스말토’(Monsieur Smalto)와 오프비트 엘레강스로 향해가는 기성복 정장 스타일이 남성복 시장에 어떤 반향을 일으킬지 귀추가 주목된다.
<글 하은선 기자·사진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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