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생각하는 삶- 좌우를 어우르는 마음 자세

2008-07-1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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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동생과 함께 샤핑몰에서 이것저것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조그만 손수레에 여러 장식품을 진열해 놓고 팔고 있는 곳이 소란스러웠다. 할머니 한 분이 물건 파는 아낙네에게 화를 내며 큰소리를 내고 있는 터였다.

잠시 들여다보니 머리 하얀 외국 할머니가 손수레에서 파는 나치문형의 귀고리에 화가 난 것이었다. 물건 파는 아주머니는 무슨 영문인지 전혀 모르는 듯했고 안다손 쳐도 영어로 대꾸조차 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손수레에서 파는 문제의 물건은 동양인이면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절 표시의 ‘만’(卍)자 모양 귀고리였다. 아마도 이 할머니는 독일의 나치 표시로 착각을 했는가 본데 혹여 유대계가 아니었는지. 나치 표시는 절의 표시 ‘만’자를 반대로 뒤집어 45도 돌려놓았기 때문에 글자가 서로 거울에 비친 듯 반대모양을 하고 있을 뿐 언뜻 똑같기 때문이다.

이 ‘만’자는 ‘스와스티카’라 해서 행복·번영·소망 등을 나타내는 것으로 불교에서만 사용한 것은 아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인도와 중국은 물론 그리스 등 세계 여기저기에서 사용한 흔적이 있다. 헌데 부처님이 보리수 아래서 수도하실 때 깔고 앉은 풀방석의 풀끝이 ‘만’자 모양이었고, 그 분의 몸에 이 만자덕상이 있었다 해서 불교와 인연이 깊어졌다 한다.

서구 불교학자들에 따르면 ‘만’자의 가운데 교차점을 끊어보면 영문 L자가 네 개가 나오는데 이는 자유(Liberty), 자비(Love), 광명(Light), 생명(Life)을 의미한다고 한다.


한편 히틀러는 자신의 민족이 가장 우월한 아리안족이라고 부르짖었다. 해서 인도의 아리안 민족이 유럽으로 이주하면서 인도문명이 전파되면서 그들이 숭상하던 스와스티카를 받아들였는데 그가 모양을 약간 바꾼 것이 갈고리 십자가이다. 원래 의미는 좋은 것이었는데 제3제국이 사용하고 나서는 나치의 잔재라 하여 독일은 물론 서구진영에서는 사용하지 않는다.

아무튼 절의 ‘만’자는 왼쪽으로 도는 모양이고, 나치의 ‘만’자는 오른 쪽으로 도는 모양이다. 동양인들은 카드게임을 할 때 왼쪽으로 패를 돌리고 서양인들은 오른쪽으로 돌린다. 서구에서는 왼쪽을 부정적인 의미로 보는 편이고 오른쪽을 긍정적으로 여기는 것이 동양과 반대다. 그래서 라틴어로 행운을 뜻하는 dexter는 오른쪽을 뜻하고 불길함을 나타내는 sinister는 왼쪽을 의미한다.

허나 이쪽과 저쪽 결국은 이 모두가 하나에서 시작되었고 좋고 나쁨이 없었는데 사람의 사고가 만들어낸 산물일 뿐이다. 그래놓고는 진보니 보수니 동지니 적이니 하며 편을 가른다. 네 것과 내 것을 갈라놓고 무조건 네 것이면 짓밟아야 하고 잘라내 버려야 하는 어이없는 일을 어찌해야 하는지. 내편 안에서도 의견을 달리할 수 있고 상대방의 의견도 맞는 것이 있으면 찬성할 수 있는 것이거늘.

부처께서도 ‘선에도 매달리지 말고 악에도 매달리지 말라’고 하셨다 한다. 그렇다고 이 말씀이 이도 저도 아닌 분명치 않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상대의 가치도 인정하고 더 큰 눈으로 세상을 보라는 것 일게다. 다시 말해 좌는 우를 볼 줄 알고 우는 좌를 볼 줄 알아야 하는데 그것이 포용하고 중도로 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유대인은 진실이란 글자를 말할 때 첫 글자와 마지막 글자의 꼭 중간을 쓴다고 한다. 이는 이쪽도 중요하고 저 끝도 중요하지만 중간 역시 존중해야 함을 가르치기 위한 것이라 한다. 편 가르고 무리 나누는 습성을 바꾸면 좋겠다.

로라 전
<전 건강정보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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