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엄마의 일기- 승욱이 이야기

2008-07-19 (토)
크게 작게
드디어 방송을 타다

촬영팀이 이틀 후면 한국으로 돌아간다. 북적북적 서로의 어깨가 부딪칠 정도로 좁은 집에 촬영하면서 고생도 많았지만 즐겁고 재미있는 일도 많았다. 승욱이 학교에서 촬영을 했던 촬영팀이 승욱이가 자전거를 타는 모습에 감동을 받으셨나 보다. 집에 자전거가 없는 것을 알고 선물을 해주겠다고 자전거를 함께 사러갔다. 승욱이가 자전거를 잘 타니 집에 오는 날 자전거를 태워주고 싶은 생각을 왜 안 했겠는가? 우리 집에 애가 넷이니 어찌 한 명만 자전거를 사줄 수 있겠는가? 네 아이의 자전거 사주는 돈도 만만찮고 또한 조립도 엄두가 나지 않았었다.

조립하지 않은 자전거 네 대를 사가지고 와서 촬영팀 모두가 함께 조립을 해주었다. 아이들이 신나게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뒤로하고 촬영팀은 한국으로 돌아갔다. 한국으로 돌아간 피디는 연락도 없다. 몇 주간 촬영 때문에 밀어두었던 일과 또 피곤함으로 기진맥진이다. 피디에게 신신당부한 것이 있으니 알아서 편집할 거란 확신(?)이 들었다.


드디어 방송 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편집과 더빙이 끝난 테입을 SBS로 넘겼다는 이멜이 왔다. 이멜의 내용 속에는 편집과정에서의 힘듦과 어려움이 고스란히 묻어 있었다. 찍어간 필름의 내용 전부를 타이핑을 치고, 또 영어는 번역 전문가에게 맡기는 작업을 하고 음악작업과 작가가 글을 써줘야 하는 부분 그리고 성우의 더빙 작업까지 하나도 수월하지 않았던 일들을 글로 보내왔다. 아… 무진장 고된 작업이구나…를 연발하며 방송하는 분들의 노고를 알게 되었다. 영상을 찍는 작업보다 더 힘든 작업이 편집이라고 하더니 정말 그 말이 맞았다.

시간도 촉박했기에 그리 만족스러운 다큐가 나오지 못해 미안하다는 피디님의 말에 “괜찮아요. 그 어떤 분이 와서 찍었어도 피디님만큼 못 만들었을 겁니다. 어떻게 나오든 이젠 우리 손을 떠나간 거잖아요. 기도 많이 할 게요. 다큐 보시고 한국에 있는 장애학교와 단체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길 기도할 게요.”

장애인의 날 특집이다 보니 정말 놀랍게 SBS 8시 뉴스에 ‘네 박자의 사랑’ 다큐에 대해 소개가 되었다. 2분30초의 뉴스 내용이 얼마나 큰 시너지 효과를 냈는지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시청률이 지난해 장애인의 날 특집 다큐보다 무려 3배가 높았다고 방송 후에 한국에서 연락이 왔다. 저녁 늦은 시간에 방송을 하기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방송을 볼까 의구심을 가졌던 나의 생각을 완전 뒤엎고 같은 시간대의 시청률 최고를 갱신하게 된 것이다. 역시 뉴스의 힘은 대단한 것인가 보다.

방송이 나간 후, 전화가 빗발치는 것이 무엇인가를 보여주듯 쉴 새 없이 전화벨이 울린다. “반갑다 친구야~~” 연락이 없던 친구들부터 친척 그리고 직장 동료였던 분들까지 어떻게 그리 전화번호를 아시고 전화를 하시는지.

대학 친구 왈 “김 민아, 너 그렇게 대박 낼 줄 알았어. 뭔가 대단한 일을 해낼 줄 알았다고~~ 자랑스럽다 대한의 아줌마, 역시 김민아야~~” 욕을 하는 건지 격려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내가 뭐 큰 회사를 차려서 특허제품을 내고 대박을 낸 것도 아닌데 왜들 그리 대박이 났다고 호들갑을 떠는지 오히려 주변 친구들이 더 들떴다. 의외로 우리 식구들은 덤덤한데 말이다. 승욱이는 덤덤 자체도 없고 말이다.

다큐가 나간 일주일 내내 격려와 감동의 전화가 뒤를 이었고, 결국에는 다시 보고 싶은 다큐 1위로 조사가 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피디님과 통화를 하면서 그 비결을 깨달았다. 그건 밝고 유쾌하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들이 방송이 되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연출이 필요 없는 아니 연출이 불가능한 아이 ‘승욱이’의 모습이 있는 그대로 방송을 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앞으로 승욱이가 이전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을 것을 안다. 사실 엄마로서 걱정도 되고 두려운 마음도 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우리 가족은 언제나 방송에서처럼 있는 그대로 살아갈 것이라는 거다. 승욱이처럼 연출 없이 말이다.
김민아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