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스타 인터뷰-피어스 브로스난

2008-07-1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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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마 미아’ 출연

오늘 개봉되는 뮤지컬 ‘마마 미아!’(Marma Mia!-영화평 ‘위크엔드’판)에서 여주인공 메릴 스트립의 전 연인으로 나오는 아일랜드 배우 피어스 브로스난과 할리웃 외신기자협회(HFPA) 회원들 간의 인터뷰가 지난달 28일 그리스 아테네 인근의 휴양지 호텔에서 있었다. 준수한 용모의 브로스난은 맨발로 인터뷰 장에 나타나 농담에 노래까지 불러가며 질문에 답했다. 그는 자유로운 인간성을 지닌 사람이었는데 매우 상냥해 여기자가 서서 질문을 하면 “앉으세요”라고 말했고 기자의 “헬로”하는 인사에 깍듯이 “헬로, 서”라고 답했다. 브로스난은 영화에서 제 음성으로 노래하는데 노래를 썩 잘 부르지는 못했다.

실내촬영장 공교롭게 ‘007’ 찍었던 곳
‘본드의 유령’ 걷어차 내려고 애썼죠
스팬덱스 바지를 입고 노래하자니‘고역’


-노래하고 춤추는 역이 얼마나 도전적이었는가.
▲참으로 어렵고 힘든 일이었다. 그러나 메릴 스트립과 아바의 노래와 그리스의 절경 등 나는 지난해에 내 생애 최고 여름을 보냈다.
-아바의 노래의 인기의 비결은.
▲그들은 훌륭한 음악인들이었다. 믿을 수 없는 음성과 얘기하는 식의 가사 그리고 독창성과 재능과 타이밍 등이 그 비결일 것이다. 또 두 남자와 두 여자 간의 성적 긴장감도 한 몫 했다고 본다.
-실내 장면은 당신이 제임스 본드의 촬영을 한 영국의 파인우드 스튜디오에서 찍은 줄 아는데.
▲역을 맡은 후 난 영화를 어디서 찍을 것이냐고 물었다. 파인우드라는 답을 들었을 때 난 참으로 달콤한 운명의 장난이로구나 하고 생각했다. 촬영 첫날 스튜디오에 들어가 어느 정도 본드의 유령을 걷어내 차버리려고 했다. 난 진짜로 본드 때의 의상실을 다시 쓰지 않게 되도록 빌었다. 다행히 난 새 의상실을 배당받았다. 그런데 방에 걸린 휘장을 걷어내니 007이라는 숫자가 적혀 있었다. 그래서 난 그걸 몽땅 페인트칠해 버렸다.
-본드 역에서 해고당한 뒤 그 후유증을 어떻게 극복했는가.
▲나는 제임스 본드에 영원히 감사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내 30여년간의 배우생활 중 또 다른 하나의 역이다. 일단 내려진 결정과는 평화를 맺고 앞으로 전진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자신을 변형시켜 줄 역을 찾기 위해 자기 자신에게 도전해야 한다. 그러려면 인내와 스태미나가 필요하다.
-영화 속의 메릴 스트립처럼 당신도 중년에 아이들은 다 컸는데 그 나이에 삶의 변화에 어떻게 대처하는가.
▲나는 삶의 변화를 잘 인식하고 있다. 난 지금 55세로 돌아보니 세월이 불길의 속도로 지나갔다. 나는 시간의 귀중함을 절실히 깨닫고 있다. 내게 두 아들이 있는데 난 그들에게 가능한 모든 것을 주려고 한다.
삶의 변화에 대해선 그 변화의 순간 속에 앉아 그것을 극복해 나가기를 희망하기를 바랄 뿐이다. 너무나 세월의 흐름과 삶의 변화에 대해 집념하면 신경과민자가 될 수밖에 없다. 시간의 흐름이란 결국 죽음을 말하는데 그것에 대처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일이다. 현자가 말했듯이 매일은 새 날이다. 실망스런 일이 생길 때면 그것을 놓아버리는 것이 상책이다. 그래서 난 지난 1월 영화 계획이 무산됐을 때 서핑을 배웠다. 난 이제 보드 위에 설 줄도 알고 노를 저을 줄도 안다.
-당신에게 배역이 주어졌을 때 당신은 노래하고 춤춘다는 생각에 극도의 공포감을 느꼈다고 했는데.
▲5주간 아바의 노래를 들으면서 준비와 반복과 리허설을 거듭했다. 난 매번 새 역을 맡을 때마다 공포를 느낀다. 그러나 난 과거 영화 ‘이블린’에서도 노래를 불렀고 내가 노래할 수 있는 음성을 가졌다는 것도 알았기 때문에 자신이 있었다.
-당신 후에 본드 역을 맡은 대니얼 크레이그가 션 코너리 이후 최고의 본드라고들 하는데.
▲그는 뛰어난 제임스 본드다. 우린 친구여서 난 그를 잘 안다. 제임스 본드는 단 한 명밖에 없는데 그것은 션 코너리다. 그야말로 진짜다. 내가 제3번과 제4번의 본드인지 그 번호는 잘 모르겠지만 난 결코 번호가 아니다. 난 자유인이다.
-메릴 스트립과의 키스는 어땠는가.
▲징그러웠다. (웃음). 우리는 키스를 여러 차례 해야 했다.
-영화에서처럼 당신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아픔을 어떻게 극복했는가.
▲난 사랑하는 아내를 잃었다.(그의 전처로 배우였던 카산드라 해리스는 난소암으로 지난 1991년 39세로 사망). 지금의 아내 킬리를 만난 것은 축복이다. 죽음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는 것은 매우 강력한 사실로 시간이 약이다. 슬픔을 스스로 헤쳐 나가는 수밖에 없다. 매일 아침 일어나 일을 가는 식으로.
-당신의 왕년의 인기 TV시리즈 ‘레밍턴 스틸’을 부활시킬 생각은 없는가.
▲3년 전에 그것을 논의해 봤지만 불발로 끝났다.
-영화에서 굽 높은 플래트폼 구두와 스팬덱스 바지를 입었던 경험은 어땠는가.
▲스튜디오는 그것을 원치 않았으나 우리가 원해 성사됐다. 옷장에 걸린 그 옛날 옷을 보면서 “하느님 맙소사. 내가 이걸 입어야 한다니”하고 생각했었다. 우리가 옷을 입고 구두를 신고 세트에 나타나자 모두들 박장대소했다. 몸은 뒤틀리고 발은 아픈 중에 노래를 기억하자니 너무 힘들었다.
-요즘 액션영화를 찍으면서 스턴트맨이 죽는 사고가 자주 있다. 액션영화의 전문가인 당신은 스튜디오가 관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과도하게 위험한 짓을 한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 그들은 자꾸 위험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대니얼(크레이그)도 나도 모두 본드 영화를 찍으면서 여러 번 다쳤다. 나는 본드 영화에서 내 용기를 자랑한다고 스스로를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했었다. 일단 관객이 위험한 액션에 중독되면 그들은 보다 더 많이 원하게 마련이다.
-당신이 자식들에게 가장 많이 주는 것은.
▲오직 사랑뿐이다. 나머지는 그들이 좋은 사람이 되도록 후원하는 것이다.
-아바 노래의 작곡자와 작사자인 베니와 뵤른이 영화의 당신을 위해 새 노래를 썼는데.
▲매우 자랑스럽다. 그 노래는 한 편의 아름다운 시다. 잃어버린 사랑과 중년의 나이에 삶의 교차로에 선 사람의 얘기여서 난 그것에 동감할 수 있었다.
-영화에서 당신이 딸일지도 모르는 소피역의 아만다 세이프리가 이 영화로 스타가 탄생했다는 말을 듣고 있는데.
▲의문의 여지가 없다. 난 아만다와 공연하면서 그 사실을 경험했다. 아만다는 내면의 삶과 생명력과 타이밍과 정확성을 지닌 배우로 그녀의 목소리는 훌륭한 팝가수의 강력성을 지녔다. 아만다는 아주 쉽게 노래를 불렀다.
-당신의 부인은 환경보호주의자 저널리스트인데 당신의 가족은 지구온난화 등의 문제 해결을 위해 무엇을 하는가.
▲내 아내는 내 삶에 큰 영감이 되어 왔다. 그녀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다. 우리는 모두 환경문제를 두려워하지 말고 그것에 잘 대처해야 한다. 모두 일어서서 세계 지도자들에게 편지를 쓰는 등 무언가를 해야 한다. 우리는 곧 새 지도자를 맞게 되는데 난 그가 오바마이기를 하나님께 기도한다. 우리는 7년 반의 현 정권 하에서 끔찍한 경험을 했다. 현 정권은 너무나 무능했고 모든 권위를 상실했다. 그러니 이제 희망이 있다. 문제 해결을 위해선 교육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당신의 다음 작품은.
▲수전 서랜든과 공연할 소품 드라마 ‘위대한 사람’(The Greatest)이다. 어린 아이를 잃은 사람들의 슬픔에 관한 것이다. 다음으로 로만 폴랜스키가 감독할 스릴러 ‘대필자’(The Ghost)에서 전직 영국 수상으로 나온다. 내 아내로는 틸다 스윈튼이 그리고 내 전기를 쓰는 대필자로는 니콜라스 케이지가 각기 나온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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