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먹는 장사 이렇게 하라-종업원의 마음에 투자해라

2008-07-1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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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일식을 배울 때 남의 가게에 가서 경험을 쌓으려고 일을 했다. 내가 일했던 일식당의 사장님은 스시맨 출신 이셨고 손님이 많을 때는 스시바에 서서 우리와 같이 일을 하셨다. 하지만 사장님과 같이 일을 하면 나를 비롯하여 스시맨들은 항상 좋지 않은 기분을 가지게 되었다.
사장님은 자신의 손님이라고 생각하는 분이 주신 팁을 항상 따로 챙겨 가져가셨다. 아무도 사장님에게 그것에 대하여 말은 하지 않았지만 조금씩 가게와 사장님에 대한 애정이 식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 사장님은 종업원들이 먹는 음식에 대하여 유난히 민감한 태도를 가지셨다. 비록 한국인 스시맨들에게는 잔소리를 하지 않으셨지만 뒷일을 하는 멕시칸 종업원들은 아무 것이나 먹을 수도 없었고 식사시간이 길어지기나 하면 사장님에게 한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한번은 사장님의 눈을 피해 박스 냉장고안에서 서둘러 무엇을 먹는 멕시칸종업원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이것은 아닌데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물론 나는 그 가게에서 일식을 배우려고 일을 했지만 그것보다는 사장이 아닌 종업원의 입장을 이해하게 된 것과 어떻게 하면 종업원의 마음이 가게와 주인에게서 떠나게 되는지를 알게 된 것이 내게는 너무나 큰 소득이었다. 사실 사장의 입장에서는 종업원들이 기계처럼 빠르게 쉴새없이 일을 해주길 바란다.
그리고 종업원들이 먹는 것, 또는 일하는 시간에 딴 일을 하는 것이 모두 돈을 잃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종업원들은 절대 기계가 아니고 감정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분들이 비록 한국인이 아니라도 누구나 자존심도 있고 나름대로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참 아쉽게도 식당을 경영하는 많은 분들이 종업원을 사람이 아닌 감정도 없는 기계처럼 대하는 것을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또한 존중하고 섬겨야 할 상대로 종업원을 대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월급을 주니 어떻게 대해도 된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기도 하다. 식당경영을 하다보면 광고, 시설, 음식개발등 여러가지 투자를 하게 된다.
하지만 내 경험으로 볼때 투자대비 가장 이익이 되는 것은 종업원들의 마음에 투자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물질도 써야하고 시간도 할애하여야 하며, 아울러 종업원들의 입장에서 그분들을 최대한 이해하려는 관심과 애정이 있어야 한다. 앞에서 언급한 그 사장님처럼 조그마한 이익에 눈이 어두워 종업원의 마음이 떠나게 하는 것은 너무나 어리석은 짓이다.
식당은 주인 혼자 할 수 없고 여러 사람들이 힘을 합해서 일을 해야하는 노동집약적인 사업이다. 그리고 어떤 사업체보다 이직 율이 높은 직종이기도 하다. 그래서 인지 많은 분들이 종업원 때문에 식당을 못하겠다고 푸념을 하시기도 한다. 하지만 바꿔 생각한다면 열정적으로 자기 일처럼 일하는 종업원이 많은 식당이라면, 또한 한곳에서 오래 일을 해서 일에 대한 숙련도도 높고 손님에 대한 서비스도 좋은 종업원이 많은 식당이라면, 주인의 입장에서는 사업하기가 너무나 재미있고 장사도 잘 될 것이다. 이런 식당을 만들려면 주인이 종업원의 마음을 사려고 투자하고 노력해야한다. 다시 한번 이야기 하지만 물론 가끔 예외적인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정말로 이것은 많이 남는 투자이고 식당사업을 제대로 하려는 사람은 잊어서는 안 되는 사항이다.

이것이 핵심
1. 종업원을 돈으로 보지 말고 섬김의 대상으로 바
라보아라.
2. 잘 먹여라. 작은 것을 아끼려다 큰 것을 잃는다.
3. 사장이 종업원을 먹여 살리는 것이 아니라그 반
대라는 것을 잊지 마라.

이재호 (와우 벤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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