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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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2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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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여인’ (The Unknown Woman) ★★★★(5개 만점)

어두운 과거를 지닌 ‘으스스한 여인’
폭력·서스펜스 가득한 이탈리아 느와르

폭력과 서스펜스가 가득한 이탈리아 느와르로 이야기도 생생하게 뚜렷하고 연기들이 뛰어나다.
동구라파 출신의 창녀에서 이탈리아의 청소부가 된 여인의 동기를 알 수 없는 집요한 임무수행을 으스스한 분위기 속에 그린 흥미진진한 스릴러다.
시종일관 이 어두운 과거를 지닌 여인의 알려지지 않은 동기가 궁금해 가슴을 졸이게 되는데 결론은 참으로 역설적이요 비극적이다. 백인 여자 노예매매를 비판한 사회적 의식도 엿보이나 그보다는 잠시도 마음을 쉬지 못하게 만드는 잘 만든 스릴러다.
처음에 실내무대에 얼굴에 마스크를 쓰고 속옷에 하이힐만 신은 세 여인이 등장하고 이를 보이지 않는 남자가 구멍으로 들여다보는 괴이한 장면으로 시작된다. 남자는 고객이고 여자들은 창녀로 남자는 이런 방식으로 창녀를 고른다.
이 남자가 고른 금발 창녀가 이리나(러시아 배우 크세니아 라포포트가 미묘한 감정연기를 빼어나게 한다). 이어 이리나의 과거가 묘사된다. 우크라이나 여인인 이리나는 국제 매춘조직원인 민둥머리의 짐승 같은 핌프 몰드(에켈레 플라시도가 겁나는 연기를 한다)에게 겁탈 당하고 고문당한 뒤 그를 위해 몸을 팔게 된다(여자에 대한 폭력과 낙태장면 등이 너무 잔인하고 끔찍하다).
장면은 이어 요즘으로 전환되고 32세의 이리나는 검은 머리를 한 채 이탈리아 어느 한 도시의 아파트 계단 청소부로 일한다. 이리나는 아파트 수위에게 뇌물까지 줘가며 어린 딸 테아를 둔 아다커 부부의 아파트 청소부로 자기를 소개시켜 달라고 간청한다. 그리고 이리나는 아다커 아파트의 나이 먹은 입주 가정부를 제거하고 마침내 이 집의 가정부가 된다. 이어 이리나는 병약한 테아를 극진히 돌보면서 이 소녀의 애정과 믿음을 산다.
왜 이리나는 사고를 위장한 살인을 하면서까지 아다커 가정의 가정부로 들어가는 것일까. 그리고 어떻게 해서 이리나는 많은 현찰을 지니고 있는 것일까. 악몽과도 같은 과거를 지닌 이리나는 굉장히 어둡고 복잡한 내면의 여자로 살인까지 하지만 우리는 그녀의 편을 들게 된다.
라포포트의 민감한 연기가 그것에 크게 일조한다. 엔니오 모리코네의 으스스한 음악이 뼈 속으로 파고든다. 감독은 ‘시네마 파라디조’를 만든 주세페 토나토레.
성인용. 일부 지역.
HSPACE=5

몰드(왼쪽)가 이리나를 피해 몸을 숨기고 있다.


‘키킹 잇’(Kicking It) ★★★
2006년 남아공의 케이프타운에서 열린 제4회 홈리스 월드컵 축구경기와 이에 참가한 전 세계 각국 선수 중 6명을 집중적으로 조명한 기록영화.
이 거리 축구대회는 2001년 1명의 스코틀랜드인과 1명의 오스트리아인에 의해 국제 축구경기를 통해 홈리스들의 삶을 변화시킬 기회를 마련해 주자는 뜻에서 시작됐다.
7일간 열린 제4회 대회에는 48개 국에서 총 500명의 홈리스들이 참여했다. 영화는 그 중에서 6명의 홈리스들이 각기 자기 나라에서 겪는 일상의 어려움과 함께 이들의 경기 모습을 담았다.
이들 6명은 더블린의 약물 중독자, 아프가니스탄의 청년, 미국의 흑인 청년, 케냐 슬럼에 사는 사람 및 마드리드의 62세난 남자 그리고 러시아의 홈리스들. 축구경기 장면이 재미있다. 콜린 패럴의 해설.
선셋 5(323-848-3500).
HSPACE=5


‘붉은 장미와 개솔린’(Red Roses and Petrol) ★★★
아일랜드 더블린의 한 대학의 괴짜 사서이자 시인인 엔다의 죽음을 맞아 이 가장의 장례를 치르는 산산이 부서진 유족들의 이야기.
엔다의 미망인과 뉴욕서 애인과 함께 온 장녀 그리고 아직도 어머니와 함께 사는 장성한 차녀 및 이 집안의 검은 양으로 런던에 사는 외아들 자니가 모처럼 장례준비 차 한 자리에 모여 울고불고 웃고 다투고 실랑이를 벌이면서 이 가족의 제반 문제점들이 노정된다.
가족들은 엔다가 남긴 비디오 일기를 들여다보면서 그가 남긴 여러 가지 미스터리들을 비로소 알게 된다. 그리고 가족의 오랫동안 묻혀 있던 기억과 쓰라린 상처와 비밀들이 밝혀지면서 온 가족이 치유를 받게 된다.
R. 뮤직홀(310-274-6869), 원콜로라도(626-744-1224).
HSPACE=5


‘엑스파이어드’(Expired) ★★★½

소심하고 고독한 한 여인의 ‘혹독한 삶’
여주인공에 깊은 연민의 정 가는 소품

수줍고 소심하고 자신감 없고 또 고독한 미터 메이드의 사랑을 위해 지불해야 하는 혹독한 대가와 그와 같은 경험 끝에 비로소 찾게 되는 독립심과 진취적 삶의 태도를 얄궂고도 병적으로 우습게 그린 재미있는 소품 드라마다.
빈 틈 없이 잘 짜인 각본과 좋은 촬영과 디자인과 푸른색 주조의 색깔 그리고 훌륭한 연기 등이 잘 조화된 특이한 작품으로 중심 플롯은 변화의 필요성. 유머와 비감이 알맞게 섞인 매력적인 영화로 특히 주인공 여자에게 깊은 연민의 정이 간다. 영화는 이 여자의 시각으로 전개된다.
남가주 어느 도시에서 미터 메이드로 일하는 클레어(새만사 모턴)는 뇌일혈로 몸을 제대로 못 쓰는 어머니(테리 가)와 단 둘이 사는 고독녀. 낮에는 미터 메이드로 일하면서 티켓을 발부 받은 사람들로 온갖 욕설을 얻어먹고 집에 와선 어머니를 돌보느라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6년 전에 애인한테 버림받고 사랑도 포기했다.
이런 클레어에게 크리스마스 무렵에 접근해 오는 남자가 직장 동료로 입 걸고 태도 불량하고 공격적이며 또 타인과 감정적으로 가까워질 수 없는 제이(제이슨 패트릭). 그는 성 마른 못된 놈이지만 착한 클레어는 없는 것보다는 낫다는 심정으로 제이와 데이트를 시작한다. 그런데 제이는 참으로 고약하기 짝이 없는 자여서 클레어와 만나자마자 그녀에게 애무와 함께 언어와 육체적 가학행위를 한다.
영화에서 재미있는 인물이 제이로 그는 인터넷 포르노 중독자요 하루에 티켓을 무려 45장이나 떼는 늑대 같은 인간으로 항의하는 자동차 주인에게 폭력행사까지 해 상관의 주의까지 받는다. 한편 크리스마스 전날 감자를 으깨던 어머니가 급사하면서 더욱 외로워진 클레어는 거의 자포자기적으로 제이와 관계를 맺으면서 점점 그에게 정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서로 외롭다는 것 외에는 공통점이라고는 없는 둘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는 뻔한 일.
클레어는 돼지 같은 제이를 버리고 마침내 변신을 하면서 얼굴에 미소와 자신감이 흐른다. 모턴의 연기도 좋지만 가공할 정도로 화끈하고 펄펄 끓는 연기를 하는 것이 패트릭의 가까이 갔다가 데일까 봐 겁나는 연기다.
성인용. 선셋5(323-848-2500), 모니카(310-394-9741).
HSPACE=5

제이(왼쪽)와 클레어가 모처럼 다정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세상 끝에서의 만남’(Encounters at the End of the World) ★★★
독일 태생으로 할리웃서 활동하면서 뛰어난 극영화와 기록영화를 만든 워너 허조그의 남극 대륙에 관한 다큐다. 그는 대륙에 설치된 맥머두연구소에서 일하는 과학자와 연구가 및 모험가들의 일상의 모습과 함께 이 ‘무한한 공백’인 내륙의 모습과 음향을 카메라에 담았다. 아찔한 촬영 하나만으로도 볼만하다.
허조그의 삐딱한 어투의 해설로 진행되는데 그는 영화에서 사회의 제반 규율에 종속되지 않고 끊임없이 새 변경을 찾아나서는 사람들을 찬양하고 있다. 에피소드식으로 진행되면서 연구소에 사는 사람들의 배경과 특성이 재미있게 포착되는데 거의 초현실적인 장면도 있다. 특히 완전히 방향감각을 잃고 궁극적 죽음을 향해 대륙의 안으로 혼자 걸어 들어가는 수컷 펭귄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일부 지역.
HSPACE=5


‘비바’(Viva)
싫증난 부인의 엽색행각을 화려한 색깔과 의상과 디자인 그리고 발가벗은 여체를 동원해 만든 섹스영화 풍자 영화로 컬트 무비.
1972년 LA. 육체파 바비는 일벌레 남편 릭이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지 않아 안달이 났다.
바비는 자기와 대판 싸운 릭이 집을 나가버린 뒤 역시 남편과 헤어진 이웃 집 바람둥이 여자 쉴라와 함께 남자 사냥에 나선다.
쉴라는 돈 많은 늙은이를 잡아 호화사치를 누리나 그녀보다 모험적이요 또 진정한 사랑을 찾는 바비는 동성애 미용사, 히피 나체주의자, 초현대적 무대 감독 및 섹스광 등 여러 남자와 관계를 맺으며 시행착오를 겪는다.
성인용. 선셋 5. 모니카.
HSPACE=5


‘아만다를 찾아서’(Finding Amanda)
약물과 도박 등 중독에 관한 심각하면서도 우스운 드라마로 비극과 희극 사이로 급격히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다. 한 때 잘 나가던 TV 제작자 테일러(매튜 브로데릭)는 술과 약물로 이젠 5류 제작자가 됐다. 그는 술과 약물은 끊었으나 아직도 못 끊은 것이 경마 도박.
완전히 냉소적이 된 테일러를 견디다 못한 그의 부인이 그를 떠나자 테일러는 아내를 되찾기 위한 수단으로 베이가스에서 창녀로 있는 약물중독자인 처조카 아만다를 찾아내 그녀를 갱생시키기로 하고 베이가스에 도착한다.
그리고 테일러는 마침내 아만다를 싸구려 카지노에서 찾아낸다. 아만다는 비록 몸을 팔지만 생기발랄한 여자여서 테일러와 극적 대비를 이룬다. R. 선셋5, 랜드마크(310-281-8233), 플레이 하우스 7(626-844-6500).
HSPACE=5


‘트럼보’ (Trumbo)
1950년대 조셉 매카시 미 연방 상원의원에 의해 시작된 공산당 숙청 광풍의 희생자인 할리웃의 불같은 성격을 지녔던 달턴 트럼보에 관한 기록영화.
트럼보 역을 코미디언 네이산 레인이 재연하고 배우들인 리암 니슨, 폴 지아매티, 조운 알렌, 도널드 서덜랜드 및 마이클 더글러스 등이 트럼보가 1940년 대 말부터 1960년대 초에 이르기까지 쓴 편지들을 낭독한다.
이 같은 연기 사이로 트럼보와의 인터뷰와 의회에서의 ‘할리웃 텐’에 대한 청문회 과정을 찍은 필름 및 트럼보의 홈무비 등이 삽입된다. 트럼보는 ‘도쿄 상공의 30초‘’샌드파이퍼’ 및 ‘엑소더스’의 각본을 가명으로 쓴 사람.
그는 커크 더글러스가 제작하고 주연한 ‘스파르타커스’의 각본을 썼는데 더글러스가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트럼보의 이름을 이 영화에서 처음으로 밝혀 블랙리스트를 철폐하는 계기를 이뤘다. PG-13. 랜드마크.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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