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플래스틱 발명가 가정의 ‘퇴폐적 멜로드라마’

2008-06-1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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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스틱 발명가 가정의 ‘퇴폐적 멜로드라마’

중류층의 바바라는 상류층 남편과의 사이에서 난 아들 토니를 마치 우승컵처럼 내세운다.

‘새비지 그레이스’(Savage Grace) ★★½

박흥진의 영화 이야기

플래스틱을 발명한 베이크라이트 후손 가족의 무료하고 퇴폐적인 삶을 다룬 멜로드라마로 흥미 있는 소재가 체하는 연기와 공허한 대사 때문에 만들다만 영화처럼 됐다. 돈 많고 할 일은 없는 부잣집의 갈가리 찢어진 가족의 방탕과 방황을 그렸는데 한 편의 잘 구성된 드라마라기보다 조각조각을 기운 듯 한 작품이다.


헛웃음이 나오는 것은 이 미국 귀족가정 구성원들의 성격이 개발되지 않은 과장된 폼 잡는 연기와 공감되지 않는 말들. 특히 여주인공 바바라 역의 연기파 줄리안 모어의 연기가 과장이 지나쳐 마치 인조인간을 보는 것 같다.

플래스틱 발명가 베이크라이트의 손자 브룩스(스티븐 딜레인)는 계급이 다른 아내와의 의식과 수준 차이 그리고 성취감 없는 삶 때문에 후줄근한 모습이다. 브룩스의 아내 바바라는 중류층 출신이어서 어떻게 해서든지 남편의 미국 귀족사회 수준에 자길 맞추려고 불어와 스페인어까지 써가며 안간힘을 쓴다.

이런 부모 밑에서 태어난 아들 토니(에디 레드메인)는 부모의 불안정한 삶의 멍에를 짊어지고 사느라 냉소적인 인간이 되고 만다. 토니를 우승컵처럼 남들에게 자랑하는 바바라는 남편에게서 받지 못하는 사랑을 아들에게서 찾으려고 토니와 지나치게 가까워진다.

결국 바바라와 브룩스는 헤어지는데 그 뒤로 바바라는 토니로부터 자신의 감정적 궁핍함과 사랑의 부족을 채우려고 하면서 토니를 거의 질식케 한다. 어머니의 감정적 강요와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았다는 생각 때문에 토니는 내면이 거의 비어버린 인간처럼 행동한다. 그리고 어머니와 아들은 내면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근친상간의 관계에까지 이른다. 이런 두 모자의 관계 속으로 뜨내기 게이 사이몬(휴 댄시)이 들어오면서 셋이 함께 침대에 든다.

26년간의 얘기가 뉴욕과 파리와 스페인과 런던을 오락가락하면서 전개되는데 모든 것이 너무 지나치고 또 한편으로 너무 모자라는 영화다. 탐 칼린 감독. 성인용. 일부 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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