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만족하는 삶

2008-06-1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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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가주 한인의 과반수가 넘는 85%이상이 대체로 미국생활에 만족한다는 설문조사가 나왔다.

물론 지역적인 차이와 좀 더 많은 교민들을 대상으로 했다면 숫자는 달라질 수 있겠지만 어찌됐든 이 불경기임에도 과반수를 훌쩍 넘겼다는 것이 이채롭다. 이민생활의 가장 큰 관심사는 역시 경제적인 성공과 자녀 교육이다.

단 돈 몇 백 불을 들고 미국에 왔지만 언어소통이 안 돼 고학력임에도 육체적 노동을 10시간 이상 감행한 어려운 이민 1세대의 땀흘린 노력이 있었기에 LA 한복판에 ‘한인 타운’이라는 우리만의 아름다운 보금자리가 만들어졌다.


영어 표기가 아쉽다는 간판이 전 한인 타운을 뒤덮어도 오가며 바라보는 시선 속에 굵직하게 걸린 한글 상호를 보면 한편으론 뿌듯해진다. 다른 나라보다 이민문화에 빨리 정착할 수 있는 미국의 장점은 땀 흘린 대가가 그대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처럼 지연과 혈연의 연결고리가 없어도 성실과 근면하면 자신의 꿈과 안정적인 미래를 잘 설계할 수 있다. 이국 땅에 심은 젊은 청년의 꿈이 노후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청사진과 맞불려 끊이지 않는 자신과의 노력을 반복하게 한다.

부모가 대단한 재산을 물려주지 않아도 자식에게 기대지 않고 열심히 건강하게 사는 모습만으로도 삶의 축복으로 여겨진다.

미국에서의 생활은 특별한 부자도 없고 덜 가진 자도 없기에 단지 물질적인 소유에만 비중을 둬 필요이상의 긴장과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그나마 적다. 초등학생들조차 아파트 평수에 따라 친구가 형성된다는 한국 풍토가 아직은 낯선 미국에 살다보면 남의 눈을 의식할 필요 없는 자유로움이 우리의 삶을 작은 만족으로 이끈다.

지난 해 서울에서 ‘부동산 박람회’를 치뤘는데 하루에도 수 십명이 넘는 40~50대를 만나보면서 그들이 가진 재산에 비해 미래가 불투명하고 불안감까지 가진 모습에 의아한 적이 있었다.

그들이 열심히 살아 온 만큼 보상되지 않는 일자리에 원치 않는 정년퇴임을 일찍하면서 얻어지는 자괴감과 상실감이 실제 나이보다 훨씬 더 들어 보이게 했다.

물질을 갖고도 삶의 만족이 보장되지 않는 불안함이 인생황혼에 이민을 꿈꿔 보는 그들의 눈빛에 허탈함을 들게 했다. 아직도 자신의 야망을 세울 넘치는 의욕이 남아있건만 너무 빠른 출세로 인해 정년퇴임 또한 빨라지면서 그들이 마땅하게 설 자리가 없어져 소일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일의 성패를 떠나 혼신을 기울일 일이 있을 때 살맛 나듯 열심히 살아 온 그들이 자신의 삶에 스스로 자초되지 않으려 며칠 동안 상담한 경험이 떠올려진다.


비록 이민초기에 고학력이지만 언어로 인해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그저 노력하나로 이겨 낸 분들의 성공예화를 들으며 자신에게 대견스럽다는 표현이 인상에 남는다.

아무 것도 꺼리길 것이 없는 자유로움이 오늘의 성공을 가져왔다며 열심히 살아 온 만큼 노후에 대한 멋진 준비를 하는 두 손은 여전히 분주하기만 하다.

똑같이 주어진 한 번 뿐인 삶에 누구나 행복할 권리는 주어지는 데 그 만족도를 성취하려는 의지는 절대 우리에게 달렸다.

두 손에 다 쥐고도 만족 못하고 삶에 대해 허탈해 하는 모습보다는 지금 경제적으로 힘들어도 알찬 미래를, 노후를 설계할 수 있는 내 일터가 있음에 감사하며 열심히 최선을 다함으로 지금의 불황을 잘 이겨내는 지혜를 가졌으면 한다.

힘든 세월을 지내고 나면 좀 더 성숙된 자아가 주변의 삶과 인생을 넓게 보는 관용을 갖게하는 장점도 있다.

오늘 하루는 그간 잊고 있던 행복의 요소를 하나 둘 찾아봐야겠다.

카니 정
콜드웰뱅커 베스트 부동산
(562)304-3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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