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 일상, 깨달음- 유행가가 흐르는 찻집에서

2008-05-3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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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가가 흐르는 찻집에서 예배를 드린다면 이해하시겠습니까? 시장통 상점과 상점 사이 좁은 길에 의자를 펴놓고 차를 파는 찻집을 아십니까? 이곳에서 확성기로 호객하는 화차의 기적소리만큼이나 큰 옆집 상인들의 목소리에 아랑곳 않고 미소를 지으며 소리 없이 찬양하는 무리들이 있다면 믿어지십니까? 그냥 목소리로 찬양하는 것이 아니라 온몸으로 손짓하며 찬양을 합니다. 기도도 말씀도 조용히 경청합니다.

중국 어느 도시에서 드렸던 주일 예배 현장입니다. 바로 중국 농아인들의 예배모습입니다. 비록 교회당이 없어 길거리에서 예배를 드리지만, 그들에겐 기쁨이 있습니다. 옆에서 떠드는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것이 오히려 다행스럽습니다. 가두에서 공식적으로 예배를 드리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 나라에서 마음껏 목청 높여(?) 찬송해도 시비를 거는 사람들이 없어 다행입니다. 사람들이 수화를 이해 못하는 것이 이처럼 다행스러울 때가 없습니다. 소란 중에도 말씀에 집중할 수 있는 침묵이 복이 됩니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꿈이 있습니다. 이왕이면 예배 처소가 있었으면 합니다. 그 꿈은 저들에게는 너무 벅차 보입니다. 돈을 버는 자립 농아인들이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저들은 헌금 드리기를 힘씁니다. 건물을 임대해 예배를 드릴 수 있는 날만을 손꼽아 기다립니다. 농아인 전도자의 설교를 알아들을 수 없어 몹시 답답했지만 온몸 다해 말씀을 전하는 모습에서 뜨거움을 전달받습니다. 말로 할 수 없기에 더욱 열정적으로 몸을 던져 전하는 농아인 전도자. 한순간도 놓치지 않으려고 눈을 똑바로 떠 집중하는 농아인들. 이들은 예배 중에 고개를 돌리거나 눈마저 자주 깜빡 거릴 수가 없습니다. 눈으로 예배를 드리기에 한눈을 팔다가는 수화를 보지 못해 문맥을 놓치기가 일쑤입니다.

이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서 예배를 드리는 교회가 어디 있겠습니까? 동시에, 이보다 더 진지한 예배를 드리는 교회 또한 어디 있을까 싶습니다. 예배가 끝나자 차 한 잔 하라고 서로 끌어당기는 그들의 모습에서 진한 사랑을 느낍니다.

제가 중국에서 농아인들에게 설교를 할 때 참으로 복잡한 과정을 거칩니다. 제가 한국말로 말씀을 전하면 옆에서 중국말로 통역을 합니다. 그 통역을 듣고 중국 수화를 하는 자매가 다시 통역을 합니다. 조선족과 한족이 섞여 있는 경우는 더 복잡합니다. 조선족 수화를 따로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복잡한 과정에도 불구하고 누구 하나 지루해 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복음화율 25%를 자랑하는 한국에서도 농아인의 복음화율은 2%에도 미치지 않습니다.


중국에서 농아인들은 완전 미전도 종족입니다. 선교학적으로 3만명 이상 되는 특정 종족에 교회가 없다면 미전도 종족이라고 합니다. 이들을 위해 성경을 번역하고 선교사를 파송합니다. 그러나 2,700만이나 되는 중국의 농아인들을 위해서는 완전히 손을 놓고 있습니다. 세계선교학계가 중국의 농아를 미전도 종족으로 분류해 놓고 있긴 합니다. 그러나 중국 농아인들을 위해 정식으로 선교사를 파송했다는 이야기를 아직 듣지 못했습니다.

이때 중국 농아들을 위해 집중적으로 선교를 하는 우리 선교팀의 수고가 있습니다. 힘을 모아 주십시오. 중국의 농아선교는 그야말로 황금어장입니다. 그물만 던지면, 들어 올릴 수 없을 만큼 고기가 잡힙니다. 들을 수 없는 것이 때론 복이 되지만 복음을 듣지 못한다면 그것은 정녕 불행입니다. 중국 농아들이 복음을 듣게 도와주십시오.

김 홍 덕
(목사·조이장애선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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