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허를 찌른 ‘칸’의 선택 ‘더 클래스’

2008-05-25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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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메시지 담은 ‘더 클래스’에 황금종려상

(칸<프랑스>=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칸은 종종 그래왔듯이 누구도 예상치못했던 선택을 했다.

제61회 칸 국제영화제가 25일 프랑스 로랑 캉테(46) 감독의 ‘더 클래스’에 황금종려상을 안기며 12일간의 막을 내렸다. 프랑스 영화의 황금종려상 수상은 1987년 모리스 피알라 감독의 ‘사탄의 태양 아래서’ 이후 21년 만이다.


폐막식에서 배우이자 감독인 로버트 드니로로부터 상을 받은 캉테 감독은 이 작품은 평등과 불평등의 문제를 안고 있는 이 세계의 축소판을 끝까지 들여다 본 영화라며 수상 소감을 밝혔다.

심사위원장 숀 펜은 ‘더 클래스’를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선정했다고 밝히며 놀라운 영화라고 추어올렸다. 뉴욕타임스의 평론가 A.O 스콧은 감상적이지 않고 아주 신선하고 꼼꼼한 시선으로 익숙한 수토리라인을 무너뜨렸다고 평했다.

하지만 아무리 정치적 성향이 강한 숀 펜이 영화제 기간 인터뷰에서 우리는 오스카상과 분명히 대척점에 서있을 것이며 선구적이고 인습에 얽매이지 않는 작품에 왕관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해도 ‘더 클래스’의 황금종려상 수상은 이변으로 여겨지고 있다.

‘더 클래스’는 이민자 마을에 있는 한 학교에서 실제 학생과 교사들을 투입해 찍은 영화로 청소년 25명을 가르친 경험이 있는 프랑스 소설가 프랑수아 베고도의 자전적 소설을 토대로 했다. 프랑스 사회를 옮겨놓은 듯한 교실 내의 생활을 솔직하게 담아냈으며 베고도는 이 작품에 배우로도 출연했다.

영화제 내내 수상 여부로 관심을 모았던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익스체인지’의 수상 실패가 우선 눈에 띈다. 이스트우드 감독은 평생공로상을 수상했을 뿐 기대됐던 앤젤리나 졸리의 여우주연상 수상마저도 이루지 못했다.

지난해와 비교해 수상을 점칠 만한 확실한 경쟁작이 없다는 비판이 쏟아졌음에도 심도있는 애니메이션 ‘왈츠 위드 바시르(Waltz With Bashir)’, 영상으로 옮긴 인물평전 ‘체(Che)’ 등에 쏟아졌던 관심에 비하면 ‘더 클래스’는 그리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프랑스 영화중에서도 평단의 반응은 아르노 데스프레친 감독의 ‘크리스마스 테일(A Christmas Tale)’이 더 나았다.

‘왈츠 위드 바시르’는 비록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심사위원들이 눈여겨본 작품으로 꼽았으며, 비경쟁 부문에 출품됐던 우디 앨런 감독의 ‘비키 크리스티나 바르셀로나’도 호평받았다.


경쟁 부문 22편 중 총 4편, 쿠바의 혁명 영웅 체 게바라의 일대기를 그린 ‘체’를 포함한다면 5편을 올린 남미 영화는 남녀주연상을 거머쥐며 칸의 애정을 확인했다.

미국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이 연출한 ‘체’의 베니치오 델 토로(41)는 4시간28분에 이르는 영화를 주도적으로 끌고 나갔다는 점에서 일찌감치 남우주연상 후보로 꼽혔다.

푸에르토리코 출신으로 미국에서 자란 그는 ‘트래픽’, ‘21그램’ 등을 통해 할리우드내에서도 연기파 배우로 자리잡았으며 ‘체’의 제작자로도 합류했다. 아카데미상, 골든글로브상, 전미 비평가협회상 등에서 주로 조연상을 수상했던 그에게 이번 남우주연상 수상은 또하나의 획을 긋는 일이 됐다.
’중앙역’으로 1998년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황금곰상을 수상했던 브라질 중견 감독 월터 살레스와 대니엘라 토머스 감독의 ‘리냐 드 파스(Linha de Passe)’에서 열연한 산드라 코르벨로니(43)의 여우주연상 수상은 의외. 비록 범죄세계에 빠지지않기 위해 분투하는 아들을 둔 싱글맘 역을 무리없이 소화해냈으나 유력한 후보로는 앤젤리나 졸리 외에 ‘레오네라’에서 진한 모성으로 삶을 변화시키는 훌리아 역을 맡았던 마르티나 구스만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경쟁 부문에 진출하지 못했던 한국영화는 ‘추격자’로 장편 데뷔하는 신인 감독에게 주는 황금카메라상을 노렸으나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출품된 ‘헝거(Hunger)’를 연출한 영국 스티브 매퀸 감독을 이겨내지 못했다.

이외에 2위작에 해당하는 그랑프리인 심사위원 대상은 이탈리아 마테오 가론 감독의 ‘고모라’, 3위작인 심사위원상은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의 ‘일 디보’가 차지했다.

또 터키 출신의 누리 빌제 세일란 감독은 거짓과 진실의 갈림길에 놓인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스리 멍키스’로 감독상을 받았다.

한편 칸영화제는 영화제 기간 중국 쓰촨성 지진과 미얀마 사이클론 피해자들을 위한 헌금행사에 수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ka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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