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천년 고도에 ‘분단’은 없었다

2008-05-2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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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기자의 눈으로 본 개성 <상>

대한민국 국가조찬기도회 미주 참가단 중 개성관광에 나선 20명의 일원으로 지난 16일 둘러본 개성은 영락없는 1960년대 한국 지방 소도시의 모습이었다. 월요일을 빼고 매일 한 차례 12대 가량의 버스에 분승한 500여 관광객이 지나는 길. 주변 상가와 아파트, 주택들은 조잡하기 짝이 없는 모양새에 낡은 페인트를 입고 있어 궁색함이 처절하게 묻어났다. 주민들이 관광버스를 못 보게 하기 위함인 듯, 몇 호씩 집들이 모여 있는 농촌마을 입구에도 인민군이 한 사람씩 차렷 자세로 서 있었다. 개성 시내를 자전거나 도보로 지나던 활기 없는 어른 아이들은 무심한 듯 버스에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하루 동안 자유를 반납하고 북측이 허용한 곳만 구경하고 사진 찍는 관광은 숨 막히게 답답했으나 푸르른 오월의 빛은 조국 산천에는 이념이 없음을 느끼게 했다. 허리 잘린 한반도에서 남과 북으로 나뉘어 이토록 다른 환경에서 사는 백의민족의 질곡, 거기서 느끼지는 아픔은 통일의 소원을 오롯이 짙어지게 했다. 렌즈에 담은 개성의 모습을 23일과 27일 종교면에 두 차례에 걸쳐 싣는다.
<글·사진 김장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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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죽교-고려말의 충신 정몽주가, ‘하여가’를 부르며 유혹한 이방원(조선 태종)에 ‘단심가’로 대항하다 피살당한 장소인 선죽교. 몇 걸음 길이의 작은 다리이나 유명세 탓에 관광객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았다. 난간은 후손들이 다리 보호를 위해 만들었으며, 주변에 한석봉의 글씨가 새겨진 추모비와 표충각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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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안내원-박연폭포 주변 대흥산성 북문을 향해 올라가는 검은 양복의 북한 안내원들. 버스마다 2명씩 타 관광지 설명을 하고 ‘아내의 눈물’ 등 구성진 노래를 불러주기도 한다. 또 정보 수집을 위해선듯, 관광객들에게 이명박 대통령의 인기도, 미국 쇠고기 수입, FTA, 미 대선 등을 놓고 끊임없이 질문을 해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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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폭포-황진이, 서경덕과 함께 송도삼절로 꼽히는 40m 높이의 박연폭포. 금강산 구룡폭포, 설악산 대승폭포와 더불어 3대 명폭이기도 하다. 관광 온 한 남한 노인이 돌아다보는 것이 고향 마을인지, 유년의 추억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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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음사 대웅전-박연폭포 북쪽 산자락에 자리잡은 관음사의 대웅전. 고려 초기에 창건된 조계종 1,000년 고찰로 단아한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20년째 절을 지키고 있는 청맥스님은 아랫마을 호텔에서 살며 출퇴근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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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품 상점-고려박물관에 있는 기념품 상점. 과자, 인삼, 꿀, 상황버섯, 산나물, 수예품, 도자기, 술, 담배, 우황청심환 등을 판매하며,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여점원들이 달러벌이를 위해 호객 행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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