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 일상, 깨달음- 두 사람

2008-05-2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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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후반의 김이글과 김진화는 두 사람 모두 러시아에서 태어난 고려인 3세다. 한인 선교사에 의해 예수님을 영접한 후 한 사람은 목사 안수를 받아 주의 종으로 길을 걸었고, 다른 한 사람은 교회의 행정을 담당하며 정부기관과 중계 역할을 담당하는 행정사역자의 일을 해왔다.

지난 15년 동안 이 두 사람은 예수님을 영접하고 헌신자로서 같은 길을 걷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각자 받은 은사대로 최선을 다해 카자흐스탄 가라간다 은혜 교회를 섬기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결과는 판이했다.

김이글 목사는 지난 7개월 사이에 40일 금식기도를 이미 3번 드렸고, 지난 4월26일부터 4번째 40일 금식기도에 들어갔다. 물만 마시며 드리는 40일 금식기도는 하나님이 인도하시고 성령님이 붙잡아 주시지 않으면 단 한 번도 제대로 마칠 수 없는 그런 생명을 건 믿음의 행위인데, 그는 이미 4번째 40일 금식기도에 들어갔다. 주님 나라를 위해 생명을 드리기로 이미 작정한 사람에게 죽음은 결코 두려움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김진화는 지난해 7월 갑작스럽게 간암판정을 받더니 불과 1개월 만에 죽었다. 죽기 얼마 전 그는 교회를 탈세혐의로 고발하고 자신을 주님께 인도했던 선교사를 간첩협의로 고소했다. 사람의 눈으로 보기에 그는 예수님을 영접하고 교회의 모든 일에 헌신했던 것으로 보였는데 사실 그는 처음부터 카자흐스탄 정보기관(KNB)의 끄나풀로 교회에 잠입해 들어온 인물이었다. 모든 일이 표면으로 드러나기 전까지는, 김진화가 교회에 잠입해 들어온 정부 정보원이라고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그가 눈물 흘리며 했던 간증이 아직 머릿속에 생생하다. 그런데 그는 철저한 위선자였다. 교회를 세상 권력에 팔아먹은 가롯 유다와 같은 인물이었다.

가라간다 교회는 김진화로 인해서 지금 이루 말할 수 없는 환난 가운데 빠져 있다.

지난해 8월 정보기관 소속 비밀경찰들이 교회에 들이닥쳐 교회의 모든 컴퓨터 자료들과 재정 관련 서류들을 압수해 갔다. 그리고 가라간다 은혜교회를 세운 유의경 선교사는 간첩행위를 한 혐의로 출입국 금지자 명단에 이름이 올랐다.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척박한 가라간에 교회를 세우고 성경학교를 운영해 왔던 유 선교사는 이제 그 땅에 발조차 들일 수 없는 처지가 됐다. 가라간다 은혜교회는 지난 1992년 창립된 이래 성령님의 뜨거운 역사하심으로 현재 교인수가 4,000명, 250여개의 지교회를 카자흐스탄에 세운 대형 현지인 교회다.

크리스천이 환난을 대응하는 가장 지혜로운 방법은 무엇일까.

억울함을 정부기관이나 국제사회에 호소하는 것은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 TV 방송이 기독교를 비판했다고 해서 방송국 앞에서 시위하고 시청거부 운동을 벌이는 것도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 오히려 환난이 다가올 때 교회는 더욱 무릎 꿇고 약할 때 강함을 주시는 하나님만을 의지하며 자세를 낮춰서 칼날을 피해야 한다. 초대교회가 로마 정부의 서슬 퍼런 핍박 아래서도 생존하며 오히려 더욱 강성할 수 있었던 비결도 바로 여기에 있었다.

가라간다 은혜교회는 김이글 목사를 위해서 교인 170명이 40일 금식기도를 주님 앞에 드리고 있다. 순교의 각오로 교회를 지키기 위해 금식으로 기도하는 저들의 기도를 들으시고 하나님께서 반드시 응답해 주실 것을 믿는다.

백 승 환 (목사·예찬출판기획)
baekstephen@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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