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추억의 명화-‘연인들’

2008-05-16 (금)
크게 작게
연하의 남자와 사랑의 줄행랑
당시로선 파격적 러브신 화제

분위기 칙칙한 필름 느와르 ‘사형대의 엘리베이터’에서 함께 일한 루이 말르 감독과 잔느 모로가 다시 손잡고 만든 서정적으로 에로틱한 흑백 로맨스 영화다. 이 영화로 끈적끈적한 흡인력을 발산하는 모로가 국제적 스타가 되었다.
아이까지 있는 유부녀가 연하의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하룻밤 뜨거운 사랑을 나눈 뒤 이튿날 이 남자와 함께 사랑의 줄행랑을 놓는다는 간단한 내용이다. 이 영화는 지금 같으면 아무 것도 아닐 러브신 때문에 개봉 당시 전 세계적으로 스캔들을 일으켰었다.
바티칸 신문은 ‘악마적 영화’라고 저주를 했고 미국에서는 외설문제로 대법원에서까지 심의를 했었다. 그 동기는 당시 이 영화를 상영한 오하이오 클리블랜드 하이츠의 극장 주인이 주법원에서 외설물 상영죄로 2,500달러의 벌금을 받았기 때문. 그러나 대법원 판사 파터 스튜어트는 “난 외설영화가 어떤 것인지 보면 안다. 그러나 이것은 그 게 아니다”고 판결했다.
문제가 된 외설장면은 잔느 모로와 그가 만난 젊은 고고학자 베르나르의 한 밤의 긴 정사 부분. 카메라가 처음으로 육체적 쾌감과 희열에 젖은 감각적인 모로의 얼굴을 클로즈업으로 보여 주면서 떠나지를 않는다. 모로의 “모 나무르”(내 사랑)라는 속삭임과 함께 브람스의 6중주곡이 기막힌 조화를 이루며 시적으로 성적 니르바나의 분위기를 조성한다. 이 장면을 비롯한 육감적인 앙리 드카에 촬영이 시각을 취하게 만든다.
베니스 영화제서 특별상을 받은 이 영화는 한 주부이자 어머니인 여인의 중년의 위기와 함께 뒤늦은 성적 자각을 그린 솔직한 작품이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로 말르는 “사랑을 발견한 여인이 자기 현실화라는 보다 높은 도덕성 때문에 보통의 도덕성을 거부한 영화”라고 말했다.
Criterion이 DVD(30달러)로 출시했다. 크라이티리언은 역시 말르의 작품인 ‘내면의 불’ (The Fire Within·1963·30달러)도 출시했다. 이 영화는 자기 파괴적 작가가 자살을 결심한 뒤 24시간 안에 파리의 옛 친구들을 방문하는 강렬히 어두운 얘기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