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윤실 호루라기- 낙타와 바늘 이야기

2008-05-1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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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의 말씀 중에 가장 듣기 싫은 말이 있다.

“부자가 천국에 가는 것보다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지나가는 것이 더 쉽다”는 말이다. 물론 바로 이어서 하나님은 모든 것을 하실 수 있다는 말로 부자가 천국에 갈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놓았지만, 생각해 볼수록 여간 부담이 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왜 하필 낙타일까? 못생기고 울퉁불퉁한 낙타의 모양이 욕심 많고 모가 난 부자들의 모습과 닮아서일까?

성경이 말하는 ‘부자’란 좋은 동네 큰 집에 살고, 명품으로 온몸을 도배하며, 점심으로 사시미를 일주일 내내 먹는 정도의 사람들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세계의 경제를 좌우할 만한 갑부를 말하는 것이다. 구약성서에는 하나님의 축복으로 당대의 갑부가 된 사람들이 많이 나오지만, 신약성서로 넘어오면서 재물의 축복보다는 영적인 축복을 구하라는 예수님의 가르침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우리들은 두 가지를 다 받고 싶어한다. 재물과 영적인 축복을 동시에 가질 수는 없을까? 바로 그것이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길이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로토에 당첨되는 것보다 어렵다는 말이다. 바늘구멍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이런 낙타가 되어야 한다.


1. 열심히 일하되 돈을 위해 일하지 않는다. 신앙인의 모든 삶은 하나님과 이웃을 위한 것이여야 한다. 일하는 것도 돈을 위해서가 아니라 신앙생활의 일부분이 되어야 한다.

2. 큰 부자가 되고 싶으면 큰 돈을 이웃과 사회를 위해 써야 한다. 자신을 위해 돈을 벌고 자신의 쾌락을 위해 그 돈을 쓰는 사람은 결코 큰 부자가 되지 못한다. 바로 이것이 성경적 물질관이 말하는 ‘청지기의 사명’인 것이다.

3. 십일조를 드렸다고 재물의 축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십일조는 하나님께 투자하는 것도, 뇌물을 바치는 것도 아니다. 1,000달러를 드리고 1만달러를 기대하고, 헌금을 많이 하고 특별한 하나님의 복을 기대하는 것은 좋은 신앙이 아니다. 모든 헌금은 하나님께 감사하고, 이웃들을 아끼는 순수한 마음으로 드려야 한다.

4. 부자가 되고자 하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성경의 부자들은 부자가 되려고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아브라함은 양보하고 순종하는 삶 속에 축복을 받아 큰 부자가 되었다. 솔로몬은 부귀영화보다 지혜를 구했을 때,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었다. 세상의 부자가 되기를 포기할 때, 비로소 하나님의 부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5. 돈보다 사람을, 사람보다 하나님을 더 사랑해야 한다. 돈을 사랑하는 사람은 결코 하나님의 부자가 될 수 없다. 돈을 사랑하는 사람은 돈의 노예가 될 뿐이다.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아끼는 사람에게 하나님은 돈을 사랑 실천의 도구로써 주실 것이다.

과연 예수님의 낙타와 바늘 이야기가 적절하다 싶을 정도로 어렵다. 그러나 이것은 로토가 아니라 하나님의 약속의 말씀인 것이다. 이 모든 바늘구멍의 과정을 통과하면 분명히 세기의 부자가 되는 것이다.

세계최고 갑부의 명단에 버펫, 슬림, 게이츠, 인도 사람들의 이름을 제치고 바늘구멍을 통과한 낙타들의 이름이 올라가기를 기대해 본다.

‘먼저 그 나라와 그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 하시리라.’

이 용 욱
(목사·하나크리스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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