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술 딱 끊고 성령에 취해 부른 찬양

2008-05-0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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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양음반 ‘왜 날 사랑하나’ 낸 김행용 장로

한경직 목사에 이끌려 12살때부터 찬양 사역
한때 6, 7차 가던 술고래
금주후 기도하며 음반 내 올여름 한·미 찬양 투어
수익 신학교 건설에 쾌척

김행용(54)씨. 세리토스 ‘대통령 부동산’의 터줏대감.


언제나 싱글벙글 웃는 얼굴에 술과 친구 좋아하는 호인으로 알려진 김씨가 CD 음반을 냈다. 제목은 ‘왜 날 사랑하나’(Why Should He Love Me So).

통속적인 사랑의 노래가 아니라 찬양성가 음반이다. 그가 정색을 하고 찬양사역자가 된 사연.

“사람들이 몰라서 그렇지, 어릴 때부터 42년 동안 찬양했어요. 그런데 재작년 신학공부를 하던 중 찬양으로 선교하라는 소명을 받았습니다. 그 뒤 일년 동안 술은 입에도 안 대고 엄청 기도하면서 용기를 내어 녹음한 겁니다.”

한번 마셨다 하면 6차 7차까지 가곤 했던 그가 ‘일년 동안 술을 입에도 안 댔다’는 것은 엄청난 사건이고 결단이었다. 술을 끊자 친구들도 사라졌다. 매일 울며 기도하는 그를 보고 “맛이 조금 갔다”고 놀리는 사람도 생겼다. 그러나 김씨는 그 중 한 명이라도 “저놈이 저렇게 변했는데 나도…” 하는 사람이 생긴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단다.

어려서 별난 재주가 많았던 그는 열두살 때부터 한경직 목사님의 손에 이끌려 무대에 섰다고 한다. 일선 육군부대와 해군 함정을 찾아다니며 노래도 하고 원맨쇼도 했다.

“얼굴의 모든 근육을 자유자재로 움직이고 무슨 소리든 낼 수 있는 재주가 있었죠. 어린 아이가 이북 사투리도 했다가 발동기 소리도 냈다가 목탁 두드리는 소리도 내고 하면 장병들이 박장대소를 하고 좋아했어요. 그렇게 군인들 마음이 열리고 나면 한경직 목사님이 나와서 말씀을 전하셨습니다. 설교 끝나면 군인들이 줄줄이 목사님 앞으로 나와서 결신하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그게 김씨의 첫 선교였다. 그때는 어려서 깨닫지 못했지만, 한 목사가 그저 사람들 웃기라고, 광대노릇 하라고 자신을 데리고 다닌 게 아니라 선교에 동참시킨 것이었음을 지금은 분명히 느끼고 있다.


그는 병원 선교와 유치장 선교를 비롯해 교회 모임마다 불려 다니며 웃기는 일을 도맡았는데 사춘기에 접어들자 웃기는 게 싫어지더란다. 이후부터는 노래만 했다. 서울 영락교회 독창자, 나성영락교회 독창자, 평안교회 독창자를 거쳐 현재는 세계성경교회 성가대장 및 독창자이며 LA 챔버 콰이어와 숭실 OB합창단의 독창자로 끊임없이 노래하고 있다.

찬양으로 선교하기 위해 그는 ‘G-비전 153’을 돕고 있다. 코헨신학교와 세계성경교회(담임목사 강신권)가 운영하는 G-비전 153은 지난 18년 동안 전 세계 오지에 크고 작은 신학교를 70여개 세운 선교기관. 재정이 모자라 절절 매는 선교사들을 위해 김씨는 지난해 한국에 나가 몇 교회에서 찬양 간증집회를 가졌는데 놀라운 성과를 올리면서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3주 전 나온 CD를 들고 올 여름에는 아내 김선희씨와 함께 미국과 한국을 순례할 작정이다. 5월18일 소망커뮤니티 교회, 25일 유타반석교회 등 4개 교회에서 찬양집회를 가진 후 6월15일부터 한달간은 한국의 9개 교회에서 집회를 갖는다. 부산 소정교회, 울산 대광교회, 포항 중앙교회, 서울 엘림교회, 서울 북아현교회 등 전국을 다니며 찬양하고 간증할 예정.

김행용씨는 79년 도미, 세리토스 지역에서만 30년을 살면서 주유소를 오래 운영했고 지금은 5년째 부동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먹고 살만하기’ 때문에 음반 판매수익은 1달러도 남김없이 신학교 짓는 일에 보낸다는 김씨의 음반은 들을수록 마음이 착해진다. 찬송가와 복음성가 13곡을 노래하는 순수하고 우직하고 꾸밈없는, 굵고 맑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정말 아름답다. 연락처 (562)754-8289.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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