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4월은 원예의 달’ 뒷마당 채소밭 가꿔보자

2008-04-1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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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르는 재미 먹는 즐거움

4월은 전국 원예의 달(National Gardening Month). 특히 이맘때가 되면 집 뜰에 각종 한국산 토종 채소 씨앗이나 모종을 구해 심어 텃밭을 일구는 한인들이 많다. 물론 부지런한 사람들은 이미 2~3월부터 채소 씨앗 심기를 시작했지만 아직도 늦지 않았다. 지금 씨앗이나 모종을 심으면 2~3개월 정도 지나 여름쯤에는 따서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집에서 키우는 채소는 농약 걱정 없는 유기농 채소라 더욱 각별하다. 물론 모종이나 씨앗 형태라도 ‘오개닉’ 표시가 없다면 약이 처진 것이라 봐야 하지만 아무래도 집에서 키우는 채소는 약을 많이 뿌리지 않기 때문에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또 고추, 깻잎, 상추, 오이, 토마토, 딸기 등은 키우는 재미도 쏠쏠하다.

고추·깻잎·상추·토마토 등
농약 안뿌린 오개닉 무럭무럭


정원이 없는 집이라도 큰 화분에 유기농 흙을 가득 채워 베란다에서 키우는 가정들도 많다. 어바인의 이효선 주부(35)는 “아이가 아토피라 유기농 채소를 직접 집에서 길러 먹는데, 지난해는 땅이 여의치 않아 속이 깊은 화분에 오이, 토마토, 상추 등을 심어 먹었다. 화분도 흙이 좋으면 잘 자란다”며 “농약 걱정 없이 안심하고 먹는데다 맛도 좋지만 아이들이 키우는 과정을 관찰하면서 자연체험을 할 수 있고, 아이들이 더 재미있어 해 올해도 심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쑥, 미나리, 돌나물, 신선초 등 약이 되는 채소를 집에서 직접 기르는 한인들도 많다. 해마다 집 뜰에 쑥이 풍성히 자란다는 LA 한인타운의 강영진씨(59)는 “한국에서 갖고 온 쑥 뿌리를 한 개만 얻어 키우기 시작했는데, 금새 뒷마당을 뒤덮을 정도로 잘 자랐다. 쑥 소문을 듣고 집에 직접 찾아와 쑥을 캐가는 한인 노인들도 있을 정도”라며 “쑥은 한 뿌리만 있어도 금새 주변에 퍼지고, 큰 정성을 들이지 않아도 쉽게 캐서 먹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주말에는 농부가 되어 유기농 채소 기르기에 도전해 보는 것은 어떨까. 초보자를 위한 유기농 채소 키우기의 유용한 정보를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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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진씨가 집에 무성히 자란 쑥을 캐고 있다. 집에서 키운 채소는 마켓에서 파는 것보다 더 달고 맛나다.

햇빛·좋은 흙·수분 3박자만 맞으면 풍작

심는 만큼 거둔다고 하지만 적당한 햇빛, 좋은 흙, 수분 이렇게 3박자를 잘 조성해 주면 풍성한 채소를 식탁에 올릴 수 있다. 채소 기르기에서 대부분 실패하는 요인은 너무 처음부터 밭에다 많이 심기 때문. 처음부터 밭에 도전할 필요가 없다. 화분이나 조그맣게 ‘레이즈드 베드’(raised bed)를 꾸며 키워본다. ‘레이즈드 베드’는 나무나 벽돌 등을 이용해 틀처럼 땅에서 조금 높인 화단을 말한다. ‘레이즈드 베드’를 꾸미면 외관상으로도 보기 좋고, 잔디 등 다른 풀들이 올라오지 못하게 할 수도 있다. 가로 12, 세로 24피트 규모의 화단이면 네 식구 먹기에 충분하다. 대개 씨앗에서 30~90일 이후면 수확하게 된다. 햇빛은 채소가 잘 자라고 맛도 좋게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대부분 채소는 6~8시간 정도 햇빛을 필요로 한다. 최소 6시간이면 되지만 10시간 정도 햇빛을 받는 것이 좋다. 식물에 따라 햇볕보기는 당도를 강화하고 맛을 더 좋게 한다. 하지만 남가주처럼 햇빛이 강렬한 곳에서는 오히려 일조량을 잘 관리할 수 있는 곳에 심는 것이 중요하다. 햇빛과 그늘을 조화롭게 잘 맞추고 물 주기도 편한 곳에 심는 것이 좋다.


씨앗 및 모종 심기

씨앗 포장지가 있다면 뒤에 적힌 설명을 잘 읽고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이 좋다.
땅에 심을 때는 너무 깊게 심지 않도록 주의한다. 설명서대로 따라한 뒤에 물을 주고 햇빛이 잘 드는 곳에 둔다.
모종 역시 구입때 모종 화분에 꽂혀 있는 설명서대로 심는다. 모종을 땅에 심기 전에 물을 주어 습기가 지게 한 뒤에 땅을 파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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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루 자란 상추 모종. 집에서 키워 먹으면 마켓에서 파는 것보다 훨씬 연한 맛을 즐길 수 있다.


밭 없으면 화분·틀 이용해도 무난
씨앗 뿌리기보다 모종 심는게 확실

■씨앗 및 모종 구입
홈 디포나 타겟, 암스트롱 가든, 일반 마켓 등에서 구할 수 있다. 인터넷 구매도 가능하다.
올림픽타운 식물원에서는 씨앗은 1~1.50달러선. 모종은 2달러 선으로 뿌리가 2개에서 6개 들어 있는 모종판을 판매한다. 과일나무의 경우 45달러에서부터 180달러까지. 갤러리아 마켓 앞 꽃집에서는 각종 씨앗을 5봉지에 10달러에 판매한다. 홈 디포에서는 각종 씨앗 봉지가 1.25~2달러. 오개닉인 경우는 3달러선.
쪾한국 등 아시아 채소 씨앗을 구할 수 있는 웹사이트:
www.evergreenseeds.com
www.watersuntogeth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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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릇파릇 돋아난 각종 채소 모종들. 씨앗으로 시작하는 재미도 있지만 모종을 구해 키우면 열매 얻기가 훨씬 수월하다.

■씨앗부터 시작할까? 모종부터 시작할까?
씨앗이 아주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초보자는 모종이 더 확실하다.
올림픽타운 식물원의 김천근 사장은 “씨앗은 열매를 얻기까지 실패할 확률이 높지만 모종은 확실하게 열매를 얻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씨앗은 파종시기, 기후, 토양, 재배방법, 관리법 등에 따라 각기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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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 모종을 구해 심을 때는 햇빛이 잘 들고 흙은 물이 잘 빠지는 장소를 골라 심는다.

■토양
채소 기르기에 햇빛, 물, 온도 등도 중요하지만 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올림픽 타운 식물원의 김 사장은 “밑거름이 잘 되는 흙을 주는 것이 관건”이라며 “집에서 한약재이든 음식 찌거기이든 거름이 될 수 있는 것을 썩히는 일도 많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잘 썩혀서’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라 강조했다.
잔디가 있던 곳에 채소 심기를 한다면 흙을 아예 바꾸는 것이 이상적이다. 잔디는 생명력이 강해 없앴다고 생각해도 다시 자라는 경우가 많다. 비료, 거름을 주어 흙을 잘 섞어 사용한다.
홈디포 등 상점에서는 유기농 흙도 판매한다. 한 포대에 6~7달러 선.
집 뜰 흙에 대해 잘 모른다면 비료가 섞인 흙을 사용하거나 비료를 땅에 뿌려 토양을 기름지게 한다. 특히 진흙이나 모래땅은 퇴비를 적절하게 섞어 준다.
한편 흙이나 비료를 구입할 때는 화분용인지 그냥 땅에 섞어도 좋은 흙인지 확인해야 한다. 또한 물이 잘 빠지는 흙이어야 한다.
아무 것도 심지 않았던 흙이라면 단단하게 굳어 영양분도 없고 물도 잘 빠지지 않을 수 있으므로 퇴비와 섞어서 영양분 있는 흙으로 만들어 주어야 한다.

■물주기
물은 너무 적게 주면 채소가 말라 죽게 되고, 너무 많이 주면 뿌리가 썩게 된다. 적당하게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토마토의 경우 물을 많이 먹는 식물이므로 땅에 심은 것은 흙이 흠뻑 젖도록, 화분에 심은 것은 물이 화분 밑으로 새어나올 때까지 준다.
고추는 조금씩 자주 주는 것이 좋다. 올림픽 타운 식물원의 김천근 사장은 “한인들이 채소 재배에 실패하는 요인 중 하나는 물을 너무 많이 주기 때문”이라며 “스프링클러가 잘 작동되는 곳에 심고, 일주일에 땅이 흠뻑 젖도록 주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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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즈드 베드’를 이용해 채소를 키우면 관리하기 한결 수월하다.

■지렁이
집에서 묵힌 음식 쓰레기로 거름을 만들기는 시간도 많이 걸리고 생각보다 어렵다. 이때는 지렁이를 이용하면 친환경적 거름을 만들고 음식 쓰레기도 줄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남가주한인노동상담소 박영준 소장은 집에서 직접 지렁이를 키워 거름에 쓰고 있다. 박 소장은 “지렁이도 종류가 많은데, 레드 웜(Red worm)이란 지렁이를 키워 채소 키우기에 쓰고 있다”며 “땅의 영양도 유지하고 화학비료를 쓰지 않아 유기농의 의미를 퇴색시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지렁이는 1파운드에 15달러 정도.
아무 통이나 상자에 흙과 함께 지렁이를 넣어 두고 그늘에 놓는다. 신문지를 오려 그 위에 얹어두고 상자의 흙은 항상 축축하게 유지한다. 음식 찌꺼기는 신문을 들어 가운데 넣어둔다. 지렁이가 신문지까지 먹어 치우고 똥을 배출하는데 이것이 땅과 채소에는 훌륭한 거름이 된다. 잘 썩히게 되면 냄새도 안 나고 까맣게 된 거름을 추려내 씨앗이나 모종을 심을 때 넣어주거나 채소가 자랄 때 거름으로 뿌려준다. 참고로 지렁이를 넣어두고 3~6개월 정도 흐른 뒤 까만 거름이 생긴다. 또한 상자 밑에 검은 물이 나오면 물 줄 때 함께 뿌려 주어도 좋다.

최대한 유기농으로 만들려면

집에서 채소를 키우다 보면 달팽이, 쥐며느리, 집게벌레, 자벌레 등이 생길 수 있다. 약을 쳐도 되지만 집에서 기르는 노하우는 바로 최대한 유기농으로 만드는 것.
집에서 키우더라도 약을 쓰지 않기는 힘들다. 씨를 뿌릴 때, 싹이 나고 자라기 시작할 때, 잎이나 열매가 생길 때 작은 벌레들이 생기고 이때 약을 쓰기도 한다. 하지만 무공해 약을 쓸 수도 있다. 물 1L에 매운 붉은 고추 100g 정도를 넣어 20분 이상 끓여 식힌 후 10배 정도의 물에 희석해 채소에 뿌려주면 살충 효과를 낸다. 또한 다진 마늘 50g 정도를 물 1L에 넣어 끓인 후 50배 정도 물을 넣어 희석해준 뒤 뿌리면 역시 친환경적 농약역할을 한다.
다년 간 텃밭을 일구어온 강영진씨는 “집에서 유기농으로 키우려면 최대한 약을 뿌리지 않아야 한다”며 “약을 뿌리지 않은 채소는 믿음이 가고 집에서 키운 채소는 마켓에서 파는 것보다 더 달고 연하며 맛있다”고 말했다.

상추, 너무 뜨겁지 않게 온도·수분 신경

■한인들이 선호하는 채소별 기르기 노하우

*오이: 씨앗을 심으면 3개월 정도면 열매를 기대할 수 있다. 여러 모종을 심을 때는 3피트 정도 간격을 두고 심는다. 5-10-10 타입의 비료를 준다. 비료를 너무 많이 주지 않도록 주의한다.

*상추: 너무 뜨거우면 수확량이 적어질 수 있으므로 온도가 높아지면 주의해야 한다. 온도와 수분관리가 주의사항이다. 일년내내 다수확이 가능하다. 모종에서는 1개월 정도 걸리며, 씨앗에서는 2개월 반 정도면 먹을 수 있다. 너무 자라면 단단해져 먹기에 별로 좋지 않다.

*토마토: 늦은 봄부터 가을까지 잘 자란다. 지금 심으면 여름 중순쯤에 열매를 기대할 수 있다. 토마토는 햇빛이 무척 중요하다. 적어도 8시간 정도는 햇빛을 보게 해주어야 한다. 줄기가 자라면 둥근 철제 지지대를 사용하거나 나무 막대기를 이용해 지지대를 설치해 준다. 6~8인치 정도의 나일론 스타킹을 이용해 줄기를 지지대에 묶어주는 것도 열매 때문에 쓰러지지 않게 하는 요령. 땅에 모종을 심을 때는 깊게 심어주어야 한다.

*호박: 4월에 심으면 6월 말~7월 께 수확할 수 있다. 햇빛이 잘 들고 물이 잘 빠지는 곳에 심는다.

*고추: 집에서 키운 고추는 맵지 않고 오히려 달다. 싱싱한 살사요리에도 사용할 수 있고, 된장이나 고추장에 찍어먹어도 좋다. 토마토처럼 둥근 원형 철제 지지대를 사용하면 좋다. 심을 때는 18~24인치씩 간격을 둔다.
모종을 갓 심은 후에는 흙에 알맞게 물기가 있게 하기 위해 톱밥이나 퇴비 멀치(mulch)를 뿌려둔다. 6주 정도 후에는 꽃을 피우게 되는데 이때 오개닉 비료를 섞어주면 좋다.

*파, 부추, 쑥갓: 뿌리째 뽑지 않고 잘라서 먹으면 일년내내 먹을 수 있다.

남가주의 가볼 만한 정원

채소 기르기를 하면서 봄나들이 겸 남가주의 유명 정원을 둘러보는 것은 어떨까. 이들 정원에서는 식물 기르기에 관한 노하우를 강의하는 시간을 마련하기도 한다.

LA 카운티 식물원(The Arboretum of Los Angeles County)
매년 30만명 이상이 찾는 곳으로 수목원과 식물원으로 127에이커의 대규모를 자랑하는 이곳은 크게 호주, 아프리카, 아시아, 아메리카 정원, 그리고 역사지구로 나뉘어 지역별로 수집된 다양한 나무와 식물 총 8,000여종이 그림같이 조성돼 있다.
이국적인 열대 식물에서부터 작은 허브 밭까지 다양하게 꾸며져 있는데, 크고 작은 정원이 다양한 이름으로 15개 정도가 자리하며 레드우드 숲, 캘리포니아 야생화 단지, 감귤숲, 야자수와 대나무 숲, ‘퀸 앤 카티지’(Queen Anne Cottage), 목재 외양간 겸 헛간인 ‘코치 반’(Coach Barn) 역사적 건물 등 32개의 볼거리로 분류돼 있다.
식물원에서는 초보를 위한 가드닝에 관한 클래스를 운영하고 있다. 금요일 오전 9시30분부터 12시까지. 수강료는 멤버는 50달러, 비회원은 58달러. LA 식물원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매일 오픈한다. 멤버는 오전 8시부터 입장할 수 있다. 한편 매달 세번째 화요일은 무료 입장이 가능하다.
입장료 성인 7달러, 62세 노인 및 학생(ID 지참) 5달러, 5~12세 2.50달러, 4세 이하는 무료. (트램 라이드는 3달러) 파킹 무료.
*주소: 301 N. Baldwin Ave. Arcadia
*문의: (626)821-3238
www.arboretum.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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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이나 채소 가꾸기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LA 카운티 식물원.

헌팅턴 라이브러리
최근 문을 연 중국 정원을 비롯 다양한 테마의 정원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곳이다. 화~금 정오, 오후 2시에 무료 가든 투어도 마련된다. 토, 일 주말에는 오전 10시30분, 오후 2시30분에 있다.
선인장이 아름답게 조성된 데저트 가든, 장미꽃이 만발한 로즈 가든, 셰익스피어 가든, 팜 가든, 젠 가든 등 15개 주제별로 나뉘어져 있다. 월요일은 휴관. 입장료 6~15달러, 4세 이하 무료.
*주소: 1511 Oxford Rd. San Marino
*문의: (626)405-2215
www.huntingto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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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정원들이 유명한 헌팅턴 라이브러리는 최근 중국정원이 새로 오픈했다.

게티 센터
405프리웨이 근처 샌타모니카 마운틴 산자락에 위치한 이곳은 언제나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넓고 쾌적한 전시공간에다가 아름답게 조성된 야외 정원은 주말에는 피크닉을 하는 관람객들로 몰린다. 가든 투어는 오전 11시30분~오후 3시30분까지 1시간마다 마련된다.
*주소: 1200 Getty Center Dr. LA
*문의: (310)440-7330 www.getty.edu

데스칸소 가든
동백나무 숲, 장미 정원, 캘리포니아 정원 등 아름답게 조성돼 있으며 한인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최근에는 봄철 꽃들이 화사하게 피어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다. 오픈시간은 매일 오전 9~오후 5시.
*주소: 1418 Descanso Dr. La Canada
*문의: (818)952-4401
www.descanso.com

<정이온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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