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nglish Tudor Style 타임머신 타고 중세 캐슬 온듯

2008-04-15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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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glish  Tudor  Style  타임머신 타고 중세 캐슬 온듯

잉글리시 튜더 스타일 건축양식을 한눈에 둘러볼 수 있는 포이어. 웅장하리만큼 높은 천장과 고풍스런 패널 장식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쭦행콕팍 박순한씨 집

점점 복잡해지는 LA 한복판, 운치 있는 전형적인 아메리칸 주택가로
통하는 행콕팍은 각기 다른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근사한 하우스들이 저마다 고유의 스타일을 뽐내며 함께 어우러져 있는 독특한 동네다.
다운타운에서 보니타 패브릭을 운영하는 박순한 사장은 이 동네에서만 30년을 살아온 행콕팍 토박이. 강산이 세 번 변하는 세월 동안 그녀의 역사와 추억을 품어온 행콕팍 주택가도 많이 변했다고 한다.

“처음 이곳에 이사 올 때만 해도 한인들이 거의 없었는데 요즘은 한인 이웃들이 부쩍 많아 졌어요. 세대도 점점 젊어지는 추세구요.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개성이 넘치는 하우스들이 한데 모여 있는 곳은 이곳, 행콕팍 밖에 없을 거예요”
그녀의 삼십년 세월 중 절반이 넘는 20년의 추억이 곳곳에 묻어 있는 지금의 보금자리는 행콕팍 중앙에 위치한 잉글리시 튜더 스타일 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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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지하면서도 아늑한 라이브러리에서 햇살이 한 가득 담긴 다이닝룸을 바라본 전경. 둥근 아치 문양의 창문은 전형적인 잉글리시 튜더 스타일 하우스임을 알려준다.


1920년대 8,000sqft 저택
빨간 벽돌의 뾰족 지붕
웅장하고 높은 ‘포이어’
고풍스런 패널 장식 인상적

8,200스퀘어피트의 저택인 이 집은 베드룸이 모두 8개로 모두 2층에 위치해 있으며 아래층에는 포이어, 리빙룸, 라이브러리, 주방 다이닝룸으로 구성되어 있다. 20년이란 긴 세월동안 동고동락하며 그녀와 가족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긴 이 집은 1920년에 건축된 것으로 따뜻한 느낌을 주는 빨간 벽돌, 뾰족한 지붕 등 고풍스러우면서도 멋스러운 외관을 지녔다.

오랜 세월이 한껏 묻어나는 앤틱 현관문을 열고 실내로 들어서니 집안 곳곳에 영국 중세 시대를 떠오르게 하는 ‘잉글리시 튜더 스타일’ 건축양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가장 눈길끄는 공간은 전형적인 잉글리시 튜더 스타일로 꾸며진 넓은 포이어(foyer). 워낙 튜더 스타일 홈에서 강조하는 공간이긴 하지만 박 사장네 포이어는 특히 웅장하리만치 높은 천장, 고급스러운 진한 브라운 컬러의 우드 패널로 장식한 벽면, 디테일한 조각 장식이 살아있는 널찍한 벽난로, 고풍스러우면서도 멋스러운 촛불 샹들리에가 어우러져 눈길과 마음을 모두 사로잡는다. 벽면과 통일된 우드 패널로 장식된 천장에는 이 집을 건축한 집안의 가문을 상징하는 문양이 곳곳에 그려져 있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중세시대 영국의 한 성(castle)에 와 있는 듯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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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틱 옥션을 찾아다니며 하나씩 장만한 가구로 꾸민 리빙룸. 미국, 중국, 그리스, 영국 등 전세계 앤틱 가구는 모두 모였다.

웅장함 그 자체인 포이어에서 시작된 감흥은 안주인의 아지트(?)라는 라이브러리에서 다이닝룸으로 연결되는 코너와 앤틱 경매장을 쫒아 다니며 하나하나 구입한 전 세계 출신(?) 앤틱 가구로 연출한 리빙룸 등 집안을 둘러보는 내내 계속된다.

붙박이로 포이어 벽면 패널 장식과 연결된 선반에는 손때 묻은 책들이 빼곡히 꽂혀있는 라이브러리다. 이곳에 들어서면 마치 오랜 시간 학문을 연구한 학자라도 와 있는 듯 엄숙한 분위기가 오히려 포근함을 안겨준다. 이곳을 지나 햇살이 한가득 넘실대는 화창한 날 차 한 잔 들고 머물기 제격인 다이닝룸에 이르면 스테인 글라스 장식으로 포인트를 준 통창과 만나 웅장함으로 기세등등했던 포이어와는 전혀 다른 널찍한 빈 공간이 모습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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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후한 멋이 흐르는 벽면 패널, 고급스런 조각이 새겨진 널찍한 벽난로, 벽면의 작은 기둥 장식이 어우러진 이 코너는 네 딸들의 프롬 드레스 사진 촬영을 위한 단골 장소이기도 하다.

“공간마다 무언가로 꽉꽉 채울 필요는 없잖아요. 그래서 그냥 비워 두었어요. 딸 아이 넷을 키울 때 이곳이 바로 그 애들이 깔깔거리며 뛰놀던 놀이터였어요. 지금은 모두 성인이 되었지만 가끔 이곳에 앉아 있으면 그 옛날이 떠올라 마음이 한구석이 따뜻해진답니다”

중세 시대의 멋스러운 드레스 자락을 휘날리며 파티를 열어도 손색없을 이 장소는 강렬한 레드 컬러와 화이트 프레임, 스테인 글라스 장식이 어우러진 독특한 코너로 그녀가 옛날을 추억하는 이 공간이자 자연스레 푸른 잔디로 정돈된 뒷마당과 널찍한 테니스 코트로 연결되는 통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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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주인이 가장 아끼는 앤틱 의자. 살짝 열린 창가를 통해 은은하게 쏟아지는 햇살과 어우러져 완벽한 코너가 연출됐다.

집 구조 자체가 웅장하면서도 고풍스러워 덩치 큰 가구 대신 디테일이 살아있는 앤틱 가구로 꾸민 리빙룸은 안주인의 미스매치로 연출한 인테리어 감각이 고스란히 담긴 곳. 한꺼번에 세트로 구입하는 대신 앤틱 옥션을 찾아다니며 20년 세월 동안 하나하나 맘에 드는 가구로 채워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슬림한 곡선 프레임이 멋스러운 유럽 앤틱 의자를 비롯해 자개 장식이 눈길끄는 중국 앤틱 테이블, 그리스 앤틱 거울까지 전 세계의 인테리어 소품을 조화롭게 연출한 글로벌(?)한 공간이기도 하다.

<글 성민정 기자 사진 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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