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직분은 감투아닌 십자가”

2008-04-15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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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분은 감투아닌 십자가”

기윤실이 주최한 ‘건강교회 포럼’의 10일 행사에서 백종국(왼쪽 끝) 한국 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가 “바른 임직을 위해서는 좋은 교회 정관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LA 기윤실 ‘건강교회 포럼’ 한인교회 임직문화 토론
편법 추천·헌금강요 등 문제점 지적
영적 배경·행동 검증한후 선출 강조

LA 기독교윤리실천운동(공동 대표 허성규·홍진관)은 건강교회 포럼을 지난 10~11일 캘리포니아 인터내셔널 대학에서 개최, 개신교 임직문화 등에 대해 참석자들과 진지한 고민을 나눴다.

이 행사에서 이창우 목사(오렌지 열린문교회 담임)는 주제발표를 통해 “지상에 완전한 교회는 없다. 교회는 치료를 받으러 온 환자(교인)들이 모인 영적 병원이므로 언제나 문제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전제한 뒤 종종 교회분쟁의 불씨가 되고 있는 임직문화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나름대로 대안을 제시했다.


이날 이 목사가 꼽은 임직의 문제점은 ▲관심 있는 사람과 부탁 받은 사람들만 참석하는 오후 예배시간에 선거 실시 ▲담임목사가 다루기 쉬운 ‘순종형’ 교인들만 추천 ▲원하는 수가 다 뽑힐 때까지 반복 투표 ▲후보자를 단체로 천거한 뒤 편법 사용 ▲선거 없이 일방적으로 임명 ▲주보 등을 통해 특정인 띄우기 ▲임직 시즌에만 열심히 봉사하는 척하며 벌이는 선거운동 ▲직분별로 얼마는 바쳐야 한다는 식의 ‘매관매직’ 행태 등이었다.

“교회 직분은 결코 계급이나 세상의 감투가 아니라 기능적인 봉사의 자리”라고 강조한 그는 “교회(당회)가 후보의 영적 배경과 사회에서의 삶을 철저히 검증해서 그 내용을 모두에게 알림으로써 교인들이 충분한 이해와 판단을 거쳐 다수결로 일꾼을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임직을 돈과 연결시키는 풍토는 반드시 막아야 한다”면서 “임직식은 십자가를 지는 날이므로 화환 전시, 피로연 개최, 축의금 접수 등 세속적 관행도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준비위원회를 구성, 임직식을 교단 헌법상 꼭 필요한 인사만 초청한 가운데 정규 예배시간에 간소하게 치르고 임직자들이 헌물이나 헌금을 내는 순서는 없앴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목사는 “임기제, 안식년제 등의 도입을 통해 장로 제도를 개혁해야 개인적인 부담을 줄이고 인재등용 기회를 확대할 수 있다. 시무장로에서 물러난 사람은 ‘예비역’으로서 더 높은 차원에서 이민교회 전체를 섬기는 일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또 개혁은 세속적인 생각을 제거하고 그리스도의 마음을 채우는 것이라면서 교회가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면 결국 젊은이들이 교회를 떠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임직 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목회자가 평소 ‘삶의 변화’를 겨냥한 성경공부를 통해 교인들을 하나님과 사람 앞에서 칭찬을 받는 일꾼들로 ‘목양’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패널리스트로 나온 백종국 교수(한국 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와 여명진 장로(나성영락교회)는 한국교회가 최근 어려움에 빠진 것은 세속의 기준이 하나님의 기준을 밀어냈기 때문이라면서 ‘되고 싶은’ 사람을 장로, 집사, 권사로 뽑은 것이 아니라, ‘되어야 할’ 사람을 선출하기 위해 미주한인 교회의 실정에 맞는 모범 샘플정관이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이 자리에서는 담임목사와 비전이 맞는 사람을 뽑을 수밖에 없다는 점, 대형 교회의 경우 교인들이 임직자 후보들을 제대로 알기 어렵다는 점 등 현실적 제약이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글·사진 김장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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