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가축의 내장 안에서 사는 서로 다른 두 종류의 박테리아가 하나의 종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이는 사람의 영향 때문이라는 연구가 나왔다고 라이브사이언스 닷컴이 보도했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 연구진은 야생 동물과 가축의 장내 세균 DNA를 분석한 결과 캄필로박터 제주니(C.제주니)와 캄필로박터 콜라이(C.콜라이) 등 두 종의 박테리아가 하나로 결합 중임을 발견했으며 이는 생물의 진화에 사람이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라고 사이언스지 최신호에 발표했다.
이들은 우리가 목격하는 교잡현상이 진화의 중요한 일부라는 사실은 최근에야 인식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C.제주니와 C.콜라이는 먼 옛날 한 조상으로부터 퍼진 것으로, 이들이 서로 다른 갈래로 갈라지고 진화의 압력이 개입하면서 두 개의 새로운 종이 형성돼 야생 닭이나 돼지 등 동물의 장내에서 서로 다른 적소(適所)를 차지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종(種)의 개념은 생물학자들 사이에서 치열한 논란의 대상이지만 연구진은 이 두 종의 미생물이 85%의 유전자를 공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다른 종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사람과 침팬지가 98%의 유전자를 공유한다는 사실을 생각할 때 이처럼 다른 박테리아들이 단일종으로 결합한다는 사실은 놀라운 것이다. 이는 매우 큰 유전자 격차로, 예를 들자면 가재가 파리와 교잡하는 격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들의 유전자 분리, 즉 다양화 과정에 역전이 일어난 것은 사람이 농사를 짓게 되면서부터인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들어 세균의 교잡 현상은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이는 세계적인 산업화와 식량 수요 증가로 농업 밀도가 높아진데 따르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
가축의 밀집 사육으로 미생물의 환경도 크게 바뀌고 있으며 닭들은 때로 다른 닭의 배설물을 먹이로 착각하는 일도 생기지만 이런 일이 반복되면 원래는 생태학적으로 별개이던 두 종류의 장내 세균이 급속히 지속적으로 뒤섞이게 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미생물들끼리 유전자 교환, 즉 교잡을 시도해도 대개는 실패하지만 한 조상의 자손들이 다시 만나서 짝짓기를 하면 유전자 교환에 성공할 확률이 매우 높아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서로 다른 종류의 생명체가 하나로 결합하는 시기가 언제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사람에 의해 조성되는 진화의 압력이 이런 현상을 가속화시키는 것은 분명하다고 이들은 지적했다.
이들은 인간은 자연 환경을 교란시킴으로써 직접적으로 생물 종들을 교란시키고 있다. 이는 사람의 영향력이 진화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강력하고 충격적인 사례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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