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 일상, 깨달음- 우리 집이 제일 좋아

2008-04-1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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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새들이 노래하고~ 집앞의 나뭇잎 춤추고~ 햇님이 방긋이 고개 들면 우리 집 웃음꽃 피어요~ 엄마! 아빠 좋아! 아빠! 엄마 좋아! 랄라 랄라라라~ 랄라~ 랄라라라~’

어린 시절 종종 아빠가 불러주시던 노랫말이다. 가난한 목사의 딸로 태어나 교회 사택에서 유년기를 보냈지만 그 시절의 추억은 나이에 상관없이 나를 들뜨게 하고 행복의 미소를 짓게 만든다. 마치 선반 위에 올려놓은 연애편지처럼 언제나 그 자리에 다소곳이 있어 손만 뻗치면 타임머신 타고 그 시절, 그 모습으로 쏜살같이 되돌려주는 아주 고마운 보물 상자다.

둥그런 상 앞에 오남매가 둘러앉아 엄마와 같이 만두를 빚던 순간 등이 아련한 행복으로 이어진다. 엄마가 해 놓으신 반죽으로 커다란 쟁반에 한 조각씩 떼어서 긴 나무 방망이로 밀면서 만두피를 만들었지. 오남매가 서로 만들어 보겠다고 시작했는데 나이순으로 두께가 점점 두툼해진 만두피를 엄마가 다시 종이장 같이 얇게 변신시켰을 때 우리 엄마 최고라고 엄지손가락을 내밀던 막내 동생의 뿌듯한 미소…. 아빠는 주전자 뚜껑으로 만두피를 찍으시고 마지막 마무리인 만두속을 넣으면 드디어 맛있는 황해도 만두가 완성! 그 많은 만두를 순식간에 먹고 나면 그날 저녁은 마음 넉넉한 부자가 되어 노래가 절로 터져 나왔다. 저녁상을 물리고 일곱 식구가 모여서 가정예배를 드리고 화음을 넣은 아름다운 하모니로 합창을 부를 때면 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아이가 되어 미래에 펼쳐질 나의 가정을 꿈꾸곤 했었다.

그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불혹을 넘겨 여섯 아이의 엄마가 되어 있다니…. 세월이 유수 같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행복의 맛을 몇 배로 느끼게 해주니 돛단배를 신나게 하는 순풍처럼 나이를 먹는 것도 고마운 일이다.


세상의 누구도 혼자인 사람은 없다. 남자와 여자가 사랑으로 만났기에 최고의 작품인 아기를 잉태했고 그 아름다운 생명의 이어짐이 가정을 이루고 더 나아가 사회와 민족, 국가를 만드는 것이 아닌가. 아무리 혼자이고 싶어도 끊을 수 없는 혈연의 관계는 고아일지라도 지울 수 없고 바꿀 수 없는 운명이다. 다만 내 마음이 그 많은 관계를 부정하는 것이며, 스스로가 그것을 누리지 못할 뿐이다.

행복한 가정은 우리 모두의 소원이다. 반드시 이뤄야 하는 우리의 과제이기도 하다. 이유를 막론하고 우리 모두는 행복해야 하고 그 행복을 나눠야 하는 존재들이다.

비슷한 것은 서로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고, 부정적인 사람들은 부정적인 사람들끼리 친하게 되고, 긍정적인 사람들은 긍정적인 사람들끼리 붙어 다닌다. 몸에 밴 습관과 태도에 따라 편안한 상대를 찾게 된다는 말이다. 그러나 가정은 좀 다르다. 성향이 달라도 부부가 되고, 같이 살다보면 서로 알게 모르게 영향을 주어 닮은꼴이 되어간다. 자녀 또한 나이를 먹어가며 부모의 분신되어 그 기질이 뚜렷이 드러난다.

그러기에 우리에겐 행복을 위한 긴장이 필요하다. 힘이 들어도 한번 웃으면 새 에너지가 생겨난다. 친절한 한마디와 따뜻한 손을 내미는 용기는 싸움을 멈추게 하는 신비한 힘을 지녔다. 작지만 소중한 긴장들은 인생을 훨씬 의미 있고 보람차게 만들어 주는 행복양념이다. 매일 매순간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은 한번뿐인 인생을 결코 헛되이 흘려보내지 않는다. 자기 몸에서 뽑아낸 실로 옷감을 만들어내는 누에고치처럼 우리네 인생도 결국은 스스로 만들어 내는 독특한 창작물이다. 때문에 책임도 스스로 져야 한다. 행복은 선택이다. 작은 생각 하나만 바꿔도 모든 것이 순반응으로 따라오는 멋진 세상! 단순히 믿고 일어서 발을 떼는 순간, 행복은 이미 시작되는 것이다. “사랑만 하기에도 인생이 너무 짧지 않은가!”

정 한 나
(세계선교교회 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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