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에이전트와 점쟁이

2008-03-1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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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차압 매물이 늘면서 자금이 준비된 고객들조차 더 싼 매물을 찾기 위해 시간 벌기에 들어섰다. 그렇게도 꼼짝 않던 집 가격이 숏세일과 경매로 인해 하향선을 그린다.
또한 새 단지 분양에 달팽이 줄을 서며 강남같은 열기를 보였던 투자자들의 행렬도 주춤하며 무조건 기다려 보자는 심리가 팽배하다. 그래서인지 당장 렌트 계약의 만료로 집을 사야 되는 고객들은 더 큰 폭의 내림세를 기대하며 대기하느라 렌트 기간을 연장하고 있다.
렌트 매물은 한정적인데 들어갈 테넌트들이 많아 렌트비는 꾸준한 상승세를 보인다. 실수요자라면 비싼 임대료를 내면서 집 값 떨어지기만 기대하기 보다는 내 조건에 맞는 집을 잘 검토해서 고르는 용기가 필요하다. 어차피 주기적으로 변하는 주택시장에서 완전한 바닥을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부동산에는 과거가 없기에 시기를 놓친 뒤 ‘그때 샀어야 했고 팔았어야 했다.’는 후회가 큰 도움이 되지 못 한다. 사람의 심리란 묘해서 주변인들이 집을 구매하면 덩달아 사느라 리스팅 가격 보다 더 주면서도 발길이 모여지더니 지금은 좋은 가격의 차압 매물이 나와도 무조건 낮게 쓰는 탓에 번번이 떨어지는 바이어들이 많다.
무조건 싸게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적정선에서 구입 결정을 내리는 자신만의 용단이 아쉽다. 매일 “앞으로 부동산 전망이 어떻게 되겠느냐?”는 문의 전화는 부동산 특집 기사가 나가는 목요일에 특히 절정을 이룬다.
2~3년 전 좋은 가격으로 부동산을 판 뒤 목돈을 챙긴 바이어들 중엔 에이전트 못지않은 전문 지식과 감각을 갖고 계속 거듭되는 투자로 큰 수익을 남긴 분들이 많다. 그들의 공통된 투자 비결은 무리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매물가격의 바닥을 기대하기 보다는 40%정도 객관적인 조건만 맞으면 주저 않고 사들였다는 것이다. 그 중엔 90년대 고스란히 집을 날리고 개인파산까지 했다가 좌절하지 않고 다시 도전한 끝에 그 이상의 이익을 보면서 지난 아픈 경험에서 홀가분히 벗어날 수 있었다는 성공담도 들린다.
물론 부동산 투자에 개런티는 없다. 마켓 분석을 열심히 하고 있는 에이전트들도 주택동향을 유명한 점쟁이처럼 속 시원하게 맞추지는 못한다. 바이어와 셀러의 입장 또한 다르기 때문에 이중적인 분석이 필요하지만 서로에게 적절한 타이밍이 될 수 있도록 그저 최선만 다할 뿐이다.
다만 경험에 비춰 볼 때 부동산 매매에 지나치게 감성적인 이유는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집값이 오르자 그간 불협화음이 일었던 가정이 갈라서느라 시세보다 훨씬 밑도는 가격으로 팔아버린 고객과 옆집 보다는 내 집이 훨씬 나은 집이라며 좋은 가격의 오퍼를 마다하더니 주택시장의 변화로 그보다 낮은 가격으로 할 수없이 정리한 케이스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필자 또한 지난 해 오랫동안 팔리지 않은 리스팅을 단지 셀러의 급한 상황이 안 돼 오지랖 넓은 성격으로 그것도 그 시세에 맞게 덜컥 사놓고는 끝내 서너 달 비운 뒤 렌트를 놓게 되었다. 그렇게 마음 고생을 했는데도 막상 에스크로가 끝나자 태도가 달라진 셀러의 모습에 실망하면서 부동산은 즉흥적이고 감성적인 매매는 꼭 피해야 한다는 결론을 또다시 내렸다.
리스팅을 받을 때 셀러가 잘 돼서 혹은 타당한 이유로 집을 팔게 될 때는 함께 기분이 좋다가 다급할 때는 덩달아 안쓰럽다가 3개월 계약기간 동안 팔지 못하면 두고두고 마음에 담았던 기억이 되살아난다. 컨포밍 융자액의 상한선이 올라간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진다. 그로 인해 그간 잠잠했던 주택시장이 활기를 이루고 오랫동안 때를 기다려 온 성실한 바이어들에게 호재로 작용하길 간절히 바라며 이럴 땐 에이전트도 부동산 향후를 정확히 알려줄 수 있는 점쟁이 같은 뛰어난 감각을 잠시나마 가져 본다면 얼마나 좋을까?
(562)304-3993
카니 정
콜드웰뱅커 베스트 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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