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숭례문 화재는 총체적 부실관리 탓

2008-03-09 (일)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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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KT텔레캅 요구로 중구청에 영향력 행사
중구청 직원 3명 입건, 문화재청ㆍ소방관 등 10명 징계통보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숭례문 화재는 문화재청, 소방당국, 중구청 등 유관기관의 평소 느슨하고 부실한 관리가 빚은 인재로 경찰 수사결과 드러났다.

숭례문 방화사건을 수사해 온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10일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문화재청은 `1사1문화재 지킴이’ 캠페인을 추진하던 2007년 5월 경비 주체를 바꾸면 업체 간 분쟁 소지가 있었는데도 KT텔레캅의 요구로 캠페인 대상이 아니었던 숭례문을 추가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은 중구청과 KT텔레캅이 숭례문 관리 협약을 맺기 전인 작년 5월9일 중구청을 비롯한 관련 지방자치단체에 공문을 보내 KT텔레캅이 5년 간 무료로 문화재 지킴이로 활동하겠다고 하니 숭례문 등에 적용될 수 있도록 검토하고 회신해달라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와 관련해 문화재청 안전과장 최모(51)씨, 시설사무관 홍모(52)씨, 시민협력담당전문위원 강모(39)씨 등이 업무처리를 부적절하게 했다고 보고 해당기관에 징계를 통보했다.

경찰은 또 문화재청 안전과장 최씨, 행정사무관 장모(51)씨 등은 소방방재청 등 유관기관과의 비상연락망 구축 등 재난대비 업무에 소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홍보 효과와 함께 수익 증대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숭례문에 대한 무인경비를 맡은 KT텔레캅이 중구청 직원들에게 명절 선물을 보내고 60여만원어치의 식사를 제공한 점은 확인됐지만 대가성 및 직무 관련성을 인정하기 어려워 내사종결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소방당국의 경우 화재진압 당시 체인 톱 등을 이용해 천장 파괴를 시도했지만 목재가 두껍고 물이 많이 스며들어 실패하는 등 초동 조치를 제대로 못해 숭례문의 붕괴를 막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소방당국은 또 연 1회 소방점검 및 훈련을 실시했지만 형식에 그치고 숭례문의 구조와 특성을 파악하지도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그러나 소방관들의 직무유기 혐의는 인정하기 어려워 형사입건은 하지 않되 형식적 소방훈련, 문화재 진화를 위한 매뉴얼 미비, 열감지 화상카메라 미사용 등 근무태만에 대해 시정조치 및 징계를 요구키로 했다.


서울 중구청 김모(57) 과장과 담당직원 채모(37)씨는 매달 숭례문 화재예방 점검을 해야 하는데도 2006년 2월부터 화재 발생 때까지 점검을 안했고, 화재 발생 뒤에는 국회에 허위 공문서를 작성해 제출했다가 입건됐다.

중구청 기능직 직원 최모(47)씨는 숭례문 일용직 근무자 3명의 출퇴근을 관리하면서 2006년 12월부터 지난 1월까지 출근부를 한꺼번에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청 문화재관리팀장 유모(56)씨, 문화재과장 남모(57)씨 등은 문화재청으로부터 숭례문 등에 대한 `문화재 소방 및 안전점검 요청’ 공문을 받아 중구청 등에 전달하고 조치를 확인해야 하는데도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관계자는 숭례문 화재의 책임을 특정 부처나 업체에 묻긴 힘들지만 평소 느슨하고 부실한 관리행태가 이번 사건을 막지 못한 것과 상당 부분 연관이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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