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노스리지 독자 찰스 윤씨가 말하는 ‘마라톤’ 이야기

2008-02-2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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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리지 독자 찰스 윤씨가 말하는 ‘마라톤’ 이야기

독자 찰스 윤씨.

초짜도 6개월 지도받고 ‘완주’거뜬

매년 3월 첫 주일에 2만5,000명 이상이 참가하는 LA 마라톤이 성대하게 열린다. 마라톤하면 누구나 우선 생각이 자기와는 전혀 무관한 특별한 운동으로 치부한다. 나도 마라톤 하기 전엔 그렇게 생각했었다.
나이가 50이 넘고 보니 주위에서 들리는 소리마다 건강 건강하니 은근히 걱정이 돼 뜀박질(조깅)을 시작하기로 했다. 처음엔 저녁 후 20~30분을 어슬렁어슬렁 동네 주위를 걸었다. 그러기를 2~3개월 하다 보니 자연히 뛰고 싶은 생각이 들어 뛰다 걷다 하기를 사오십분 정도 서너달 하던 중에 크리스티나와 폴 김이라는 마라토너 부부에게 붙들려(?) 전혀 생각지도 않던 별난 사람들이나 하는 마라톤 소굴(?)에 가보게 되었다.
토요일 아침 6시에 패사디나 로즈보울 파킹장에 가보니 나를 포함해서 10명 미만의 선수(?)들이 모였고 나는 코치의 지도로 생전 처음 1시간 정도를 천천히 뛰어보았다. 이것이 나의 마라톤의 시초이며 벌서 12년이나 지나 그동안 20번 정도 완주를 했다.
그런데 그동안 뛰어보니 생각과는 전혀 다른 점을 터득하게 되었다. 즉 누구나 일단 시작해서 6개월 정도 코치의 지도를 받으면 반드시 완주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7시간에 걸어서 완주하나 4시간에 뛰어서 완주하나 수여하는 메달과 상장은 똑같다는 것이다. 워낙 마라톤하면 아무나 하는 운동이 아니라는 인식에 마라톤 뛰었다 하면 주위에서 우선 놀라고 다음 질문이 완주했느냐고 묻는다. 완주했다고 하면 또 한번 놀란다.
그리고 LA 마라톤은 처음 출전자에 많은 배려를 해준다. 그 중에 좋은 것은 시간이 얼마 걸리든 마지막 러너가 골인할 때까지 열 몇 시간이 걸려도 끝까지 기다려 준다. 그리고 완주 메달을 목에 걸어주며 “You are so proud”라며 격려해 주고 축하해 준다. 이러니 시간에 관계없이 골인만 하면 힘들었던 것도 잠시이고 그 성취감과 자긍심은 정말 대단하게 느껴지게 된다.
최근 LA 마라톤에 한인이 약 300명 이상 참가하고 있으며 부부는 물론이고 한 가족 6명이 출전하는가 하면 82세 할머니와 할아버지 동갑내기 부부도 완주하신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전쟁에서 한쪽 다리를 잃어 외다리로 목발 짚고 완주하는 상이용사들을 여럿 보게 되며 그들의 의지력과 정신력은 정말로 많은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해준다. 하물며 사지 멀쩡한 사람이 한번 시도를 안 해보는 것은 게으름의 극치라 하겠다.
왜냐하면 마라톤 연습은 시간이 많이 안 들고, 돈도 필요 없고 신발과 반바지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고 할 수 있는 운동이다.
그러면 왜 허구 많은 운동 중에 마라톤을 권하는가? 마라톤은 자기 체력 범위 내의 속도로 뛰기 때문에 힘이 덜 들고(?) 그리고 전신운동이라 건강 예방에는 이 이상 좋은 자연요법이 없다고 같이 운동하는 멤버들의 공통된 결론이다.
우리는 현재 로즈보울 파킹랏에서 60~80명이 매주 토요일 아침 6시에 모여 다 같이 스트레칭하고 각자 비슷한 속도의 러너끼리 무리를 지어 연습한다.
이번 기회에 생각을 바꾸어 한번 시도해 보기를 여러분께 권한다. LA 마라톤 출발지점인 유니버설 스튜디오 파킹 장에 한번 나와 보면 각양각색의 유니폼에 출전자 약 2만5,000명의 무리가 정말 장관이며 그 광경을 보고 뛰기로 결심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시작은 아주 쉽다. 한인 마라톤 모임이 이젠 웬만한 동네에는 다 있으며 문의사항이 있으면 로즈보울 모임인 KART의 이종민 코치에게 문의하면 잘 가르쳐 준다. 이 코치의 셀폰 번호는 (310) 918-9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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